뭘 해도 잘 한 기분이 안 들고, 제 자신의 가치를 잘 모르겠어요. 저 자신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제 자신만으로는 정신이 지탱이 안 되니까 타인한테 감정적으로 의지를 많이 하는 편인데, 그게 또 스트레스 요인이 되네요.
제가 아무리 위로를 얻고 싶어도 타인은 타인이다 보니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도 많고, 제가 상대적으로 더 의지하고 있단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으니까 항상 비굴해집니다. 이게 또 자기혐오 요소가 되서 돌아오는 거에요. 덕분에 요즘은 명치가 꽉 눌리고 위가 갈고리로 긁히는 것 같은 통증까지 생겨서 솔직히 다 내팽겨쳐버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한때는 이런 자기 혐오를 뿌리쳐 보려고 몰두할 만한 취미도 많이 만들고, 특기라고 밖에서 말하고 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노력도 해봤지만, 결국 끝에는 이상한 열등감이나 냉정한 척하는 패배주의가 고개를 디밀곤, '그래봤자 어차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널렸어 현실을 봐야지 그걸로 먹고 살수 있을 지도 모르는 데 시간을 쏟아도 되겠어?'같은 생각을 떠올리게 만들어요. 넌 어차피 안 돼 라고 옆에서 항상 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땅을 딛지 못하고 늪에 가라앉은 것 같아요. 너무 뿌리가 깊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