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후예> 제작발표회에서 김은숙 작가는 본인이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다는 걸 안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자기 일을 책임감 있게 잘하는 인물을 그렸는데, 누구나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누구나 그러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내가 만든 최고의 판타지다.” 말하자면 현실이 따라가지 못하는 지점을 “이랬으면 좋겠다”는 이상향 삼아 그려낸 판타지란 뜻이다. 그래서일까. <태양의 후예>는 곳곳이 주인공들이 자신의 직업이 지닌 책임감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장면투성이다. 잠깐 방심한 사이 “군인은 늘 수의를 입고 산다. 이름 모를 전선에서 조국을 위해 죽어갈 때 그 자리가 무덤이 되고 군복은 수의가 된다. 그만한 각오로 입어야 한다. 그런 각오라면 매 순간 명예로워라. 안 그럴 이유가 없다”라거나, “생명은 존엄하고 그 이상을 넘어선 가치는 없다고 생각해요” 따위의 대사들이 화면 위를 가로질러 간다.
각각 송중기와 송혜교의 육신을 빌려 발화되는 이 명언들에 취해 극을 따라가다 보면 현실 속 문제점들은 죄다 휘발되어 사라져 버린다.
한겨레 토요판에 나오는 이승한의 술탄 오브 더 티브이입니다.
정확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