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에 잠기고 싶어 봉숭아 물을 들였다
백반에 잎사귀에 꽃잎에 잔뜩넣고 비닐장갑 꽁꽁 싸매고 물을 들였다
손톱에 들어있는 봉숭아 물이 너와 같았다
생각도 안하고 있을때 이렇게나 깊이 물들여져 있었나 싶어
손톱을 보고 널 생각하며 깜짝 놀랬다
사회생활에 치이고, 관념의 차이에 치이고 너무 힘들어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어 살짝 물들라 했던 손톱에
너무 진한 봉숭아 물과 너도 함께 있다
조심스럽게 기도해본다
봉숭아물이 첫눈올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던데
비록 첫사랑은 아니지만 첫사랑만큼의 여운과 설레임을 준
너와 이어질수 있을지 첫눈을 기대해본다..
올해는..첫눈이..조금만 더 일찍왔으면 좋겠다..
하루만더..한시간만이라도 더 일찍왔으면 좋겠다..
내가 엘사였으면좋겠다.
다큰 어른이 가질 소원은 아니지만 내가 엘사였으면 좋겠다.
너와 이뤄질수만 있다면 오늘 지금 당장 눈을 내리고싶다.
어리석은 생각에 헛웃음을 지으며
조금 더 오래 갈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손톱에 투명 매니큐어를 발라본다
하루 더 늦게와도 남아있기를 바라면서
지금 스며든 꽃잎이 더 오래 내 손에 남아있길 바라면서
내 심장에 스며든 너의 느낌이 더 오래 남아있길 바라며
투명매니큐어를 쉼없이 발라본다
내일은 스프레이 눈을 사러 가야겠다
누군간 청승이라 얘기하고 미친사람이라 돌을던져도
이렇게 붉게 물든 이상 내일은 내 첫눈이 오는 날이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