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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학에서 배운 육아 철학
게시물ID : baby_11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리집돌쇠
추천 : 17
조회수 : 955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1/12 01: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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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미국에서 세 딸 키우는 30대 중반.. 아니 후반(ㅜ.ㅜ) 아재입니다. 이 글은 제가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으나 차일피일 미루어 오다가 오늘에야 쓰네요...

애들 키우면서 육아교육서를 나름 많이 보기도 했는데, 예전에 경영학을 배울 때, 특히 협상학에서 배운 것 중에 육아에 접목해서 지금까지 도움을 많이 받은게 있어요. 아이들과 deal 할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씁니다. 거두절미하고 바로 리스트로 쓸께요.

1. 상대방이 Yes 라고 대답할 때 내가 곤란한 질문, 또는 제안은 하지 않는다. 
협상학의 기본은 상대방의 Yes를 끌어내는 데 있습니다. 비단 최종적인 Yes가 아니라, 협상 전반에 걸쳐 작은 것에서부터 (하다못해 '오늘 날씨가 참 좋죠?' 라는 웃기지도 않는 질문부터) 계속된 Yes를 끌어냅니다. 그런데 주위에 아이들 키우는 사람들 보면 툭하면 애들한테 "밥먹지마. 오늘 학교 가지마. 오늘 놀러가지 말까?" 라고 하는걸 보는데요, 이때 아이가 Yes라고 말해서 더 안좋은 상황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질문을 바꿔서 positive한 대화를 풀어가세요. 

2. 지렛대 (Leverage)를 이용하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이용해서 협상을 내 쪽으로 당겨올 수 있는 것을 Leverage라고 부릅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 중에서 아이가 원하는(애들은 정직해서 평소에 다 말합니다) 것들을 활용하세요. 'xx(동생)이 먼저 밥 먹고 준비하면 네가 원하는 대로 네 학교에 먼저 데려다 줄께' 라던지, 'xx 가 먼저 이닦고 잘 준비 다 하면 책 한권 더 읽어줄께', '동생이랑 사이좋게 놀아야 이번 주말에 놀이터에 같이 가지?' 등, 아이가 평소에 계속 해달라고 조르는 것들을 십분 활용하세요. 창조적인 것들을 생각해도 좋구요. 이것은 아래 나올 Sugarcoat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3. 사탕발림 (Sugarcoat)은 절체절명의 순간에만 사용한다. 
'피아노 연습하면 백원 줄께' 라던지, '밥 다 먹으면 핸드폰 게임하게 해 줄께' 같은 말도 주변에서 많이 듣는 것 중 하나인데요, 이게 단기적으로 보면 먹히는 것 같지만 저는 좋게 보지 않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아이들의 학습효과 때문에 sugarcoat를 기다리게 됩니다. 쉽게말해서 엄마가 백원을 준다고 할 때까지 피아노 연습을 안하고 개기는 것이죠. 이런 것은 정말 절체절명의 순간에 사용합시다. 제가 배운 협상학에서는 교수가 "같은 sugarcoat를 한 사람에게 두번 이상 쓰지 않는다" 라고 하더라구요. 육아에서 말하는 '정적 강화'가 2번과 3번 모두에 해당하는 것 같은데, 협상학에서는 엄연히 다른 개념입니다. (심리학이 제 전공이 아니라... 조금 더 아시는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4. 자신을 상대로 협상하지 않는다. 
'그릇에 있는 밥 다 먹어. 이거 세 숟갈만 먹어. 그럼 이거 한숫갈이라도 먹어' 라고 말하는게 익숙한 패턴이지 않나요? 협상학에서는 자신의 deal을 못 믿고 초조해서 자신이 내놓은 것을 오히려 줄이는 행위를 금기로 정하고 있습니다. "저 연봉 4천 주세요. 그게 힘들면 3천 500만 주세요" 라는 것도 연봉협상에서 많이 저지르는 실수 중의 하나죠. 협상학에서 아이들을 모델로 삼는 것 중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말하며, 묻는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말한 것을 더 낮춰서 말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상대방이 내가 새로 내놓은 deal도 기다리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똑똑해서 금방 배웁니다. 

5. Ask anything and keep asking
아이와 어른의 차이를 한가지만 꼽으라면 전 '부탁하는 것'이라고 말할 것 같아요. 어른들은 체면치례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도 아이들은 거리낌없이 요구합니다. 자신들이 먹고 싶은것이나 하고 싶은걸 말함으로써 (그것도 엄청나게 반복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죠. 아이에게 부탁하는 걸 두려워 하지 마세요. '아빠가 힘들어서 그런데 빨래좀 개줄래?' 라던지 '엄마는 지금 요리해야 하니까 놀이방 좀 치워줘' 등등... 그리고 나서 칭찬을 해주면 아이들은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물론 처음엔 어른들의 눈에는 허접하게 보이지만, 여러번 반복하면 좋아집니다. 저희집 9살 아이는 집안 정리를, 5살 딸아이는 빨래 개는 걸 좋아합니다.(용돈을 주지만, 집안일을 한다고 해서 주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숙달되고 아이들 스스로 즐기면서 되기까지 1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애들이 가족의 일원으로써 집안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애들 스스로도 좋아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물론 나가서 놀거나 하는 일 때문에 안할 때도 있지만, 이건 부모가 아이에게 '부탁한' 것이기 때문에 아이가 'No'라고 해서 부모가 화를 내거나 하면 안되죠. 이건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지금 내 아이 고집이 황소고집이면 내가 그렇게 만든거니까 아이를 탓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서 태어난 존재입니다. 아이들이 조금 더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렸으면 하는 바램으로 씁니다. 사춘기되는 아이들은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위에 쓴 1-5 번은 제가 평소에도 사회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들이라서 크게 다르지 않을 거에요. 
출처 오늘도 세 딸과 아내의 뽀뽀를 받으며 출근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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