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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속에 떨어진 물방울, 물방울 속에 떨어진 태양 -1
게시물ID : pony_90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IE
추천 : 5
조회수 : 30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3/22 00:55:37


< 로얄 가드 팬픽 >

달빛이 은은하게 비치는 고요한 새벽에 난 깨어났다. 모든것은 시작될 예정이었고, 운명은 날 캔털롯의 빛나는 영광으로 이끌것이다. 하지만 난 행복하지않다. 그렇다고 내 새로운 운명때문에 긴장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루나 공주의 관용이 허락한 방해받지않을 시간을 가지려 몸을 뒤척였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내 거칠어진 앞발굽이 침대를 거부하는 느낌이들었다. 난 몸을 일으켜 커튼을 걷은 창을 열었다.


창을 통해 바라본 밤은 이미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다시 잠들 필요도, 의미없이 아침이 오기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지평선 너머로 보이는 눈부신 빛이 내 눈을 간지럽혔다. 난 하품을 하며 본격적으로 첫 근무를 위한 준비를 하기로했다. 발굽으로 옷장을 더듬어 문손잡이를 열었다. 어제와는 다른 형식을 갖추기위해 훌륭하게 광을 낸 갑옷들이 앞뒤로 흔들리고있었다. 첫 근무는 긴장되지만, 동시에 보람하고 두근거리는 일이다. 내가 캔털롯 성으로 들어오기 전에 무슨일을 했었는지는 중요하지않다. 지금의 난 절대적인 우리의 지도자, 우리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 알리콘을 위해 헌신하는 포니중 하나이니까.


갑옷을 입고, 갈기와 털을 정리한뒤 거울 앞에 나 자신을 비춰본다. 하얀 몸색깔에 푸른 눈을 가지고있지만 약간 붉은 갈기를 가지고 있는 평범한 어스포니. 나를 포함한 가드들의 특징은 대부분 공주님의 아름다운 모습처럼 새하얗다는것, 그것이 어쩌면 로얄 가드로서 똑같고 질서있음을 강조할수있는 겉모습이기도했다. 호출소리가 들리고 일제히 모든 가드들이 복도로 집합한다. 신규 병사들을 지도하기위한 설명은 나에게 어울리지않다. 하지만 그것이 예정되있기에 왕실의 신고식이 늦춰지는 것이니 난 창과 깃을 세우고 복도로 나갔다.


모두는 일제히 위엄있게 대열을 정비한다. 처음이라고는 믿기지않을 정도의 완벽함은 나에게 불편함을 안겨주었다. 한쪽눈의 색깔이 흐린 우리의 잠깐뿐인 지도자가 모두가 똑같이 생긴 우리들을 살펴보며 없는 결점까지도 지적해낸다. 그의 매정한 비난과 윽박지름에도 가드들은 전부 침착하게 문제점을 고쳤다. 눈동자도 흔들리지않고, 완벽함은 더 완벽해졌다. 약간의 시간이 흘러 이제 내 차례가 다가왔을때, 연로한 장군은 나를 그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 자네는.....어스 포니로군. "


" 맞습니다 장군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


그는 갑자기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왜지? 내가 어스포니라는 것이 아니꼬운 것인가? 사실 내가 배정된 근위단은 아주 특별하다. 왜냐하면 나를 제외한 모두가 캔털롯에서 이름을 떨치고 영향력이 있는 부유한 상류층들의 유니콘 인재들이니까. 난 아직 내가 무엇때문에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선택을 받았는지 모른다. 장군은 어떻게든  나의 다른 문제점을 지적하려했지만 그가 나에게 할수있는 행동은 어깨에 꽉 들어간 힘을 빼주는것 뿐이었다.


" 어스포니인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자네는 좀 더 말을 줄여야할 필요가 있겠어. 그건 됬고, 모두가 모였으니 본격적으로 지침을 공고하도록하겠다. "


그의 발굽소리에 맞춰 기계같이 움직이는 우리들의 모습에 난 신경을 끊기로 한다. 그가 마법으로 들고있는 대열표에 따라 각장의 위치가 정해졌고, 넓은 복도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생각보다 많은 포니들이 그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는 마른 목을 가다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 아시다시피, 제군들은 이퀘스트리아에서 인정받고, 그 보석과도 같은 실력들을 다듬어갈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네. 각자의 결정에 따라 잠시동안, 혹은 평생을 제군들의 영원하신 공주님을 위해 헌신하기로 결정했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하게. 절대 공주님을 떠받들며, 이제부터 일어나는 모든 일과 제군들에게 주어진 명에 절대적으로 복종하게나. 우린 오늘부로 왕실 역사를 장식할지도 모를 위대한 영웅이 될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 의의는 공주님의 권위아래 이퀘스트리아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니까. "


그가 말을 끝내자 그의 양옆에 서있던 유니콘 가드들이 꽤 버거운 양의 지침서와 서약서를 건네주었다. 각자가 하나된 목소리로 그것들을 전부 읽어 말하고, 모두가 같은 생각에 임하며 발굽을 종이에 찍어 반납했다. 난 아직 알고싶은 것이 있다. 하지만 신고식과 첫 훈련이 진행되는 오랜시간동안 나의 의사를 표현하려는 태도는 철저히 무시되었다. 익숙하지않은 첫 난관을 돌파한후 난 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아까 갑옷을 꺼내들어 한켠이 비었었던 옷장은 어느샌가 새 갑옷이 내가 입은 것의 자리를 대신하고있었다. 새롭게 채워진 그 갑옷도 다른것과 같았다. 그저 평범했다. 난 잠시후 정식으로 모두가 가드로서 인정받기위해 공주님을 대면하기 전까지 말없이 침대에 누워있기로했다. 천장을 통해 보이는 태양과 달의 문양, 그리고 두 알리콘 자매를 상징하는 큐티 마크. 난 그것들이 모든 방에 똑같은 장소, 같은 위치, 같은 크기, 색깔, 시간에 따라 그려진 것을 알고있다. 직접 다른 방에 들어가 확인해본적은 없지만 그것은 확실하다. 아까 모여있던 나를 제외한 다른 포니들의 모습만 봐도 그것은 너무 뻔했다. 물론 나도 절대 그들과 외견상으로는 어떤 점도 다른 것이 없었다. 내가 어쩌다가 로얄 가드를 지원했을까, 아니, 진짜 내가 이것을 원했을까.


난 평범한 포니였다. 그저 평상시에 다른 포니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한는 상황에서 '왜?' 라는 의구심을 억누를수 없는 점을 제외한다면, 지극히 평범했다. 재능을 찾기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난 다른 또래들과는 달리 조금 늦게 큐티 마크를 찾았고, 내 큐티마크는 로얄 가드 전용 대검 두자루가 가위처럼 엇갈려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검들의 날이 세워진 중앙에는 보석인지 눈물 방울인지 분간하기 힘든 문양이 있었다. 평소 실을 통해 터져버린 옷이나 천을 꿰메는 것을 즐기는 난 그것이 몸체가 조금 두툼한 바늘인줄알았다. 하지만 그 어느누구도 그것이 바늘이라 말한적은 없었고, 그저 나에게 캔털롯 성을 가보길 조언하는 것에만 집중했었다. 난 그들의 똑같은 반응이 싫었다. 그래도 막상 검술과 무술을 배우니 나쁘지는 않았다. 난 내가 후천적으로 큐티 마크 이후에 재능을 찾는 아주 특별한 경우라 생각한다. 그것이 나에게 모두가 똑같은 이곳에서 개성이라는 사치를 부여했다. 그것은 결코 멀리하기만 해서는 기쁘지않았다.


" 빅터! 이제 공주님을 뵈러갈 시간이다. 당장 준비를 끝내고 다른 제군들과 대열을 정비한채 대기하도록. "


"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왕실을 위해 준비하도록하죠. "


그들이 날 부른다. 난 무거운 몸을 들어올려 다시 투구를 쓴다. 나의 또다른 차이점인 청홍색 갈기가 투구에 가려져 푸른빛을 띈다. 내가 나갔을땐 이미 모두는 준비를 끝냈고, 마치 나만을 위해 기다리는듯 한치의 미동도 없이 자리를 지킨다. 난 그들속으로 섞여들어가 가만히 숨을 죽였고, 천천히 장군의 지휘를 받으며 태양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갔다. 바람소리도 들리지않는 알현실 입구에서, 장군의 조용한 노크가 정적을 깬다. 난 문너머 광경에 호기심을 느꼈다. 과연 처음으로 뵙는 공주님은 얼마나 아름다우시고 기품있으실까. 진짜 그녀의 모든것이 절대적으로 존경받을수있는가, 그녀를 위해 내가 뭘 할수있을까. 내 입장에서는 나름 진지한 생각들이 자꾸만 불어나간다. 알현실의 문이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활짝 열렸고, 이윽고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필멸자들은 감히 쳐다보지도못할 알리콘이 왕실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난 눈을 지긋이 감고 여유를 즐기는 그녀의 모습에서 우리 새로운 로얄 가드들에게 녹아있는 보편성이 아닌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또한 따듯한 미소로 우릴 반겨주는 그녀에게서 동질감이라는 바보같은 감정도 느껴졌다. 로얄 가드들은 전부 앞발을 대리석 바닥에 붙인채 그녀에게 최고의 존경과 예의를 표했다. 우리들의 인사를 받은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서는 같은 세상에 살고있는 포니라고는 믿기지않을 천상의 목소리로 답을 해줬다.


" 환영합니다 모두들. 캔털롯 성에 왔다는 건 그만큼 의지가 있고,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죠. 전 여러분 모두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요.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는 나도 모르지만, 한 세계의 공주로서, 1000년을 함께한, 하지만 여러분과 다를바 없는 한 포니로서 여러분과 함께하는 것은 영광입니다. 모두들 잘해봐요. "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선 우리들 모두에게 하나하나 눈을 맞춰주었다. 난 그녀가 나에게 시선을 돌릴때 앞발을 들어 그녀에게 말하는 것을 허락받았다. 난  나를 또다시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군의 시선을 의식하며 감히 공주님께 물었다.


" 저희도 더할 나위없이 정말 영광입니다 공주님. 그런데 정확히 저희가 해야하는 왕실의 균형을 위한 의무가 무엇입니까? "


날 바라보는 경고의 시선이 이내 놀라움에 찬 시선으로 바뀌었다. 난 고개를 돌려 장군을 쳐다봤고, 그는 말없이 혀를 차며 내 시선을 무시했다. 하지만 냉정한 그의 태도와는 달리 셀레스티아 공주님께선 친절하게 대답해주셨다.


" 오, 그걸 말해드리지 않았던가요? 여러분들은 모두 각자의 구역을 배정받아 그자리를 정해진 시간동안 미동도 없이 지키는 것이 주된 의무랍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말이죠. "


공주님께서는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서 시선을 뗏다. 하지만 난 아직 만족하지않았다. 모르고 부족할수록 알아내고 키워나가야한다 .


" 그럼 온종일 의미없이 각자의 위치에서  똑같은 세상만을 바라봐야하는 겁니까? 전 공주님을 보좌하기위해 이곳을 찾아왔습니다. 로얄 가드가 되기위한 자격을 갖추기위해 노력했습니다. 공주님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기위해서죠. "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고, 난 그들의 표정과 모습에 기괴감이 느껴졌다. 마치 판에 넣고 짜낸 인형의 표정처럼 그들은 전부 생기없이 싸늘한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난 그들이 날 무례하다 비난하더라도 궁금한 것의 답을 듣길원했다. 공주님께선 로얄 가드 명단을 가져온 후 그녀의 집사와 귓속말을 나눴다.


" 좋아요....그건 아주 좋은 지적이었네요. 그대, 이름이 뭔가요? "


"  빅터입니다. 포니빌 출신의 어스포니이고, 가드에 지원하기 전에는 부서진 모든 것들을 고치는 일을 하고, 이 세계의 존재하는 모든 의구심에 도전하려했습니다. "


그녀는 나의 이름을 명단에서 찾은후, 마법으로 이름을 꺼내 다른 명단에 옮겨넣었다. 난 그것이 그녀가 날 어떻게 생각해서 한 결정인지는 잘 몰랐다. 그것도 묻고자했지만, 당분간은 공주님의 평온한 마음을 위해 자제하기로 했다.


" 멋진 이름이네요 빅터. 마치 승리를 추구하는 그런 의미같아요. 그대의 큐티 마크도 그대가 어떤 포니인지 아주 잘 알려주고있어요. "


공주님은 위로 발굽을 치켜세우셨고, 나와 왕실 집사, 그리고 내가 찍혀버린 장군을 제외한 다른 포니들이 전부 알현실을 나갔다. 셀레스티아 공주님은 영광스럽게도 ( 정말로 절대 죽어서도 잊지못할 귀중한 경험이었다. ) 그녀의 위엄있는 한쪽 날개로 내 앞발을 잡아 위아래로 가볍게 흔들어주었다. 난 그것이 악수라는 것을 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무언가 공유할만한 특별한 감정이 느껴지지도 않는 그저 발굽을 어색하게 걸친채 움직이는 것이 왜 악수라고 불리며, 왜 친밀감을 표현한다는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악수를 한후 나에게 작은 금색 뱃지를 건네주었다. 난 그것을 받고 말없이 그녀의 집사가 지시한 캔털롯 성 최상층 발코니를 향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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