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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 도로주행
게시물ID : panic_8688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참을수없네요
추천 : 0
조회수 : 1719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03/22 2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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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된다.
옆에 탄 강사는 선글라스는 쓰고 폼을 잡는데 온 정신을 쓰고 있다.


"시동 켜고, 주차브레이크 올리고, 기어 2단. 출발."


선글라스를 추켜세우며 조곤조곤 중얼거린다.

마른 침을 삼키고, 그가 지시하는 대로 차를 움직인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간. 도로는 내가 원하는 만큼 한적하지 않다.
오히려 듬성 듬성 서있는 교통경찰이 더 부담으로 다가온다.


"클러치 깊게 밟고, 3단."


짤막한 지시에 바짝 굳어, 우물쭈물거리며 기어를 바꾼다.


"아 씨, 지금 5단 넣었잖아. 아 뭐하는 거야. 못 가르치겠네."


그 소리에 급히 클러치를 밟고 기어를 3단으로 바꾼다.


"아니, 지금 몇 번을 말했는 데, 이거 기어 하나 제대로 못 바꿔. 답답해 죽겠네."


그 빈정거림에도 할 말은 없다. 
비록 오늘이 운전면허학원에서의 첫 도로주행이고
도로에 올라서기 전, 나에게 기어 변속 연습을 하라고 시킨 후에
밖에서 다른 강사와 20분 동안 담배를 태우며 떠들었던 사람이지만

이 사람이 하는 말이 곧 정답이니까 


"가속. 50 이상으로 가속. 가속 하라고 이 양반아. 아 진짜 모자란 건가."


물론 이 사람이 나보다 나이도 많다. 실력도 당연히 좋을 거고.


"저기 앞에 도착지까지 천천히 붙여요."


천천히 감속하여 차를 멈춘다. 시동을 끄라는 지시 후에 그는 어떤 말도 없이 
조수석에서 나가, 길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문다. 

빼꼼 열린 창문 사이로 욕지거리가 들려온다. 
나는 핸들에 손을 올리고 흐르는 땀을 느끼며 앞 창문만 바라보았다. 

이윽고 운전석 문을 탕탕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강사가 짜증 가득한 얼굴로 팔을 휘저었다. 내리라는 표시였다.

보조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려하는데, 차 시동이 걸렸다.
놀라서 급히 안전벨트를 했다.


"행동 하나 하나가 다 굼뜨네."


아무런 말을 할 수 없다. 그에게는 내가 멍청한 굼벵이로 보일테니까.
내 표정을 살핀 건지 그가 조용히 말을 건넨다.


"내 원래 운전을 좀 스파르타식으로다가 갈키니까, 표정 그렇게 하지말고.
그리고 이렇게 빡시게 갈켜놔야 시험때 떠올라서 잘한다고. 
나도 운전 배울 때 빡시게 욕먹어가면서 배워서, 이렇게 강사도 하고 그러는 거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러자 그는 날 힐끔 보더니 라디오를 틀고 차를 운전해나갔다.
트로트를 흥얼거리며 창가에 팔 하나를 걸치고 한 손으로 멋드러지게 핸들을 움직인다.
그러고보니 강사가 안전벨트를 안했다.


"저기 안전벨트 안하셔는데요..."


"어? 뭐??"


"안전벨트 깜빡하신 것 같아요..."


그는 대답하지 않고 한 손으로 안전벨트를 땡긴다. 

툭! 툭!

안전벨트가 걸린 모양인 지 딸려오지 않았다. 
짜증 가득한 중얼거림과 함께 양손으로 벨트를 잡고 당길 때,

앞 차의 브레이크 등이 급히 켜졌다.
하지만 안전벨트에 잠깐 눈이 가있던 강사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탄 차의 계기판은 70 눈금을 건들고 있었다. 
빨랐다.


"아 씨발!!!!"


강사는 욕지거리와 함께 핸들을 돌렸다. 차는 우측 강변으로 뛰어들었다. 
인식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소리와 함께 차는 구르고 굴러서 뒤집힌 채로 멈춰섰다.

멈춘 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바싹 금이 가서 반쯤 떨어져 나간 앞 유리창과 목이 꺾일 정도로 찌그러진 자동차.
사고가 났구나.   
눈에 뭐가 자꾸 들어와서 뜰 수도 없었다. 온 몸이 뜨거워지더니 가슴부터 배가 쑤시듯 아프다.
안전벨트가 날 살린 건가. 강사는?

고개를 돌려보니 문은 뜯겨나갔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어덪게ㅔ 돈ㄴ


덜컥!


내 ㅈ라ㅏ리 무ㅜㄴ이 열려ㅕㅕㅆ다
눈이 ㅇㅇ안ㄴ 보ㅕㅕ
강사...?


날 끌ㄹㄹㄹㅇ ㅓ낸다 질질ㄹㄹㅣ 
나루ㅜㅜ 운젇ㄷ서게ㅜ 눕혀다


오..ㅐㅈ그ㄹ요...


점점 감기는 눈으로 그가 보조석에 기어들어간 것이 보였다.
그리고 비실비실 웃는 것이 보였다.

ㅆㅈㅈ밪갯..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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