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 안에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괴롭거나 슬플 때
한없이 외로워져 견딜 수가 없을 때
당신이 미치도록 보고싶어져 견딜 때
당신의 모습을 그릴 수가 없다.
당신의 입술이
당신의 머리칼이
당신의 손가락이, 숨결이,
당신이 움직이며 그리는 모든 선들이
그 모든 아름다움이 내게서 점점 희미해져 간다.
선명하게 아른거리던 당신의 모습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져 나를 떠나간다.
당신이 누군가의 기억으로 덧칠되어 간다.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서, 당신의 모습을 본다.
귓가를 스치는 손가락
길고 아름다운 머리칼
한없이 깊고 투명했던 눈동자
내게 하나 뿐이었던 당신이
그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게
나에게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다는 게
당신이 내 옆에 없다는 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