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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나
게시물ID : soju_51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20120
추천 : 1
조회수 : 28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25 01:30:43
처음 호기심으로 술을 마셨던 날
어른들은 이렇게 쓴 걸 왜 먹는지 이해할수 없었다
그때 소주잔으로 한잔 마시는 게
그렇게나 버거운 일인지 몰랐다
안주를 하겠다고 잘라놓은 사과만 자꾸 씹어먹었다

대학교에 와서도 그 기억이 남아 한동안 술은 인에도 대지 않았다
술을 마시고 술이 되고 술이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함께 있는 것은 불편하기만 했다
안주로 나온 감자튀김만 계속 집어먹었다

조금 지나고 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힘들었고 다들 짝사랑에 힘들어하면 술을 마시니까 그냥 나도 그걸 따라해보고 싶었다
친구와 술집을 가서 술한병을 시켜놓고 또 다시 도전을 해봤다
술이 달다고 느꼈다
이래서 술을 마시는 거구나 싶었다

그후엔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병나발을 불어보기도 했고 음료수와 섞어 먹어보기도 했다
함께 술을 먹는 것도 좋았지만 주사가 심해서
그리고 그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게 되는게 싫어서 혼자 마셨다
돈도 적게 들어서 좋았다

그땐 그냥 술이 좋았다
취하는게 좋아서 뒷일 생각 안 하고 마셔대다가 주사를 부리고 나를 챙겨주는 게 좋아서 술을 마셨다
그러다가 사람을 잃었다
그리고 내 주사는 사라졌다
사실은 정신을 놓을 정도로 마시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한동안 또 술과 거리가 멀게 지냈다
술이 마시고 싶어서 소주 두 병를 사왔지만 마실 수 없었다
이제는 알 수 있다
그냥 미친듯이 취하고 싶은게 아니라 사람과 만나고 싶은거다
술기운에 이런저런 얘기하고 즐겁게 즐기고 싶은거다

대부분의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만나자고
술 한잔 하자고 말할 용기가 없다 
아직도 냉장고엔 소주 두 병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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