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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중랑천의 x쟁이 이야기
게시물ID : poop_119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5
조회수 : 1791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5/08/03 19: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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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강인한 육체를 중요시하는 활동적인 내 친구의 취미는 자전거 타는 것이다. 
내면의 정신력을 중요시하는 나의 취미는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녀석은 별 볼 것 없는 자취방에 비싼 소파가 있다는 것도, 그리고 소파에 누운 자국이 날 정도로 항상 누워있는 내게 불만이 많았다.

"야 운동 좀 해라. 너 거울 한 번 봐봐. 삐쩍 말랐는데 배만 나와서 니가 이티냐. 조만간 '엘리엇 엘리엇' 하면서 초능력 부리겠네."

"이 새끼.. 나를 외계인 취급하다니. 이티 아니다 둘리다. 호이 호이~"

"이티 건 둘리건 희동이건 운동 좀 해라. 젊은 놈이 몸이 그게 뭐냐."

녀석은 매주 주말이면 나를 끌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 또는 중랑천으로 끌고 갔다. 녀석에게 전설의 슬램덩크 안 감독님이 빙의되어
3점 슛을 던질 때 나는 슬램덩크의 영걸 형님이 빙의 되어 애타게 정대만을 찾았고, 녀석이 전설의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이 빙의되어
페달을 밟을 때 나는 고환암에 걸리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에 고환을 걱정하며 중랑천에 피어있는 코스모스를 바라보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이 무려 3백만 원에 육박하는 거금의 자전거를 샀다. 그리고 숨쉬기도 버거워 보이는 검은색 쫄쫄이 의상에 
머리에 분홍색의 자장면 그릇 같은 걸 쓰고 나타났다. 

"너 그렇게 입고 7호선을 타고 온 거냐?"

"응 좀 멋지지? " 녀석은 가방에서 선글라스까지 꺼내 쓰며 내 앞에서 교태를 부렸다.

"아니 추해. 반바지라도 위에 입지 그랬냐. 너 때문에 우리 동네 땅값 떨어지겠다."

"야 이게 얼만데 그래. 자전거 바이커들의 로망이야."

"로망은 무슨 노망이겠지.. 그런데 그렇게 비싼 자전거 안장이 왜 그따위야..장바구니도 없고..."

그 비싼 자전거의 안장은 아주 작았다. 녀석이 안장에 앉았을 때 마치 구슬을 먹고 있는 팩맨의 모습처럼 안장은 보이질 않았다.

"맛있냐?"

"뭐가? 맛있어?"

"니 똥고가 안장 씹어먹고 있잖아.." 녀석의 엉덩이는 '마치 타이어 빼고 다 씹어먹어 줄게' 하는 아저씨의 원빈 표정 같았다.

"아니거든. 이게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돼 내 엉덩이에 딱 맞는..." 녀석이 알아듣기 힘든 말을 무언가 나불나불 대고 있었다.

뭐 내가 탈 게 아니라서 똥고로 안장을 씹어먹든 똥고가 안장을 흡수하던 별 관심이 없었다. 

"야.. 우리 자전거 타러 중랑천이나 가자."

"싫어. 안가..11시에 서프라이즈 봐야 해. 난 주말에 미스테리를 밝혀야 하는 사명을 띠고 한국에 파견된 비밀요원이야."

"밥 사줄게." 

"콜. 할머니 냉면에서 곱빼기로.."

녀석과 함께 청량리 맛집이라는 타이틀로 면목동에서 장사를 하는 매운 할머니 냉면을 먹었다. 녀석은 매운 것도 못 먹으면서 남자답게 
다대기를 주는 그대로 다 먹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은 냉면을 먹는 게 아닌 마치 한여름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가구거리 아스팔트 위에서 
불 짬뽕을 먹는 것처럼 보였다. 

"약속대로 냉면 사줬으니 자전거 타러 가자." 녀석은 연신 땀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그래. 가지 뭐.."

코난의 범인 같은 검은 색 쫄쫄이를 입고, 안장을 먹었다 뱉기를 반복하며, 앞장서는 녀석이 부끄러워 녀석과 거리를 두고 따라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중랑천에 도착 녀석은 내게 가뿐하고 성수대교를 찍고 돌아오자고 했다. 
따스한 봄날 중랑천에는 많은 사람이 있었다. 가족끼리 나들이를 온 사람, 캡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팔을 흔들며 걷고 있는 아줌마
그리고 격렬하게 몸싸움하며 농구하는 사람, 물론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야. 너 잘 따라와 내가 앞에서 리드할테니까."

"리드를 하시든 리듬을 타시든 알았으니까. 먼저 가."

녀석은 속력을 내서 앞으로 나아갔다. 나는 냉면이라는 목적도 달성했으니 그냥 이대로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간만에 운동이라는 것을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칠순 할아버지의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녀석을 따라갔다. 

앞쪽에서 달리던 녀석이 뒤를 돌아보더니 빨리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자식 급하면 먼저 가지..' 녀석이 아무리 빨리 오라고
손짓 발짓을 해도 여유 있게 '중랑천의 물이 아주 깨끗해 졌구먼. 허허허.' 이러며 주변 풍경과 중랑천의 비릿한 향을 즐기며 천천히 가고 있었다.

장안동을 좀 더 지났을 무렵 녀석이 자전거를 세워놓고 서 있었다. 녀석의 표정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프로 똥쟁이로서 느낄 수 있었다.
'다대기를 그렇게 쳐드시더니.. 니 오장육부가 금강불괴도 아니고 견뎌나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여기 화장실 없냐?" 

"나야 모르지..반대로 돌아가면 아까 에어로빅하는데 화장실 있는 거 같긴 하더라."

"언제 거기까지 다시 돌아가. 너 여기 살면서 그것도 몰라?"

"당연히 모르지. 넌 중랑천에 똥 싸러 오냐? 앞으로 계속 가봐. 하나 나오겠지."

녀석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내가 따라오건 말건 질주를 하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안장을 먹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마치 내가 훈련소 시절
초코파이를 먹는 그 모습과 매우 흡사했다. 촵촵촵..
여전히 나는 녀석의 상황을 아랑곳하지 않고 인자하신 동네 이장님이 마을 한 바퀴 돌 듯 중랑천의 수질과 낚시하는 분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갔다.
이름 모를 다리 아래 녀석이 무릎을 잡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흠.. 괄약근까지 왔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야! 화장실 없잖아!" 녀석은 대뜸 내게 화를 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니가 똥 마려운 데 왜 나한테 화를 내!" 

"니가 냉면 먹자고 해서!! 아오 씨.." 

"그럼 넌 물만두 먹으면 됐잖아. 왜 냉면 먹고 나한테 화풀이야.."

"아.. 성성아 제발 여기 화장실 어디야.... 나 진짜 미치겠어..."

이제는 내 앞에서 사정까지 한다. 이 자식 좀 전에는 화내고, 이제는 내게 빌고 있다. 설마 녀석이 말로만 듣던 싸이코패스가 아닌가 의심되었다. 

녀석은 다시 자전거 위에 올라탔다. 하지만 이번에는 엉덩이가 안장을 씹어 먹는 속도가 느리다. 마치 내가 이등병 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초코파이 3박스를 한꺼번에 먹을 때 2박스 정도 먹고 났을 때의 입놀림 같았다. 그리고 녀석은 엉덩이가 안장에 닿을 때 한 번씩 몸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안장에 엉덩이를 대지 못하고 몸을 일자로 세우며 질주하고 있었다. 

결국, 응봉교로 파악되는 성수대교에 진입하는 고가까지 왔을 때 녀석은 나를 기다리며 화를 냈다.

"화으장시일.. 없잖아..." 딱 봐도 저건 한계다. 이미 녀석의 엉덩이는 안장을 씹어 먹을 아니 안장에 엉덩이를 대는 자체가 고통일 것이다.

"어.. 저기 화장실 있다." 

녀석이 '정말!" 이라고 외치며 나를 바라봤다. 내 손가락은 강 건너편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기 축구장 옆에 건물 있는데, 화장실 있겠지. 내가 자전거 지키고 있을 테니까 헤엄쳐서 갔다 와."

"에이 시X놈아.." 녀석은 울부짖으며 풀숲으로 달려 들어갔다.

성수대교에 진입하는 고가는 항상 차들로 막힌다. 그리고 봄볕에 얼굴을 보호하기 위해 선캡을 두른 아주머니 무리가 '헛둘 헛둘' 하며
우리 쪽으로 오고 있다. 봄바람이 분다.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라는 노래가 절로 입에서 흥얼 거려졌다.
선선한 봄바람이 불 때 풀숲은 흔들리고 비싼 안장을 맛있게 먹은 녀석의 토실한 엉덩이 살이 한 번씩 보인다. 
'역시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엉덩이가 탐스러운 근육질이군..'
그리고 바람 소리에 한 번씩 녀석의 거친 소리가 섞여 들렸다. "휘이이이익.. 풉푸푸푸북..휘이이이이.. 풒푸부부북.. 퐈봐봐봐봐.."
'흠..역시 건강해! 과테말라 세묵참페이 계단식 폭포 같아.. 녀석의 성격처럼 거침없이 단계별로 쏟아내는구만...'

"야.. 저기 아주머니들 못 오게 해!!" 녀석이 내게 절규했다. 그래.. 난 녀석의 친구지. 도와야겠다. 

"아주머니들 이쪽으로 오지 마세요. 저기 분홍색 모자 쓴 애가 지금 좀 사정이 있어요."

아주머니들은 오히려 더 관심을 보였다. "왜요? 왜요?"

"아.. 말씀드리기 곤란한데... 쟤 지금 똥 싸요.. 그냥 돌아가 주세요. 아니면 잠시 후에 지나가 주세요."

다행히도 아주머니들은 웃으면서 돌아가셨다. 
잠시 후 녀석에게 폭풍이 지나간 뒤 내게 소리쳤다. 

"야! 휴지 있냐? 아니면 좀 해결할만한 거 뭐 없어?"

햇볕보는 것을 싫어하는 그리고 준비성 없는 내가 무슨 휴지 같은 걸 챙겨서 외출할 리가 없었다. 
주머니를 뒤져도, 그리고 양말도 신지 않고 있어 녀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순간 녀석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나는 신발을 벗어 깔창을 꺼내 녀석에게 던졌다. 

"받아! 그걸로도 안되면 내가 운동화 끈도 줄게. 양 끝을 잡고 비벼!!"

응봉교 다리 아래 "야 이! 개새끼야!!!" 라는 외침이 쩌렁쩌렁 울렸다. 

개새끼면 어때.. 똥쟁이보다 낫지.. 
출처 절대 내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응가를 하면 응가를 했다고 떳떳하게 밝히는 사람이다.
그게 뭐가 부끄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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