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적 김무성은 대표직을 내려놓고 사퇴하라!""대표님, 우리가 있습니다. 사랑합니다!"불과 5미터 남짓. 같은 공간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한 쪽에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자해극의 표본'이라 비난했고, 반대 쪽에선 '국민 공천을 지킨 민주주의자'로 치켜 세웠다.
25일 오후 1시께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을 찾은 '엄마부대', '좌익종북척결단' 등 극우단체와 '김무성을사랑하는전국모임(아래 김사모)'이 펼친 맞불전이다. 오후 2시 30분께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100여 명도 극우 단체의 집회에 결합했다. 김사모 회원들은 극우단체들이 당사 정문 앞에 태극기를 세우고 자리를 잡자 맞은편 빌딩 앞으로 일제히 집결했다.
지난 23일 김무성 당 대표가 공천 보류 지역 5곳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 두겠다며 '옥새 투쟁'을 선언한 걸 규탄하는 쪽과 옹호하는 쪽이 같은 장소에 모인 것이다. 같은 시각 새누리당 당사 6층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의 최고위원들이 공천 사태를 해결 하기 위해 2시간 넘게 회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새누리당 당사 앞서 펼쳐진 '옥새 투쟁' 찬반 맞불 집회"주장이 반대된 사람들이에요. 충돌 방지 해야 합니다."경찰의 무전도 바삐 울렸다. 극우단체 회원 100여 명(경찰 추산 200명)과 김사모 회원 80여 명(경찰 추산 100명) 무리 앞으로 각각 질서 유지선과 경찰 병력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경찰의 저지에도 이들의 웅변과 설전은 멈추지 않았다.
좌익종북척결단 등 보수단체는 기자 회견문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에 집착하는 김무성 대표의 정치 행보가 미심 쩍었다"면서 김 대표를 '자기 계파를 챙기기 위해 정부와 여당에 대적하는 자해극의 표본'이라고 깎아 내렸다. 반대편에 선 김사모 회원들은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그런 공천이 있을 수 있느냐"면서 "김무성 대표가 당이 분열하는 모습에 참지 못하고 마지막 카드를 꺼낸 거다"라고 맞섰다.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당 대표는 국민에게 지지 못받는다"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올바른 역할을 해야 차기 지도자가 된다"고 소리 높였다. 그 뒤에 선 회원들은 '나라를 생각하셔야지요', '선거가 눈앞에 있습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연신 "옳소"를 외쳤다.
"유성민('유승민'을 오기함)은 사회 경제 기본법을 발의하여 자유민주주의 파괴의 빌미를 제공한 사람입니다"라는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문구도 보였다. 김사모 회원들이 스피커 볼륨을 높여 김무성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자 반대쪽 단체는 스피커의 소리를 더 크게 한 뒤 "김무성은 민주 투사 출신인데 공관위가 민주적으로 결정한 걸 독재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맞불을 놨다.
반대로 '막말 논란' 윤상현 의원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13일 상경 투쟁길에 올랐던 김사모 회원은 "(김 대표의 옥새 투쟁으로) 다시 오게 됐다"면서 "국민 공천은 당연한 것 아닌가, 대표님을 지켜드리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당사 온 김무성 지지자들 "윤상현 정계은퇴"). 전라도 지역에서 왔다는 또 다른 김사모 회원은 "전라도 뿐만 아니라 경상북도 등 전국 각지에서 다왔다"면서 "(후보자 등록이 끝나는) 오후 6시까지 버텨야한다, 우리가 (김 대표를) 지켜 드려야 하니 힘을 아끼자"라며 회원들을 독려했다.
어버이연합 "김무성의 반란은 사퇴로 해결해야"... 충돌도"옳지 않은 공천을 하는 게 맞는 거야?""꺼져!" "니가 당원이야? 그런 말을 왜 해?""이한구를 잡아야지 왜 김무성을 잡아!"직접적인 충돌도 발생했다. 극우단체 집회 장소로 찾아온 한 김사모 회원은 김무성 당 대표의 공천 거부를 두둔하며 극우 단체를 향해 비판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이들은 욕설과 말다툼으로 실랑이를 벌인 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뒤늦게 합류한 어버이연합 회원들의 고성도 만만치 않았다. 추선희 어버이연합회 사무총장은 '갑질 김무성 OUT'이라는 목팻말을 걸고 '김무성 대표 사퇴'를 위한 삭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반란은 역적이다"라면서 "김무성은 절대 대통령이 될 수 없을 뿐더러 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소리쳤다.
삭발식을 마친 사회자는 착석한 회원들을 향해 "또 삭발식할 분 없느냐"고 물었다. 10여 초간의 정적 후 한 노인이 손을 들고 삭발 자리로 나왔다. 그의 손에는 다른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김무성 OUT' '도망자 김무성' 등이 적힌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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