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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은 없는데 일도 없다
게시물ID : gomin_160905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wanhearts
추천 : 1
조회수 : 33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3/26 21: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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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얼마 안되는 돈이었지만 떠안고 있던 빚을 모두 청산하고 나니
거의 그와 동시에 일도 끊겨버렸다. 

이도저도 아닌 앞날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 직장생활을 모두 접고 나와서 
힘들고 더럽고 남들이 꺼려하는, 하지만 그래도 앞날에 대한 꿈이라도 꿀 수 있게
해주는 거름이 되는 기술을 일하면서 배워간다는 기쁨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나마도
끊겨버리고 없다.

(역시 노가다판은 오야지를 잘 만나야 한다)

20살때 대학교를 중퇴한 이후, 37살이 된 지금까지 무슨 일을 해도 쉬어본 적이
없는데 벌써 일주일째 집에서 먹고자고싸고 똥 만드는 기계의 본연에 무진장
충실한 생활을 하고 있자니.


입이 바싹바싹 메마른다. 똥꼬가 바짝바짝 쪼여온다. 


이루어 놓은 것이라도 있다면 그런 것들이라도 되돌아보면서 스스로 흐뭇해하고
대견해 하는 의식이라도 치루겠으나, 딱히 그런 것도 없다. 사실상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가지지 못했던 스무살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별로 차이도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의 온기라도 느껴보고 싶지만, 이미 오유에서 3년 동안 베오베만 다섯번을
보낸 오징어에게 그런게 있을리가 없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약해지는게 맞는가 보다. 


그동안 머릿속에는 버틴다, 버티고 또 버틴다 라던가 칠전팔기.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나서 두 다리로 버티고 서 있는 놈이 이기는거다 같은 생각 밖에 없었는데.
요즘엔 외로움, 고독, 궁상맞고 쓸쓸함 뭐 이런 단어만 가득 차 있는 것 같다. 


차라리 계절이 가을이었으면 내일 모레 마흔이 가까운 남자라서 계절을 타는가 하고
넘어갈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하필 계절도 따뜻한 봄날이다.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고
방구석에 드러누워서 폰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시다.

너만 쓰러져서 멈춰서 있어 병신아, 남들은 존나게 달려나가는데.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씨발 잘 사는데 너만. 병신아 너만 그래.



다행히 토요일 밤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나처럼 추욱 늘어져 있겠지.
그리고 내일은 일요일. 하루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나와
죄책감을 같이 나눠줄 사람들이 많겠지. 







출처 such a 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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