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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닉언] 비탄
게시물ID : cyphers_1332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犬夜叉
추천 : 4
조회수 : 48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3/27 22:25:02
영문도 모른 채 타버린 꽃의 재를 모아서 부모님에게 건네주었을 때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를 축복해 주지도, 슬퍼해 주지도 않았다. 그녀에게서 
두발짝 떨어진 채 두려움이 담긴 시선으로, 자신의 딸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가장 사랑받아야 할 이들에게 조차 거부당한 능력자로서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부끄럽게 여겼고 감추고 싶어 했지만 능력이란 그녀의 뜻대로 다뤄지는 것이 아니어서 원치 않는 때에 발현된 능력은 그녀를 바라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더욱 냉혹하게 만들었으며 그에 따라 그녀의 정신 또한 점점 불안해져 갔다. 그리고 그런 악순환의 반복 속에서 
통제력을 잃은 그녀의 능력은 점차 진화를 거듭해 갔으며 마침내 재앙이란 이명을 가지게 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고 말았다. 

그녀는 차가운 느낌을 견딜 수가 없었다. 다른 이들이 뿌린 차가운 시선은 그녀의 마음을 시리고, 아리게 했고 그런 그녀의 마음은 혼자만의 체온으로 녹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진심이 아니어도 좋으니 다른 이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 했다. 
그리고 그런 소원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면서도 파렴치했다. 그녀는 매일 밤 마다 어느 누군가에게 불에 타 죽을 위험을 감수할 만큼의 
달콤한 거래를 제안했고 그 거래는 매일 밤 성사되어 그녀는 적어도 밤이 되었을 때 만큼은 타인의 체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사라질 신기루 같은 사랑이었지만 불꽃으로 타버린 잿더미 속에서 갈증으로 헐떡이고 있는 그녀에게 사랑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런 삶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으며 언제까지고 계속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 안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는 그녀의 삶에 큰 전환점을 
제공해 주었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그녀 자신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처음엔 두렵기도 하고 거부하고도 싶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또한 불꽃이 태워버린 
자신의 삶에 내린 큰 선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랑을 받기만을 원했던 자신이 다른 이에게 사랑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쁘게 
다가왔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몸을 헤프게 사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무사히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기를 기도하며 
오랜 시간을 인내했다. 

몇개월 후 그녀는 자신의 딸 에밀리아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에밀리아와 함께 있었던 순간은 잿빛으로 점철된 그녀의 삶에서 잠시나마 신이 내려준 축복이었다. 에밀리아는 웃을 때 보조개가 움푹 들어가는 
사랑스러운 아이였고 자신이 그런 사랑스러운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면서 자신 또한 에밀리아에게 사랑을 보답 받는 일상은 그녀의 마음 속에 있던 
응어리들을 풀어주었다. 암울했던 과거를 보상받는 느낌과 함께 들쭉날쭉했던 감정선은 점차 수평선을 그리게 되었고 이러한 선순환 속에서 그녀의 
능력도 점차 통제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는 에밀리아와 함께하는 순간 마다 이런 일상이 계속 되기를 바랬었지만 그 소원이 자신에겐 과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밀리아의 다섯 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사 왔던 케이크에 다섯 번째 양초를 꽂음과 동시에 심지에 불이 붙는 광경을 보았을 땐 순간 자신이 
능력을 쓴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자기 최면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에밀리아는 뛸 듯이 기뻐하며 손뼉을 연달아 쳤고 
에밀리아의 손뼉 소리에 맞춰 양초의 심지에 하나씩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녀는 에밀리아를 안은 채 하염없이 울었다. 에밀리아는 칭찬을 바랬을 테지만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무엇인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윽......." 

잠에서 깬 나이오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적 고통에서 비롯된 답답함이 그녀의 호흡을 가쁘게 만들었다. 나이오비는 
침대 옆 선반에 미리 준비해둔 냉수 한 잔을 마신 뒤에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나이오비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뒤 긴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는 꿈의 내용은 나이오비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 에밀리아는 불꽃과 함께 사라졌다. 자신의 불꽃이 에밀리아를 삼키지 않았다는 게 그나마 삼을 수 있는 위안거리였지만 
에밀리아의 죽음 앞에 그런 구차한 변명을 내밀 생각은 없었다. 에밀리아에겐 잘못이 없었다. 

에밀리아를 능력자로 태어나게 한, 자신의 저주받은 피가 에밀리아를 죽음으로 내몰은 것이었다. 

"으...."

"아..! 착하지 착해..." 

그제서야 나이오비는 자신의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엘리의 존재를 깨닫고 황급히 내려간 이불을 올려준 다음 배를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한번 잠을 
방해 받은 엘리는 기분이 몹시 좋지 않은 듯 몸을 뒤척이며 잠에서 깨어날려고 하는 기색을 보였다. 나이오비는 평소와 같이 켐벨 부인에게서 받은 
동화책으로 엘리를 다시 잠재우려 했지만 동화책은 저 멀리 보이는 거실 바닥에 장난감들과 함께 뒹굴고 있었다. 

나이오비는 책을 주우러 가기 위해 몸을 뻗어보려 했지만 그러기엔 엘리가 곧 잠에서 깨어날 것 같이 칭얼거리고 있었다. 나이오비는 하는 수 없이 
몸이 기억하고 있는 방법을 쓰기로 마음 먹은 다음 천천히 입을 열어 한동안 꺼내볼 생각 조차 하지 않은 멜로디를 천천히 불러보기 시작했다. 

"험프티 덤프티... 담 위에 앉아 있었네. 

험프티 덤프티... 크게 추락하고 말았네. 

모든 왕의 말로도... 

모든 왕의 신하로도...

그를 원래대로... 되돌릴 순 없었다네..." 

대부분의 마더 구스가 그렇듯 어린 아이에게 들려주긴 그다지 좋은 가사가 아니었지만 어느샌가 다시 새근새근 코를 골며 잠을 자고 있는 엘리의 
모습으로 보아 그런대로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았다. 

오히려 나이오비의 마음이 더더욱 심란해질 뿐이었다. 

아직 가족의 곁을 떠나지 않았을 때, 나이오비를 잠에 들게 할 때 마다 어머니는 험프티 덤프티란 마더 구스를 불러주었다. 상냥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체념조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는 소녀의 마음엔 점차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다. 

늘 그런식이었다. 나이오비는 가족에게 손찌검을 당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가족을 때리는 몰상식한 인간이 되기 싫단 도덕적인 이유와 나이오비에게 보복을 당하기 싫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지 않았다. 그 대신 철저한 무관심과 냉소로 그녀를 정신적으로
고립시켰으며 끝끝내 그녀의 손으로 가족과의 이별을 택하게 만들었다. 

나이오비는 그런 자신의 가족을 혐오했기에 가족과 관련된 모든 물건들을 자신의 불꽃으로 태워 버렸지만 머리 속에 남은 험프티 덤프티 만큼은 
지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기억 속에 철저히 박혀 밤 마다 어느샌가 험프티 덤프티를 흥얼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나이오비는 
이 마더 구스를 남들은 으레 가지고 있는 가족들과의 추억의 증거로 삼기로 했다. 

"....."

나이오비는 다시 한번 험프티 덤프티를 부르며 곤히 잠든 엘리의 머릿결을 쓸어주었다. 엘리 본인과 엘리를 맡긴 켐벨 부부에겐 미안한 일이었지만 
나이오비는 엘리의 모습에서 에밀리아를 겹쳐 보았다. 

가끔씩 에밀리아가 잠을 자는 도중에 깨어났을 때 나이오비는 에밀리아를 눕혀놓고 험프티 덤프티를 불러주며 에밀리아를 다시 잠에 들게 했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그 때의 나이오비는 자신의 어머니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하지만 자식에게 험프티 덤프티를 들려주는 이유 만큼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한번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이 마더 구스를, 나이오비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보내는 경고와 경멸의 의미로 속삭여 
주었던 반면에 나이오비는 에밀리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며 자신을 통제하는 의미로 불러 주었다. 

그런 의미로 불렀던 험프티 덤프티를 지금 다시, 비슷한 상황에서 부르고 있으니 만감이 교차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이오비는 엘리에게 보내는 
사과의 뜻으로 이마에 입을 맞춘 뒤 침실을 벗어나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으로 간 나이오비는 윗 선반에서 다 마시지 않은 술 한병을 꺼낸 뒤 얼음이 
든 잔을 들고 탁자가 있는 발코니로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탁자 위에 있는 스탠드를 켜보니 수식을 적어 놓은 노트가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나이오비는 피식 웃으며 노트를 첫 페이지로 펼친 다음 페이지에 적혀 있는 수식들을 하나씩 살펴 보았다. 

수학이란 학문을 접하게 된 이유도 보다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변하고 싶은 이유에서 였다. 모순 없이 철저히 진실만을 적으며 끝마무리 마저 
군더더기 없는 수학이란 학문은 그녀가 원하는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 중 하나였다. 

"후훗...." 

하지만 나이오비의 자조적 의미를 담은 웃음소리가 의미하듯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실력이 아무리 늘어도 바뀌는 것은 없었다. 자신은 여전히 
자그마한 감정 하나하나에 울고 웃는 나약하기 그지 없는 인간에 불과했다. 

나이오비는 잔에 술을 가득 차게 부은 다음 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셔 버렸다. 다 마신 뒤에서야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지만 나이오비는 이에 개의치 않는 듯 술을 잔에 가득 부은 다음 마시기를 몇번이나 반복했다. 그 광경은 마치 자신을 학대하는 것 같이 보였으며 심지어는 약간의 광기 조차 
느껴지는 듯 했다. 

"......" 

그녀 자신도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을 즈음 술을 다 채우지 못 한 잔에 언뜻 무엇인가 비춰져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나이오비는 몽롱한 시선으로 잔에 비친 형상을 들여다 보았다. 

처음에 비춰진 것은 자신의 가족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형제들 그리고... 에밀리아. 잔 속에 비친 에밀리아는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 장면과 같이 활짝 웃고 있었다. 나이오비는 당황한 나머지 다리로 탁자를 치고 말았고 에밀리아의 형상은 잔에 일은 파문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잔에 비친 형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잔에 일은 파문이 점차 진정되면서 형상은 점차 다른 모습으로 변해갔다. 나이오비는 에밀리아를 놓친 슬픔도 잠시 잊은 채 이번엔 무엇이 비치는지 확인하려 했다. 

"....." 

나이오비는 잔에 비친 형상을 보고 눈쌀을 찌푸렸다. 오토와 부처를 비롯한 여러 거머리들 같은 인간들의 모습이 비춰졌다. 무엇을 의미하는진 몰랐지만 몹시 기분이 상한 나이오비는 잔을 거칠게 흔들어 잔에 비친 형상을 흩어지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형상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점차 고요를 띄면서 새로운 형상이 잔에 비춰지기 시작했다. 나이오비는 이번엔 잔에 무엇이 
비춰질까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탄식이었다. 잔에 비춰진 형상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카인 스타이거였다. 그에겐 한 때 연모의 감정을 품고 있었고 지금에서 조차 그 감정을 존경이라 변명하며 애써 숨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속의 있는 그녀의 존재가 이를 허락치 않았다. 나이오비 또한 이 사실을 수긍하고 있었다. 그녀는 씁쓸한 기분을 뒤로 하며 다시 한번 잔을 흔들어 잔에 새로운 형상이 비치기를 기대했다. 


"....."

엘리의 얼굴이 잔에 비쳤다. 

나이오비는 비로소 지금까지 잔에 비쳤던 형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자신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지금 눈 앞에 있는, 술이 다 차지 못 한 잔과 같이 온전하게 이루어져 있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그저 사랑 받기만을 원했던 그녀는 계속되는 정신적 학대에 스스로가 가족의 구성원이기를 거부했고 자신이 어머니가 되어 새로운 가족을 만들었을 때엔 그 행복은 그녀가 제대로 누리지도 못 한 채 불에 타버리고 말았다. 

인간관계 또한 깔끔하지 못 했다. 타인과의 유대감을 소중히 여긴 그녀는 질 나쁜 이들이 내미는 손길 마저도 거부하지 않았고 결국 남게 된 것이라곤 타액처럼 질척거리는 관계가 실처럼 길게 늘어져 그녀를 옭아맬 뿐이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 조차도 온전한 자신의 것은 없었다. 타인의 것을 애정 어린, 그러면서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저 사람이 자신의 것이 되어 주기를 막연히 소망하면서 보상받지 못 할 사랑을 제공해 주기만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들에겐 돌아가야 할 사람의 품이 있었고 자신은 그 과정의 경유지 중 하나에 불과했다. 

나이오비는 다 차지 못 한 잔을 자조적으로 웃으며 바라보았고 이내 잔을 거칠게 내쳐 바닥에 떨어트렸다. 유리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발코니 아래로 잔에 담겨 있던 술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느 누가 그렇지 않겠냐만 그녀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남들 보다 많지도 않은, 단순히 분수에 맞는 행복을 누리면서 과거를 뒤돌아보는 순간 순간 마다 미소를 입에 담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 소원했다. 

몽롱한 시선으로 달을 올려다 보고 있는 그녀의 눈엔 어느샌가 눈물이 맺혀 있었다. 하지만 소리 내어 울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것은 에밀리아를 위한 최소한의 마음이었다. 에밀리아와 만났었기에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은 절대 불행하지 않다 
여기고 싶었다. 나이오비는 눈에 고인 눈물을 아무렇지 않게 흘려낸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망이 된 발코니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조소를 흘린 다음 마저 남은 잠을 청하기 위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발코니를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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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이 글 때문입니다. 

http://todayhumor.com/?cyphers_133003 

일단 글에 명시되어 있는 기간 내에 쓴 것은 맞긴 하지만 늦은 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이 점에 신청해주신 '암걸릴것같다' 님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어.. 많은 말씀 드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퇴고가 약간 덜 된 글이기 때문에 몇번 수정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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