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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키 165 어린시절 얻어 맞은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는다2.txt
게시물ID : readers_245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와룡대장
추천 : 0
조회수 : 38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3/27 23: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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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세월은 거슬러 올라 중학교 2학년 11월 어느 목요일

 

(날짜가 정확히 기억나는 이유는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이 첫 번째요. 중 1~2 때 매주 화 목 토 수학 과외를 받았던게 두 번째 이유다.)

 

그러니까 내 나이 열 다섯살 때.

 

내 나름대로는 꾸준히 자랐지만

 

또래 학우들에 비해 적게는 10cm 많게는 15cm 가까이 작았던

 

150대 초 중반의 키로 아둥바둥 학업에 매진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다.

 

우리 학교는 보통 6교시를 마치고 청소를 했다.

 

6교시 마치면 거의 3시 반을 지나 4시 가까이 되는데 늦가을 정도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 채비를 하면서 석양이  얼추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대다. 

 

늦가을 이 시간에 맑게 갠 하늘 한 귀퉁이에 붉게 타오르는 석양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내겐 '찬란하다'라는 표현이 모자랄만큼 멋지고 때로는 황홀하기까지 하다.

 

암튼 그 사건이 있던 날도 하늘이 맑게 개었는데 평소와 달리 대청소를 하라는 학주의 방송지시가 있었다.

 

난데없이 대청소를 하라는 방송에 나를 비롯한 사춘기의 아이들은 질겁을 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하지만 하기 싫다고 안 할 수는 없는 법.

 

각 반에서 힘 좀 쓴다는 애들은 급식실 윗층의 대강당으로 차출되어 교실과 복도 청소는 그들을 제외한 학생들이 맡게 되었다.

 

청소 지시는 다소 강압적 이었으나 그 과정에 있어서는 다분히 민주적이라고 느꼈던게

 

하고싶은 청소 구역을 거수로 분배하고 인기있는 구역은 가위바위보를 통해 담당자를 가려냈다.

 

나는 맑게 갠 늦가을의 높은 하늘과 그 안에서 붉게 타오르고 있는 노을의 운치를 만끽하고 싶었기에

 

내심 교실 창문을 맡고 싶었다.

 

허나, 신은 내게 석양 감상을 허락하지 않으셨다.

 

내가 맡은 구역은 다름아닌 복도. 그 중에서 빡세기로 소문난 수세미질 이었다.

 

좋은 볼거리를 놓친게 아쉬웠지만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기 위해 나는 미련없이 화장실로 가서

 

수세미, 세제, 양동이 그리고 대걸레를 들고 왔다.

 

그렇게 대청소가 시작됐다.

 

학생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맡은 바 구역들을 청소해 나갔고 나 역시 군말없이

 

묵묵하게 수세미로 복도에 덕지덕지 붙은 껌자국과 침자국들 그리고 쓰레빠 자국들을 지워나갔다.

 

시작은 다소 힘에 부쳤으나 청소란게 요령이 생기니 수월해면서 오히려 재밌어지기 까지 했다.

 

경쾌하게 팔을 움직이며 복도 바닥의 자국들을 하나씩 지워나가니

 

내 몸에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 마냥 개운하고 시원했다.

 

그렇게 한참을 복도 바닥과 시름하니 허리도 뻐근하고 팔도 저려오기 시작했다.

 

해서 조금 쉴 요량으로 기지개를 키며 옆 반 쪽을 넌지시 쳐다보았다.

 

근데 그 순간.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그때 까지 난 이것이 내게 지금까지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의 발단이 될 줄 꿈에도 몰랐다.

 

나와 눈을 마주친 아이는 다름아닌 자칭 일진 친구라는 놈이었다.

 

당시에 우리학교 일진은 세 부류로 나뉘었는데

 

첫 째가 우리 동네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구까지 이름을 날리는 짱들 

 

둘 째가 구 단위는 아니지만 각 학급에서서 싸움 좀 하던 중견 짱들

 

마지막이 담배와 인맥으로 일진 카르텔의 일원이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그 위치가 불안정하던 담배 시다들 이었다.

 

겉보기에는 다 같은 일진이었지만 철저하게 내 자신을 낮추고 눈치를 살펴야만 하던 나와 같은 찐따들에겐 그 위계가 분명히 갈렸다.

 

사실 나같이 왜소하고 그저 공부나 하던 샌님들에게 가장 무서운 놈들이 바로 담배 시다들이었는데

 

그 이유를 공감하는 애들도 있겠지만 이 놈들은 정말 정도껏 이라는 걸 모르는 놈들이다.

 

짱들하고는 웬만하면 트러블이 일어날 여지가 없고 짱들 자신들도 진짜로 수 틀리는 경우가 아니면 화를 잘 내지도 않거니와

 

애들을 이유없이 때리지도 않는다.

 

그 아래 중견 짱들 역시 웬만하면 트러블이 일어나지 않지만 가끔가다가 서열에 변화가 생기거나

 

조용히 지내지만 피지컬이 좋은 소위 말해 '잠룡'같은 애들한테 오지게 쳐맞을 때나 쌈박질을 했다.

 

근데 이 담배 시다들은 괜한 애들한테 시비를 걸거나

 

자기 전담 빵셔틀에게 굴욕적인 짓들을 하게하는게 비일비재하고

 

나같이 왜소한 애들을 난데없이 후려갈기거나 자빠뜨리기 일쑤였다. 

 

내가 느낀 그들의 모습은 시쳇말로 '탕아'와도 같았다.

 

최대한 그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매사에 신중하고 조심히 행동하면서 주변 눈치를 살피며

 

적어도 그때까지 교내에서 만큼은 처맞지 않고 무난히 학교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대청소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복도에 장시간 나를 노출시켜야만 했던 그 날.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던 것이다.

 

그와 눈을 마주치는 그 찰나의 순간이 마치 영겁의 세월처럼 길고 무겁게 느껴졌다.

 

아울러 지난 15년의 내 인생이 장면단위로 스치듯 지나갔다.

 

뒷골이 오싹했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눈을 내리깔고 내가 청소한 구역을 넌지시 바라보았다.

 

수세미로 문질러 동그랗고 뽀얗게 광이나는 복도 바닥과 그 위에 있는 나의 모습이 마치

 

조명이 꺼진 무대위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주인공을 비추는 한 줄기의 빛처럼 느껴졌다.

 

속히 그 자리를 떠야겠다고 직감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낯선 슬리퍼 하나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그 슬리퍼의 주인은 이내 매섭게 내 뒤통수를 가격했다

 

뒷골이 욱신욱신 저려왔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나를 사납게 내려다 보고 있는 눈과 마주쳤다.

 

아니나 다를까 방금 눈이 마주친 그 놈이었다.

 

"너 십1새1끼야 나 꼬라봤냐?"

 

주변은 삽시간에 조용해 졌고 모든이의 이목은 나와 그 놈에게로 집중됐다.

 

대사를 잊어버린 연극의 주인공이 아무렇지 않은 양 연기를 이어나가는 것 처럼 나는 애써 태연한 척 아니라고 했다.

 

그 순간 내 말과 태도에 화가 돋았는지 머리채를 부여잡고는 화장실로 나를 질질 끌어갔다.

 

이때 내가 느낀 감정은 창피, 수치심, 두려움, 공포 등 여러 감정이었지만

 

그 순간에는 무엇보다 안도감이 우선이었다.

 

이목이 집중되어 내가 처맞는 걸 친구들과 옆반에 있던 좋아하던 애까지 보게되는건 나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것 이었기에

 

그가 날 화장실로 이끈것에 대해 나는 안도감과

 

과장을 조금 더 보태 고마움까지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안 이라면 열 대

 

아니, 백 대쯤은 기꺼이 맞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 에게 황송할 따름이었다.

 

나는 백 대는 맞을 각오를 하고 화장실로 진입했다.

 

이내 내 머리채를 낚아 챈 손을 풀어놓더니 반대 손으로 내 뺨을 후려갈겼다.

 

야누비스의 창과도 같이 예공이 날카롭고 매서운 한 방이었다.

 

그의 날카로운 한 방에 내가 쓰고있던 안경은 화장실 귀퉁이로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그 순간이 너무 수치스럽고 창피했기 때문이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예상과는 달리 그는 내게 뺨을 후려갈긴 것 말고는 다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꼴아보면 그땐 진짜 죽여버린다는 엄포 뿐이었다.

 

무섭고 쪽팔렸지만 학원에서 쳐맞은 전력이 있기에

 

이번에도 역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바탕 휘몰아친 폭풍우는 이내 잠잠해졌고 남겨진 폐허에는

 

그저 화장실 거울에 비친 처량한 나의 몰골과 달아오른 따귀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울러 화장실 귀퉁이에서 그런 나를 불쌍한 듯 처다보고 있는 안경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그렇게 한동안 벙쩌있다가 정신을 부여잡고 다시 맡은 바 청소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건방지게 주인을 불쌍히 처다보고 있는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집어올리며 화장실 문을 개선장군마냥 당당히 나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대 조명 같이 번쩍이는 내 구역으로 가서 덤덤히 수세미질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그날의 대청소가 끝이 났지만

 

그날의 사건은 여전히 내 기억속에 남게 됐다.

 

아울러 늦가을 석양을 볼 때면 이따금씩 저려오는 따귀의 고통이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아직까지도 날 괴롭힌다.

 

오늘도 이렇게 난 상처로 얼룩진 지난날을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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