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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과 거짓
게시물ID : readers_245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김코노
추천 : 5
조회수 : 53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3/30 03: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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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주희가 벗는다


처음 만난 건 편의점이었다. "어서 오세요." 어색하고 쑥스러운 목소리. 화려한 옷차림에 수수한 태도. 겨우 묶이는 단발을 오른 귀 쪽에 묶고 있었다. 단정한 듯 특이한, 정상에서 조금 빗나간 그 머리가 좋았다.


주희가 눕는다


당구장과 피시방, 편의점이 있던 상가 건물 지하였다. "행복해." 손잡고 앉은 계단 구석에 담배꽁초 몇 개 버려져 있었다. 만난 지 두 달이었다. 살아온 게 너무 달랐다. 꿈만 없는 여자와 꿈만 가진 남자. 콘크리트 벽에 곰팡이가 스며 있었다. 우리였다.


어둠 속 입술을 찾는다


"아냐, 눈에 뭐가 들어가서 그래."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어떤 시를 설명해줬었다. 왜 여자친구 속상하게 하고 그래 내가 혼내줄게, 사장
님이 말했었다. 단골이었다. 말없이도 오래 눈을 마주칠 수 있게 되었다. 좀 걷다 들어가자. "사랑해."


여기저기 입 맞출 때마다 조금씩 움직인다


"괜찮아." 생일을 잊었었다. 시험 준비하느라 그런 거 이해한다 했지만, 며칠 동안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일 년 이 년 대화가 줄어갔
다. 일정을 잡지 않으면 새롭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안 만큼 놓치는 것도 많았다.


주희 몸에 들어간다


"또 뭐 하고 싶어?" 처음 바람 핀 다음 날이었다. 갑자기 찾아왔다. 유난히 챙겨주고 잘해줬다. 들키지 않았고, 묻지도 않았다. 그러나 알
고 있었다. 없으면 안 될 사이. 없었으면 하고 상상하는 일이 잦았다. 앞서 걷는 긴 치마 밑 못생긴 종아리가 눈에 띄었다.


주희 속에서 주희를 찾는다


"나 유학 가." 삶이 유한해야 의미 있다 했던가. 다시 행복해졌다. 매일 만나며 아쉬워했다. 모든 것은 과정이었고 시련이었다. 아이처럼 웃고 장난쳤다. 눈동자를 보며 여러 가지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다시.


생각이 없어진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 눈썹에 난 뾰루지를 긁을 때 나는 재채기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것들이 이어지는 생각에서 해방
된 자유 본능에만 따르는 노예 허락한 구속 칠흑 속 감각을 찾아 휘젓는 손


얼굴을 잡으려던 손에 물기가 닿는다. "아니야." 주희가 울고 있다. 고쳐 누워 안아준다. 왜 우냐고 묻지 않았다. 슬프지 않았다. 뭘까. 우린
뭘까. 사랑이 뭘까. 주희는 내일 떠난다. 사랑이란 단어는 너무 작은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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