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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 레이먼드 카버 (류시화 옮김)
게시물ID : readers_24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87kcal
추천 : 4
조회수 : 1072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4/01 10:2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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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페이스북에서 '아침의 시'를 연재하셨네요.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timeline?ref=page_internal
페이스북 같은 걸 잘 안해서 모르고 있었는데, 뭔가 검색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네요. 
가장 최근에 올려주신 편을 아래에 소개합니다.

--
비 오는 날의 시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하루종일 이대로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잠시 그 충동과 싸웠다
그러다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래서 항복했다 비 내리는 아침에
나 자신을 온전히 맡기기로
나는 이 삶을 또다시 살게 될까?
용서할 수 없는 똑같은 실수들을 반복하게 될까?
그렇다, 확률은 반반이다, 그렇다
- 레이먼드 카버 <비> (류시화 옮김)

휘트먼은 비를 '대지의 시'라고 했다. 세상을 순수하게 적시는 자연의 시.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리고 있다. 약간은 차가운 봄비다. 이런 날은 감기 핑계라도 대고 이불 속에서 뒹굴고 싶어진다.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는 것은 최고의 사치다. 이 시 속의 비도 왠지 봄비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봄비에는 그저 순종하고 싶어진다.
레이먼드 카버(1938~1988)의 시는 비 오는 날에 어울린다. 카버는 비가 많이 내리는 미국 오리건 주에서 가난한 제재소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9세에 세 살 어린 소녀와 결혼해 20세 무렵에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제재소, 집배원, 주유소 직원, 화장실 청소부 등의 일을 하며 틈틈이 대학에서 창작 과정을 들었다. 작가가 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30대에는 악화된 경제 상태, 아내와의 불화로 심한 알코올중독에 빠졌다. 3권의 시집을 냈으나 주목받지 못했다.
생계비를 버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던 카버는 일이 끝나면 집에 돌아와 차고에서 글을 썼다. 당장 글을 팔아 원고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단편소설을 주로 썼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가 흔히 만나는 웨이트리스, 버스 운전수, 정비공 같은 인물들이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쓴 결과 어느덧 단편소설의 대가가 되었다. 41세에 출간한 단편집 <제발 조용히 해 줘>가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이어 발표한 단편집 <대성당>이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면서 작가로서의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영화 <숏 컷>은 그의 단편소설들을 조합해 만든 것이다.
한번은 그가 작가 지망생에게 직업상의 비밀을 말해 주었다. '우선 살아남아야 하고, 조용한 곳을 찾아낸 다음, 매일 열심히 써라'가 그것이었다. 이 시 <비>는 오랫동안 계속된 알코올중독에서 마침내 벗어나고 아내와의 이혼으로 정신이 안정된 무렵에 쓴 시다. 이 시기의 시에는 인생의 혼란에서 벗어난 평온함, 회한, 상실감, 삶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우기 어려운 죽음의 예감이 담겨 있다. 얼마 후 폐암으로 세상을 떴다. 많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그 실수들을 저지를 확률이 반반이지만, 카버는 너무나 멋진 작품들을 썼다. 그로 인해 1980년대 미국 문학은 단편소설 르네상스를 맞이했다. 더 살았으면 노벨문학상을 탔을 확률이 절반 이상이라고 평자들은 말한다. 인생의 실수, 그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출처 https://www.facebook.com/poet.ryushiva/timeline?ref=page_inte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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