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조세연구원이 23일(화) 정부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2013년도 세제 개편안 공청회를 엽니다. 며칠 전 <서울경제신문>이 그 내용 중 일부를 입수해서 보도했는데요. 조세연구원의 세제 개편안에는 주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 있나요?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개편안에는
부자들의
세금은 줄이고 서민들의 세금은 늘리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즉 부자들의 세금인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그리고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 담뱃세, 주세, 그리고 근로
소득세 부담을 더 늘린다는 것인데요. 앞으로 상당한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2. '부자 감세, 서민 증세'는 MB 정부의 강만수 전 장관이 지향했던 정책인데요. 그런데 강 전 장관도 부자 감세만 실천하고 서민 증세는 실천하지 못하지 않았나요?
⇨ 서민들의
저항이 두려워 강만수 전 장관도 서민 증세는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박근혜 정부가 기어코 강만수 전 장관의 서민 증세 정책을 실천할 모양입니다.
3. 조세연구원과 정부가 만들고 있는 세제 개편안 중에서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은 어떤 것입니까?
⇨ 부가가치세
인상과
법인세 단일 세율화가 가장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전자는 영세한
중소기업과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후자 또한 영세한 중소기업에는 핵폭탄과 같은
충격을 줄 것입니다.
4. 조세연구원과 정부가 강만수 전 장관의 소신을 추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들은 왜 그렇게도 부가가치세 인상에 관심이 많은 겁니까?
⇨ 이들은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를 지향했던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가 옳았다는 신념이 아주 강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영국 대처는 재임 기간 동안 부가가치세를 2배나 인상해서 빈부 격차를 심하게 악화시켜 놓았는데요. 어쨌든 조세연구원의 일부 연구자들과 정부의
경제 관료들 중 상당수가 레이건과 대처의 이념을 과도하게 추종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5. 대기업들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부가가치세 증세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가 뭡니까?
⇨ 전경련 입장은 단순명료합니다. 증세를 안 하는 게 좋지만 정부가 굳이 증세를 하겠다면 자신들에게 부담이 적게 돌아가는 부가가치세 증세를 하라는 겁니다. 이것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철회나 증세를 피해 가기 위한 꼼수로 풀이됩니다.
6. 부가가치세 인상론을 펴는 학자들은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이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낮다고 주장하지 않나요?
⇨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은 10%입니다. 반면 OECD 회원국들 평균은 17%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을 올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국가 간 세 부담을 비교할 때는 조세부담률, 즉 조세부담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는 게 옳은 겁니다. 2009년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
사회보험료 포함)은 25.5%로 OECD 평균 33.7%의 76/100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해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소비세 부담률은 8.2%로 OECD 평균 10.7%의 77/100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세율이 다른 OECD 회원국들에 비해 낮다는 이유로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의 우선적인 증세를 주장할 명분은 없습니다.
7. 조세연구원과 정부는 또 현재 3단계인 법인세 과세 표준 체계를 단일 세율로 단순화한다고 합니다. 이 개편안이 원안대로 실현되면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은데요. 정부의 법인세제 개편안,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과세 표준 체계는 3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즉 과세 표준(법인의 경우 세전 소득 총액과 거의 유사) 2억 원 이하 구간에는 11%의 세율, 2억 원~200억 원 구간에는 20%의 세율, 200억 원 초과 구간에는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이 3단계 구간을 없애고 단일 세율을 적용한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법인세제 개편안은 사대주의에 심하게 중독된 학자들과 관료들이 낳은 촌극인데요. 정부의 개편안이 원안대로 실현될 경우 중소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과 다른 특수성이 많기 때문에 현행 3단계 체계를 굳이 단일 세율로 단순화할 필요가 없습니다.
8. 우리나라의 특수성이란 어떤 것을 말합니까?
⇨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서 기업 간 양극화가 매우 심합니다. 선진국들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종사자 1인당 소득 격차가 심한 나라도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대기업 제조업체와 중소기업 제조업체의 1인당
급여 비율이 100대 50 정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0대 30도 안 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법인세 세율의 누진성이 선진국보다 더 강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주변 학자들이 주장하는 법인세 과표 체계 단순화 논리는 론스타와 같은 투기 자본들이 선호하는 논리일 뿐, 대한민국 국익에 부합하는 논리는 아닙니다.
9. 정부 주장처럼 법인세 과표 체계를 단일 세율로 단순화할 경우, 전체 세수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 앞에서도 소개했듯이 현행
제도는 과세 표준 2억 원 이하 구간에서 11%의 세율, 2억 원~200억 원 구간에서 20%의 세율, 200억 원 초과 구간에서 22%의 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단일 세율로 단순화하면 어떻게 될까. 단일 세율을 11%로 바꾸면 아마도 20조 원 이상의 세수 감소 현상이 나타날 겁니다. 정부가 20% 정도의 단일 세율을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 겨우 세수 감소를 면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20% 단일 세율을 유지할 경우, 지금 22% 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대기업들은 큰 이익을 얻게 되겠지만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겁니다. 이들이 사대주의자들의 말도 안 되는 촌극의 희생양이 되는 겁니다.
10. 다른 세목들도 살펴보지요.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한다고 하는데요. 이 정책은 지자체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됩니까?
⇨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만들 때 그것을 국세로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 조세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여 부유한 지자체와
가난한 지자체의 불균형을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박근혜 정부는 그것을 지방세로 전환한다고 합니다. 만약 정부가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 부유한 지지체들은 콧노래를 부르겠지만 가난한 지자체들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될 겁니다. 종합부동산세에 관한 한 현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 더 퇴행적이라는 비판도 받을 것이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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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11.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 각 지자체들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나요?
⇨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우 시·도별(시·군·자치구 포함)로 각각 200억~1000억 원의 세수 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반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집중된 수도권 지자체들은 수천억 원의 세수 증가 현상이 나타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정부가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지방세로 전환할 경우입니다.
12. 정부는 또 부자들의 세금인 상속증여세도 줄여 준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상속증여세 1년 세수는 3조 원 정도 되는데요.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과세로 연간 1000억 원도 제대로 징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둘러 상속
증여세 감세를 추진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원칙한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13. 정부는 또 부자들이 주로 내는 양도소득세 세율도 누진 세율에서 비례 세율로 바꾼다고 하는데요. 이런 정책은 적절한 것입니까?
⇨ 양도소득세 세율을 비례 세율로 바뀌면 고가
주택 등을 사고팔 때
양도세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인데요. 정부의 이와 같은 양도소득세 체계 재편은 순기능보다 역기
능이 더 클 것입니다.
14. 양도소득세 체계 재편의 역기능이 더 크다고 보는 근거가 뭡니까?
⇨ 그렇게 보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이런 양도소득세 체계 재편이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를 급속히
심리적으로 퇴행시킨 강남-강북 분리 현상을 더욱더 심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계층에 따라 주거 지역이 분리되는 현상은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주거 지역과 흑인 주거 지역이 분리되는 것과 같이 매우 퇴행적인 현상인데요. 과거에 그나마 양도소득세 누진 세율 체계와 같은 장치가 이런 퇴행을 막아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정부가 이렇게 양도소득세 체계를 재편하려는 것은 강남 부촌 지역 부유층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정부의 이번 양도세 개편안은 적절한
대안이 아닙니다.
또 다른 하나는 양도소득세 체계 재편이 무원칙한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부동산 침체기에 양도세를 감세하는 형태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과거에
매입한 고가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감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 매입하게 될 고가 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감세하는 것입니다. 부동산 하락기에 전자는 경착륙을
유도하고 후자는 연착륙을 유도합니다. 전자의 경우 양도세 때문에
매도를 못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매도가 쉽도록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입니다. 정부가 매물 폭탄을 부르는 셈입니다. 이렇게 매물 폭탄이 터지면 시장은 더 냉각됩니다. 반면 후자의 경우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면해 주면 정부가 주택
매수에 따르는 미래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되므로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기여합니다. 따라서 정부가 무원칙하게 양도소득세를 누진 세율 체계에서 비례 세율 체계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 침체기에 새로 매입하게 될 고가 주택에 대해서만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감세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5. 조세연구원과 정부는 또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조세연구원은 전경련 주변 학자들의 요청에 따라 소득세 과표 구간을 물가상승률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이 방안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입니다. 현행 우리나라 소득세 과표 구간은 선진국에 비해 저세율 적용 구간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GDP 대비 소득세 부담률(2009년 3.6%)이 OECD 평균(2009년 8.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경련 주변 학자들은 물가상승률과 연동하여 저세율 적용 구간을 지속적으로 높여서 부유층이 지속적으로 저세율 적용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국민들과 정부는 이들의 주장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16. 정부는 또 소득세 면제자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소득세 면제자를 줄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전 계층 근로자의
소득 공제를 줄이면 됩니다. 이 정책의
방향은 옳은 것입니다. 그동안 고소득층들은 자신들만 소득세를 내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해왔습니다. 이제는 서민들도 소득세를 몇 푼이라도 내서 고소득층들의 이런 불만을 해소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전 계층 근로자의 소득 공제를 줄이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의
소득공제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에
저소득층에게는 이익입니다. 소득세 소득 공제 감축이 서민들에게 끼치는 영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고소득층들의 불만을 해소해 줄 수 있습니다. 둘째, 고소득층의 조세 감면 혜택을 많이 줄여서 서민
복지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면 서민들에게 이익입니다. 셋째 고소득층의 조세 감면 혜택을 많이 줄이게 되면 서민들은 자신들이 많이 내야 하는 간접세, 예컨대 부가가치세를 많이 내지 않아도 됩니다.
17. 정부는 또 이번 기회에 담뱃세도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만약 정부가 담뱃세
물가연동제를 시행한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 세금을 파격적인 수준으로 올리고 부자 감세를 감행한다면 국민들의 많은 저항에 부딪힐 겁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서 담뱃값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도 국민들 건강이 걱정된다면 담뱃갑에
폐암 등을 경고하는
사진을 먼저 붙이도록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몇 십 년 동안 담뱃값에 경고 사진 한 장 붙이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정치인들이 담뱃세부터 올리자고 합니다. 명분 없는 태도입니다.
18. 정부는 이와 같은 세제 개편을 통해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인데요. 이것이 가능할까요?
⇨ 결국 정부는 부자들의 세금인 양도소득세와 상속세, 그리고 법인세 부담을 줄이고,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 담뱃세, 주세, 그리고 근로소득세 부담을 더 늘려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린다는 것인데요. 결국 부자들 세금은 줄이고 서민들 세금인 부가가치세를 큰 폭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저는 지난해 12월 16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박근혜 복지 예산이 12조 늘어난 비결, 알고 보니…)에서 이런 사태를 예상한 바 있는데요. 이런 예상이 8월 초에 발표될 2013년도 박근혜 정부 세제개편안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19.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서민의 세금인 부가가치세 증세를 염두에 두고 대선 공약을 준비하고 또 발표했다는 것인가요?
⇨ 99% 이상 확실합니다. 새누리당은 4.11총선 당시 매년 15조 원의 복지를 추가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런데 8월 중순 어느 날 갑자기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매년 27조 원의 추가 복지를 공약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왜 12조 원의 복지를 추가하게 되었는지 아무런
배경 설명이 없었고, 또 아무런 지출 계획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가 12조 원의 부가가치세 증세를 염두에 두고 대선 복지 지출 공약을 발표하되, 서민들의 저항을 우려하여 이를 숨겼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추세로 보아 서민들의 세금인 부가가치세 세율을 현행 10%에서 12%로 올리면 세수가 12조 원 정도 확보됩니다.
20. 대선 과정에서 당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도 부가가치세 인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지요?
⇨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가가치세 인상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부가가치세 세율을 조정하고 조세부담률을 어느 정도 인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일은 그다음 날 일어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보수성이 강한 신문 중 하나인 <
한국경제신문>이 '김종인 증세론, 본격적으로 토론해보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부가가치세 증세론에 화답하고 나온 겁니다. 역시 돈이 많은 사람들은 '돈
냄새'를 잘 맡습니다. 서민 증세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큰 이익이 되는지 바로 알아차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