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뼈가 휘어있어서 숨쉬기 힘들다는 진료는 몇 년 전부터 받았지만, 시간과 재정적 여유와 굳이 해야 될 필요를 못 느껴서 지금까지 미뤘습니다.
그러다 이제 못하던 나중엔 더더욱 못하게 될까봐 큰맘 먹고 했습니다.
오늘로 수술 후 3일차 됐습니다.
수술 전부터 지금까지 간단하게 적겠습니다.
수술 전
남들 다하는 수술이고, 이미 수술한 친구도 강력 추천했기에 별로 긴장 안 됩니다.
수술 전 입원
저는 추천받아서 역삼동 ㅎㄴ이비인후과에서 했습니다.
수술 전날 오후 4시까지 입원했으며, 입원 후 간단하게 검사를 합니다.
그리곤 몇 일전 내과에서 진행했던 소변검사 결과를 듣고 입원 수속을 합니다.
입원 수속을 하면서 무통주사를 맞을 것인지 아닌지를 선택합니다.
가격은 대략 9~12만원으로 적혀있습니다.
저녁 나옵니다. 병원 밥이라서 그저 그렇습니다.
간호사분들 엄청 친절하십니다.
간단히 항생제 검사와 내일 수술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습니다.
수술 당일
아침 7시 30분 수술이어서 새벽 5시부터 일어나 주사를 맞습니다.
시간이 되면 수술실로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콧속에 마취 솜을 집어넣습니다.
이때부터 후회합니다.
‘아 하지 말걸’
수술은 국소 마취와 수면 마취 둘 다 함께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곤 좀 더 대기 후 수술 방에 직접 걸어 들어가며 수술 침대까지 직접 올라갑니다.
의사 선생님이 직접 머리에 비닐모자(?) 같은 것을 씌어주시며 얼굴에 천을 덮습니다.
그리곤 눈을 감았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일어나랍니다.
네, 수술이 끝났습니다. 시간은 1시간 정도 흘렀습니다.
그리곤 방에 돌아갔는데 어떻게 돌아갔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사실 일어난 곳이 방인지 수술 회복실인지도 기억이 안 납니다.
병실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하며 정말 짧은 시간동안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정신은 또렷하지만 많은 말을 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아직까지 수술을 했다는 느낌보다는 코 속에 솜이 잔뜩 있어서 불편하다는 느낌만 강합니다.
점심 식사가 흰죽과 몇 가지 반찬으로 제공되지만, 삼킬 수가 없어서 못 먹었습니다.
사실 뭐든 먹을 수 있는 상태이지만, 코가 막힌 상태에서 뭔가를 삼키려고 하니, 압력(?) 때문인지는 몰라도 귀가 멍해지면서 아파옵니다. 코도 많이 불편하구요.
오후 2시쯤 퇴원하는데, 이때까지 정확한 비용을 말 안 해줬습니다.(대략 80~90정도라는 설명만 했습니다)
코를 막는 솜을 주는데 많이 줍니다. 계속 흐르는 피 때문에 솜을 계속 갈아줘야 됩니다.
입으로만 숨을 쉬니 입은 말라가고, 코 수술을 했는지 치아 수술을 했는지 모를 정도로 치통이 옵니다. 두통도 조금은 있습니다.
생각보다 코의 통증은 없습니다. 지금도 코 수술을 했는지 가끔 자각을 못합니다.
밥 먹기도 힘이 듭니다. 침을 삼키기만 해도 고막에 통증이 오고 코를 압박해서인지 아니면 콧속의 솜이 반대로 압박을 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삼키기 힘들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고 못 마십니다.
코가 울려서 말도 잘 못합니다.
집에 와서 거울로 보는 모습이 어색합니다.
평소보다 2배 정도로 커진 코를 보며 낮아지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하루종인 반쯤 멍한 상태로 지내는데, 아직 입으로 숨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인지 이런 저런 불편한 점이 생겨납니다.
그리곤 수술을 선택한 것을 집에 와서도 후회합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지는 몰랐습니다.
별로 큰 고통 없다는 후기들 다 뻥입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만, 현실에서는 너무 힘듭니다.
정말 아픈 것 보다는 숨을 못 쉬는 것이 너무 불편합니다.
저도 코가 자주 막혀서 입으로 숨 쉬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밤이 되서 잠을 자고 싶어도 잠을 잘 수 없습니다.
누워서 자는 것은 시도도 못하며 앉아서 잠을 청합니다. 하지만 30분 간격으로 깨며, 진짜 진지하게 응급실에 달려가서 콧속의 솜을 빼달라고 할까를 생각합니다.
그리곤 이것도 이렇게 힘든데 양악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밤새 비와 콧물에 젖은 솜을 갈아 껴주며, 수술 당일이 끝납니다.
수술 후 1일
잠도 못자고 밥도 못 먹고 하루 종일 멍합니다.
나름 침이라도 삼키는 법을 연구해 보지만, 소용없습니다.
낮은 그래도 버틸 만합니다. 하지만 1분이 10분 정도로 흘러갑니다.
오유의 다른 글 댓글에 달려있던 ‘아프니까 병원이다’의 내용이 이해가 갑니다.
정말 하루 종일 솜을 갈아 끼며 솜을 빼준다는 내일을 기다립니다.
그리곤 익숙해 졌는지 조금씩 정말 조금씩 물과 맑은 죽을 삼키게 됩니다.
(사실 약 먹으려고 억지로 먹는 겁니다. 전 초콜릿을 먹었습니다.)
점점 익숙해 졌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큰 오산입니다.
밤이 되면 다시 너무 힘듭니다.
아무 것도 못합니다.
졸려도 못잡니다. 약에 항히스타민이 있어서 먹으면 약기운에 조금은 잘 수 있지만, 금방 깹니다.
입으로 숨을 쉬다가 숨을 못 쉬어서 깨어나기를 반복합니다.
다시 한 번 건강한 육체와 삶의 감사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곤 또 다시 응급실에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수술 후 2일차
드디어 병원에 갑니다.
의사 선생님이랑 만나서 가장 큰 심지를 뺍니다.
뇌가 뽑혀 나온다는 후기 때문에 걱정했습니다만 큰 고통은 없었습니다.
세상 살 맛납니다.
코 속이 시원해져 옵니다. 물론 아직 코로 숨을 못 쉽니다.
왼쪽이 좁아서 수술했는데 왼쪽만 시원합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가자마자 밥을 먹습니다.
진짜 와구와구 먹었습니다.
여전히 밥 먹으면서 숨쉬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간짜장을 시켜 먹었습니다.
하지만 맛을 못 느낍니다.
아직 말할 때 코에 무리가 가서 말을 잘 안하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좋아졌습니다.
잠은 누워서 자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자꾸 잠에서 깹니다.
입은 계속 말라가고 입을 벌린 체 잠을 자니, 자다가도 이상한 소리를 냅니다.
일어나면 입 주위에 침자국도 생깁니다.
그냥 거지꼴입니다.
아직까지는 코앞의 솜을 계속 갈아줍니다.
수술 후 3일차
다시 병원에 갑니다.
그리곤 코 속에서 솜을 뺍니다!(전 2일차에서 솜을 다 뺀 줄 알았습니다.)
이때 뇌가 뽑혀 나오는 기분이 언뜻 나지만 좀 불편한 정도입니다.
지혈 솜을 넣고 코를 틀어막으며 집에 갑니다.
아직도 코를 막고 있는 솜에 피와 콧물이 묻어 나오기에 갈아 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입으로 숨쉬기에 여전히 입은 24시간 말라있습니다.
이것이 현재의 제 모습입니다.
혹시라도 저처럼 오유에서 검색을 해보다가 내용이 없어서 블로그만을 믿는 분이 계실까봐 글을 씁니다.
매번 갈 때마다 진료비와 주사비(항생제)가 나옵니다. 17000원 정도입니다.
지금도 성형 수술을 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