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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눌리는 집 -2 (안 무서움 주의)
게시물ID : panic_870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언제꿀떡먹나
추천 : 22
조회수 : 227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4/03 00: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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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odayhumor.com/?panic_87054  전편



원래 꿈을 많이 꾸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그 집에 살면서 꿈도 자주 많이 꾸기 시작했고 대부분 악몽이었다. 


전편에 썼던 대로 우리집은 몇 년 사이에 줄초상을 치렀었는데, 

그 전에 항상 이빨이 몽창 빠지는 꿈을 며칠에 걸쳐 꾸었다. 


할머니 돌아가실 때는 돌아가시기 며칠 전부터 계속 위쪽 어금니가 빠지는 꿈을 꿨는데, 

며칠 동안 꾸면서 아무일도 없기에 괜찮은 줄 알았는데, 

한 번은 위쪽 어금니를 시작으로 윗쪽 이가 몽창 다 빠지는 꿈을 꾸고 이틀 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리고 삼촌과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에도 피는 하나도 나지 않는데 

꼭 이빨이 몽창 빠지는 꿈을 꾸곤 했다. 



불면증에 시달리며 깊게 잠들지 못하고 언제나 반수면 상태로 

자도 잔 것 같지 않는 밤들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나의 밤은 도미노 블록이 차례차례 쓰러지듯 스르륵 잠들지만, 

잠이 채 들기도 전에 쓰러진 블록들이 다시 하나씩 거꾸로 일어서듯 

발 끝부터 머리 끝까지 순식간에 모든 신경이 곤두섰다. 


닭살이 오르고 머리카락도 마지막 한올까지 모두 쭉쭉 뻗기 시작하면 곧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아, 또 시작이군. 오늘은 그냥 넘어가길 바랬건만..'


태연한 듯 이렇게 생각하지만, 전혀 태연할 수 없었다. 

수년에 걸쳐 악몽과 가위는 업그레이드되고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발끝에서 형체 없는 무언가가 스르륵 내 몸을 스치며 감싸 오르기 시작했다. 

감싸 오르던 그 무엇은 내 몸을 감싼 채로 서서히 조여왔다. 

구렁이인지 뱀인지 알 수 없는 그것은 온몸의 숨구멍을 막아 목을 죄이며 곧 죽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때까지 괴롭혔다. 


'이렇게 사람이 죽는구나.'


끝까지 사투를 벌이다가 체념을 하면 그것도 나를 놓아줬다. 

그렇게 죽을 만큼만 괴롭히고 다시 숨통을 놓아주는 것으로 반복했다. 

급기야 구렁이가 몸을 타는 느낌이 들면 체념하여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단계에 이르자 

같은 방법으로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았다. 

익숙해질 때까지 괴롭히고 저항을 포기하면 곧 강도를 높여 괴롭혔다. 


다음엔 커다란 망치가 내 가슴에 못질을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언가 묵직한 것이 일정한 속도로 가슴을 내리쳤다. 

그 무엇이 내 가슴으로 꽂히는 그 순간에 가속도가 느껴졌고 

심장이 바스러지는 고통도 느꼈다. 

하지만 죽진 않았다. 아니 죽이지 않았다. 

처음엔 그렇게 촉감을 자극하는 공포였다. 

촉감을 자극하는 공포에 익숙해지자 그들은 청각을 동반하기 시작했다. 



거실에 모로 누워 잠들었고 잠들자마자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손가락들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사뿐히 내려앉았다. 

사뿐히 내려앉은 손가락들은 서서히 짓누르듯 그 자리를 파고들었고, 

모로 누운 나에게 일제히 힘을 주어 뒤로 나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들려오는 웅성거림. 

시장 바닥처럼 많은 사람들의 작은 웅성거림으로 시작하다 

점점 소리가 커지면 한 마디 한마디씩 귀에 꽂혀 들리기 시작했다. 


"빨리 돌려. 돌려."

"고년 은근히 버티네."

"버텨봤자 소용없어 이년아. 포기해."

"어서 포기해. 그래야 다음으로 넘어가지."

"아, 약 올라. 오늘은 이년 얼굴 좀 봐야겠네."

"니년 내가 오늘 눕히고 만다."

"야. 이 년 주기도문 왼다. 낄낄낄"

"소용없어. 그딴 기도문 따위. 깔깔깔"


십 년 전에 교회를 다닐 때 외워두었던 주기도문을 외워도 소용없었다. 

나를 두고 그들은 끊임없이 지껄였고 모로 누운 나를 뒤집으려 안간힘을 썼다. 

나를 뒤집어 놓고 뭘 하려고?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잠을 깨든, 눕혀지지 않고 버티든, 싸워야 했다. 

이렇게 몇 시간을 싸우고 겨우 잠에서 깨면 겨우 십여분 지났을 뿐이었다. 

그러면 그날은 밤새 다시 잠들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아래 그림 참고)


여느 때처럼 거실에 누워 있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분명 잠이 들었는데 현관 밖으로 대략 100미터부터 투시되어 보였다. 

왕복 4차선 도로에 지나가는 차도 한대 없는 그 어두운 밤, 

무더운 여름날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사람의 형태로 주변이 투명하게 울렁이고 있었다.

 

그것은 그대로 서서 우리 집을 한참을 노려보더니 순식간 빌라 입구를 거쳐 현관 앞까지 도달했다. 

문을 여닫는 소리도 없이 나타난 그것이 곧 제 모습을 드러냈다. 

형형색색의 넝마 같은 옷을 대충 걸치고는 괴랄한 춤을 추며 웃고 있었다. 

흰 눈동자가 없이 온통 검은 눈을 하고는 귀까지 찢어진 입으로 웃으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어그적 어그적 춤을 출 때마다 방울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한 동안에 내 앞에서 춤을 추다 곧 거실 끝의 부엌 쪽으로 움직이며 춤을 추고 있었는데, 

춤을 추면서도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웃으며 춤추는 그 모습이 너무 괴랄하기도 했지만, 무서워서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 미친x은 목을 360도로 꺾거나 

허리를 360도로 돌리고 팔다리를 늘렸다 줄였다 하며 각기춤을 추었다. 

그 모습이 해괴해서 그것이 들고 있던 것이 칼인지 창인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력을 다해 도망가려고 몸을 움직였고 각고의 노력 끝에 겨우 상체를 일으킬 수 있었다. 

내가 상체를 일으킨 그 순간, 

그것이 추던 춤을 멈추더니 끼기긱하고 손톱 긁는 소리를 내더니, 

천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머릿속에서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그 순간 본능적으로 밑을 내려다봤는데, 

또 다른 내가 곤히 자고 있었다. 


'이게, 뭐지. 대체 뭐지?'


너무 당혹스러운 마음에 그것을 쳐다보니, 

그것이 방심한 토끼를 노리는 맹수처럼 내게 달려들었다. 

눈을 질끈 감고 자세를 낮추었는데 누워 있던 나와 다시 하나로 뒤섞였다. 

그리고 몽롱한 상태가 되면서 굉장한 이명현상이 일었다. 

고막이 찢어질듯한 괴이한 소음에 그것도 사라지고 나도 곧 잠에서 깨어났다. 


완전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분적인 유체이탈을 경험한 뒤로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워 항상 잠들지 않으려 버티고 버티다 쓰러져 잠들었고, 

그때마다 몸은 잠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바람에 정신이 잠들지 못해 

가위에 눌리는 미련한 반복 속에 살았다. 

그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주기도문 외우는 것뿐이었는데, 

처음에 한두 번은 먹히더니 그 이후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기도문을 외우려면 시시덕거리거나 깔깔거리는 비웃음이 커지기만 했다. 


그것에게 주기도문이 토하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 번은 수도원에 방문한 적이 있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얼핏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귀신이나 나쁜 영은 바다를 건널 수 없어서 비행기를 타고 멀리 떠나면 

더 이상 그것에게 시달리지 않는다고.


사실 모르겠다. 

각기 춤을 추던 그것이 나를 따라 유럽까지 어떻게 따라왔는지, 

아니면 스페인 버전이었는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미국을 가려면 태평양을 건너야 하지만, 

유럽은 중국과 유라시아 대륙 위를 지나쳐 오니 바다를 건널 필요가 없었다.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유럽은 결국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스페인에서 덮쳤던 그것은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날 나는 천정이 꽤 높은 수도원의 방을 하나 얻었다. 

겨우 9월 초라 스페인은 여전히 더운 날이었는데, 

그 수도원은 들어설 때부터 서늘한 기운이 무겁게 깔려있는 곳이었다. 

유럽이 의례 그러겠거니 했는데, 알고 보니 수도원 뒤쪽으로 산이 있었다.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 속에서 눈은 순식간에 적응하여 사물을 구분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한들, 어떻게 천정에 그려진 벽화까지 다 보였을까.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넉 놓고 보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아무래도 수도원이라는 장소가 내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어떤 의심을 하지 않게 했던 것 같다. 


한 동안 천정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있었는데, 

작은 점이 점점 크게 번지면서 그림 전체가 작은 블랙홀처럼 변형되었다. 

예전에 집에서 유체이탈을 경험했던 그 날처럼 블랙홀과 그 주변은 울렁이기 시작했다. 

꾸물거리던 그곳에서 갑자기 커다란 무언가가 불쑥 튀어나와 순식간에 나를 향해 돌진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내 앞에 반구의 형태로 얇은 보호막 같은 것이 쳐졌다. 

그 보호막은 내 눈에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내 앞에서 나를 보호하고 있다고 느껴졌으나,

거칠게 밀어붙이는 그 무언가의 압력에 따라 내 코나 눈 앞으로 밀고 들어왔다가 튕기기를 반복했다. 

나도 마냥 가만히 있던 것은 아니었다. 

본능적으로 보이지도 않는 그 막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내게 돌진하는 그것을 밀어냈다. 

그렇게 꽤 오래 사투를 벌이다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속삭임에  그것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던 그것은 블랙홀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갔고

동시에 나를 감싸고 있던 그 막도 서서히 풀리면서 정말로 눈이 번쩍 떠졌다. 


눈을 떴는데도 주변에서 느껴지는 살기가 너무 두려워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래도 눈을 꿈뻑이며 몇 시간 동안 침대 위에만 있었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사투였다. 



내가 살던 그 집에 우리가 이사 들어가기 전에, 

그 집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누가 어떻게 급사를 했기에 그 집은 그렇게 헐값에 매매되었던 것일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유독 그 집만 어두컴컴하고 음기 가득한 채로. 





- 굵직했던 기억만 풀어봤어요. 
쓰면서 보니 공겐데 너무 안 무서운거 같아서 ㅠㅠ 
괜히 설레발만 잔뜩 쳐놓은 거 같아서 죄송스럽네요 ㅠㅠ

그 집에 사는 동안 저만 유독 가위를 심하게 눌렸구요. 
전편에 썼던 대로 저는 잠귀가 굉장히 어두운 편이라 악몽도 꾸지 않고 살았었거든요. 
그렇게 수년을 그 집에서 시달리다가, 
그 집을 이사 나오고 나서부터는 생명의 위협을 느낄 만큼 심한 가위나 악몽은 꾸지 않았어요.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그게 내 마음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쁜 기운은 공포와 두려움을 먹고 자라나는 것 같아요. 
마음이 편해지면서 악목이나 가위가 눈에 띄게 줄었구요. 
요즘은 1년에 한 두번 정도로 (예전에 비하면) 거의 없어요. 
그 1년에 한 번 정도도, 
그냥 구석에서 누군가가 신문지나 비닐 봉지를 사정없이 구겨대고 밟아대는 소리가 들리다가
곧 잠잠해지는 정도에요~

그림 두 장 올려 볼게요. 그리느라 2시간 동안 개고생했다는 ㅠㅠ
이해하시는데 참고 되실지도 몰라요~


집 구조.jpg
집 구조가 확대하면 이렇게 생겼구요. 

따라오는 라인.jpg
출처 내 기억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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