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집에 피시 한 대도 귀했던 시절에
집에 컴퓨터가 4대 있었어요.
어렸을 땐
못사는 우리집에 컴퓨터가 6대 있었다는 사실이
되게 아이러니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조금 드니깐 알겠더라고요.
컴퓨터 뿐만이 아니었어요.
장난감도, 책상도, 책도
모두 형제 따로따로 있었어요.
아버지 물건이 있고,
어머니 물건이 있고,
내 물건과 동생 물건이 있었어요.
주위에선 무슨 돈이 그렇게 남아서 쓰냐고 그랬었죠.
그런데 제 물건을 갖게 되면서
한 가지 습관이 들었어요.
'내 것이 아닌 물건은 절대 만지지 않기'
그게 저희집의 암묵적인 룰이었어요.
그래선지
저는 아버지 휴대폰, 컴퓨터는 물론이고
아버지 서랍장이나 책장도 함부로 열지 않았어요.
열어봐서 혼 난 적도 없지만,
매번 어머니는 "아버지 물건이니 혹시라도 만지지 말아라"라고 했었고,
저 역시 만지고 싶다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었어요.
내가 내 물건을 갖게 되니
상대방의 물건이라는 개념이 생기더군요.
애들이 비즈니스 하는 것도 아니고, 과제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개별 컴퓨터를 마련해주었는지 새삼 알게 됐어요.
내 것이 소중하면, 남의 것이 소중한 법이고.
그러다보니 저는 제가 싫은 일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약속을 잘 지키는 이유도 너무 단순해요.
누군가 저와 한 약속을 어겼을 때, 제가 화나니까요.
그러다보니 어떤 일이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꽤 지나서 알았어요.
왜 그때 '내 물건'을 따로따로 그렇게 만들어주셨는지.
왜 동생 물건이라고 함부로 쓰면 안 되고,
왜 가족이라고 해서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지...
가끔 요즘 친구들이 제 것은 소중하지만,
남의 것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 것이 소중한만큼, 다른 사람 것도 소중하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