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는 곰돌이라고 하는 스무살된 진돗개가 있습니다.
20년을 살았으니 이제는 사람나이로 따지면 90살쯤 된다고 하네요.
20년전 곰돌이 엄마인 곰순이가 다섯마리 새끼를 낳았어요,
그중 네마리는 시골로 분양이 되었고 날때부터 약했던 곰돌이는
곰순이가 돌보지 않아 제가 방에서 건강할때까지 키워서 내보냈죠.
오래 못살꺼 같았던 곰돌이가 벌써 이십년을 살았네요, 잘 걷지도 먹지도 못했던 녀석인데,
약하게 태어나서 겁이 유난히도 많아 마당을 벋어난 적이 별로 없었는데
큰형이 집안에서 키우는 비글 행복이가 데리고 나가서 곰돌이를 버리고 와서 두번정도 집을 잃었던것 이외에는
나가면 죽는줄 알고 본가 마당에서만 살았답니다.
제가 장가를 가서 집에 자주 안와도 언제나 뒷마당에서 꼬리를 흔들며 반겼던 녀석이었는데요.
이제 보낼때가 되었나 봅니다.
몇달전부터 잘 움직이지 못하더니 이제는 누워만 있네요.
배에 복수가 차서 두주전에는 수의사가 와서 복수를 빼줬어요,
복수 때문에 밥도 못먹고 힘들어 했거든요, 복수를 빼줘서 인지 한주동안은 매끼니마다 소고기만 먹었네요.
마지막은 잘 먹여야 할것 같다고 누나가 매끼니 소고기를 사다가 먹였답니다.
토요일이었죠! 수의사분께서 오후에 다시 방문해 주신다고 해서 본가에 가서 오후내내 기다렸어요.
그날따라 봄날 햇빛이 따뜻하더라구요,
햇빛을 잘 받을수 있도록 장독대 앞에 박스를 깔아주고 곰돌이를 앉혀 놨어요.
이제는 서지도 걷지도 못하거든요.
물 몇목음 먹고 큰형수가 오전에 준 개껌을 맛있게 먹었다고 하네요
복수가 다시 차서 배가 많이 불렀어요, 힘든지 이제는 먹는것도 잘 못하고,
큰형수하고 누나는 이십년동안 같이 살았던 곰돌이가 갈때가 되니 눈물을 많이 보이네요.
어머니는 마음이 아프다고 오전에 일찍 나가시고 결국 곰돌이 마지막은 제가 지키게 되었답니다.
힘들텐데 꼬리를 힘겹게 흔들어 주기까지하고 맘이 짠하네요,
눈동자가 흐릿해 지긴 했지만 우리 곰돌이 끝까지 주인을 알아보고 아는척 해줘서 고마웠어요.
곰돌이 따뜻한 햇살에 눈이 스르륵 감겼어요.
잘가라고 귓가에 얘기해주고 그랬는데 이제 안아프니까 편하겠죠,
생명이라면 다 떠나는거지만 보내는게 너무 힘드네요.
밤늦게 선산이 있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양지바른 땅에 묻어주고 막걸리도 따라주고 그랬어요.
가족들 모두 이제 동물은 못 키울꺼 같다고 하네요.
아직도 구수한 곰돌이 향기가 손에서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