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항상 당당했다. 늘씬한 그녀가 교탁 앞에 나와 친구들과 장난을 칠 때면 늘 그녀만 돋보였다. 은주는 멋있었다.
빛났고, 눈부셨다. 부드럽게 찰랑이는 머릿결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태어났을 때부터 쭈욱 그래왔을 밝은 눈동자가 부러웠던 걸지도 모른다. 난 그런 그녀를 꽤 오래 전부터 동경해왔다.
미술 시간이 끝나고 오늘도 문 뒤에 숨어 몰래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나는 마구 뛰어들어온 아이들에게 떠밀려 긴 생머리를 틀어올리고 있던 그녀와 부딪히고 말았다.
리코더와 음악 교과서는 물론, 공책들과 필통 안의 잡다한 물건들까지 모두 흩어져버렸다. 연방 미안하다고 굽실거리며 허리도 펴지 못한 채 바닥만 쳐다보고 있던 나는 공책에 씌여진 무언가를 보고말았다.
내게 괜찮다며 황급히 물건을 챙겨 달아나듯 교실에서 빠져나간 은주의 머리칼만큼이나 빽빽히 채워져 있던 살기어린 저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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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미리내님 제목에 함부로 닉써서 죄송합니다!!!! 근데 닉언죄라고 쓰면 너무 분위기가 깨질 것 같아서리..... 댓글 달아주심 수정하겠슴당!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서 저도 닉행시 지어봤는데 쓰다보니 너무 길어서 :/ 걍 새 글을 팠습니당 알아보시려나.............요? 앞 글자만 따서 보면 은빛미리내가 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