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 좋은 잠실 두고 이런 산골동네 미친 이웃들 사이에서 사는게 너무 힘들어 그렇게 투정하던 날이면
엄마는 나랑 같은 표정을 짓고, 나보다 깊은 한숨을 쉬었지..
엄마라고 아빠라고 내가 싫은게 좋을 턱이 있었을까..?
너무 착한 형이 추석이라고 편지를 쓰자고 해, 한 장 뿐이지만 빼곡 한 편지를 두 장
엄마 한 장, 아빠 한 장..뭐라고 깊은 마음을 다 내뱉을 수 없었지만 그와중에도 난
효자인 척 하려고 무진 애를 썼었지
그러고 형이랑 교회를 가려고 집을 나서면서
형은 작은 봉투와 편지를 준비했더라고
나는 편지 두 장 뿐이었지
별 내용은 아니었어
그냥 내가 지금 처한 상황이 싫다고
그렇게 좋은 말로 투덜거리는 편지였지
그런데 엄마는 우리 없는 사이에 답장을 쓰셨더라
나는 가난한게 너무 싫어
나는 항상 넉넉했으니까
그래도 난 잘 걸어 다녔어
난 건강도 넉넉했거든
그런데 지금 산속에 처박힌 이 집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그 길은
참 걷기가 어렵더라고. 그래서 항상 집을 나섰다 오는 길이면 한숨 뿐이었지
그런데 오늘,
엄마가 써 준 이 편지 한통이 너무 좋아,
난 조용히 방에서 편지를 또 읽고 있어
항상 화만 났었는데
오랫만에 눈물이 나
볼펜이라고 흘리신 눈물이 안 번졌을것 같지만
그 편지 쓰시며 흘린 눈물 다 번졌더라
엄마, 아빠
아프지마 제발
힘든 일 다 내가 할게
가난해도 좋아..아니 사실 싫지만
엄마 아빠 안아프면 가난해도 좋아
엄마, 아빠 사랑해
엄마가 아빠가 세상 모든 걸 다 주고서라도 날 위하듯이
나도 세상 모든 걸 다 버리더라도 엄마, 아빠를 위할거야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