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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싫어하던 때가 있었다.
게시물ID : animal_1197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곰탱냥냥아리
추천 : 14
조회수 : 798회
댓글수 : 63개
등록시간 : 2015/03/03 21:38:2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TYANk
브금 : 스텐딩 에그 - little star
 
어두운 밤 집앞을 걷다보면 종종 보이곤 하던 고양이가 난 싫었다.
저보다 훨씬 덩치가 큰 나를 보고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빤히 쳐다보던,
발로 땅을 힘차게 구르며 훠이!! 하고 소리내어 겁을 줘도 슬그머니 도망치는 척만 하고는
몇 걸음 가지않고 다시 나를 응시하던 겁없고 당돌했던 길고양이들이
한 편으로는 무섭기도 했던 듯 하다.
그땐 왜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어쩌면 지금 내 옆에서 식빵을 굽고있는 작고 어여쁜 주인님처럼
그녀석도 사람이 좋아서 내 곁에 조금 더 다가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는 것을..
 
어느 날 친한 동생이 키우는 고양이사진을 보며 문득 나는 참으로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아 귀엽다 아니 사랑스럽다. 녀석은 날 보면 하악질을 해대며 온몸의 털을 세우고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해 내민 나의 손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할퀴어 상처를 내는
아주 사납고 포악한 고양이였는데 나는 녀석의 경계심 속에서도 한편으로는
이 어색하고 낯선 시간이 지나고나면 마음을 열고 다가와 줄 것만 같은 친근감을 느꼈다.
 
그렇게 몇 번이고 할퀴어 상처입고, 하악질을 당하면서 고양이와의 적당한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
또 그 거리를 유지해 주었을 때, 오히려 먼저 다가와 나에게 부비적대며 친근함을 표시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한번 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어느새 오유의 동물 게시판을 비롯해 그 어디든 기웃거리며
고양이의 사진들을 탐닉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다. 어느새 내 얼굴에는 환한 웃음꽃이 피어
지하철에서도 버스에서도 집에서도 사람들이 보든 말든 고양이의 사진을 보며 히죽히죽
어떨 때느 박장대소 하기도 하는 나를 보며, 고양이와 함께 살아보고싶어졌다.
고양이와 함께 하기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해 공부를 하고, 사료와 간식거리 화장실과 모래 장난감등을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저렴하게 구매해 두고나서는 더더욱 바빠졌다.
나와 함께할 고양이를 찾기 위해 또다시 인터넷을 뒤적거리고, 여러 분양자들에게 연락을 해보고
건강한지 성격은 어떤지, 무엇을 주의하면 좋을지 자문을 구하며 며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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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우리집에 왔을 때 너는 낯선 환경 그리고 처음보는 날 향해 잔뜩 겁먹은 모습을 보여줬지.
그런 널 보며 나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함부로 만지지도 못하고 그저 네가 하는대로
숨거나, 도망가거나, 슬금슬금 나를 피해다니는 널 그냥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지.
 
세탁기 뒤에 꽁꽁 숨어서 서럽게 울기만 하던 너에게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고플까 걱정이 돼서 참치캔을 그릇에 담아 주었고,
맛있게 먹으면서도 서럽게 미야옹 미야옹 울었던 널 기억해.
그렇게 허겁지겁 참치를 먹고서 내 손에 얼굴을 비비며 첨으로 마음을 열어줬던 그 순간의 감동.
그 후로 우린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넌 친한 동생이 키우는 고양이와는 다르게
나를 할퀴지도 않았고, 물지도 않았고, 오히려 날 많이 따르고 좋아해주는 애교많은 고양이였지.
넌 알까.. 내가 한 때 고양이를 미워하고 무서워하던 사람이란 걸.
 
지금도 내 무릎에 올라와 고로롱거리며 잠들어 있는 널 보면 난 마음이 참 따스해져.
너의 따뜻한 체온으로 나를 보듬고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뭘 하는지 궁금해하며
졸졸졸 따라다니는 너를 사랑해.
때론 사료가 아닌 비닐조가리를 뜯어먹어 걱정하게 하기도 하고, 우당탕 뛰어다니면서 이것저것 넘어뜨리고
떨어뜨려 사고를 치는 네가 속상하기도 하지만, 그런다고 니가 미워지기야 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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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내가 일어나 앉아서 잠을 깨려고 눈을 깜빡이고 있으면 넌 이렇게 날 쳐다보며 곰곰히 생각하지
저인간 옆에 갈까 말까. 아 귀찮은데 일어났으니 또 가서 애교한번 떨어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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뀨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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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다 애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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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 귀엽지 귀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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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귀여웡?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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췟 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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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야 너 지금 거기 앉아서 뭐하냥
내가 어디에서 뭘 하든 넌 날 관찰하고 감시하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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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하.....
신이 존재한다면
넌 아마도 그분께서 내게 보내주신 선물일거야.
천사처럼 예쁘게 잠들어있는 너의 모습을 보며
내 심장이 얼마나 격하게 혈액순환을 해 대는지 몰라.

어쩌면 남들 눈에는 그저 그런 흔하게 볼 수 있는 고등어(줄무늬 있는 애들을 고등어라고 한다죠?)혹은
코숏(코리안 숏헤어) 고양이의 한마리겠지만..
나한테 넌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너무나 소중한 사랑스러운 고양이란다.
아리야 아리야
니가 이런 내 마음을 알까?
ㅋㅋ 내 이런 마음이 이기적인 욕심이여도
니가 날 좀 귀찮아 해도.. 그래도 난 변함없이 널 많이 사랑할거야.
건강하자 우리. 아프지 말고 오래오래 나랑 함께 살자.

p.s : 앞으로는 내가 빵!! 하면 죽은 척도 좀 해주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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