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살아야 하죠?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뭘 어쩌겠다고 이토록 몸부림치며 바동거려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삶이라는 벽 앞에서 절망에 찬 인생이 내뱉는 하소연이며, 누구나 한 번쯤 심각하게 읊조려 보았을 법한 독백이다. 그러나 당장 죽기라도 할 것처럼 결연하게 삶에 저항한다 해서 쉽사리 삶을 포기하지는 못 한다. 얼마동안 회의에 찬 몸부림을 치고 난 뒤 우리는 또다시 그럭저럭 생명을 연장해 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고 스스로 타협해 버린다. 얼마간의 고뇌를 만끽(?)하고 나면 적당히 그 절망을 회피하고 잊어버리며 삶이라는 쇼를 지속해 간다.
이러한 인간의 몸부림을 쇼펜하우어는 '맹목적인 삶의 의지'라고 규정했다. 진정 인간에게는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질퍽대는 것이 인간이라는 말이다. 이러한 염세적인 사고에도 불구하고 쇼펜하우어는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참 질기게도 살았다. 아마도 그에게는 죽지 말아야 할 어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없음을 사람들에게 일깨워야 한다는 숭고한 목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