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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 공감해 보는...
게시물ID : sewol_49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흠냠냠냠
추천 : 3
조회수 : 2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6 2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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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poem1.jpg


바쁜 일상을 핑계삼은 평소의 적은 독서량 덕분에 
이 시를 읽은 것은 세월호 사건이 나고 한참이 지난 후였습니다.
두 아이의 아비된 입장이라 그런지 
마지막 행을 읽을 때는 코끝이 아프게 울려왔습니다.

잠시 후 든 생각은 여기 담긴 마음이 
낡고 큰 배와 함께 가라앉은 그것과 닮았다는 것이었구요.
잠겨들며 천천히 스며드는 죽음과...
그 공포와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하지만 그 순간에 안아줄 수도, 눈을 가려줄 수도 없었지요.
그 죄책감과 한스러움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런지.

제 주변에서 직접 보고 들은 적은 없습니다만,
가끔씩, 아주 가끔씩 주변에서 전해듣는 지겹네 어쩌네 하는 망언...
적어도 부모가 되어본 적이 없거나, 부모될 자격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권해서 이 시를 읽게 된 우리 마누라는 아직도 간장게장을 못먹습니다.
진실이 잘 밝혀진 후에는 어쩌면 우리집 밥상에 다시 간장게장이 올라오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2주기가 다가오네요.






스며드는 것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시인 안도현-




출처 안도현 시집 <간절하게 참 철없이> -창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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