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한지는 10년이 넘어가는데 몇시간씩 눈팅하면서도 로그인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작성글 수도 적고, 시사게시판에는 처음으로 글을 남기네요. 음악게시판에 올려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는데, 내용 상 불편하신 분이 있지 않을까 하여 시사게시판으로 왔습니다.
음악의 작업 진행과정을 알고 들으시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가볍게 읽어내려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형석 작곡가님이 더불어민주당 로고송을 제작하신다는 기사를 접하고 관심있게 보던 즈음, 요즘 오늘의유머에서 간혹 활동하시는 홍종학 의원님 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자구요.
새타령(닭전)을 발매한 후 개인곡 작업만 하면서 작업실에 칩거 해 있던 저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흠칫했지만 오랜만에 햇빛좀 쐴 겸 해서 약속을 잡았습니다.
국회에 국회의사당 말고 뭔 건물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가보니 뭐가 되게 많더라구요.
결과적으로, 홍종학 의원님을 만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끝에 로고송 3곡을 작업 해 보기로 했습니다. 국회의원 하면 왠지 무서운 사람들일 것 같았는데 예상 외로 분리수거 하러갔다가 만난 옆집아저씨와 대화하듯이 부담없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작업하는 로고송 3곡에 대해서 거의 터치하지 않을테니 자유롭게 하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하고싶은 대로 수퍼 자유롭게 진행했습니다. 거의 일주일에 한 곡씩 작업하게 되는 일정이어서 이렇게 집중해서 뭔가를 해본 게 얼마만인가 싶네요^^
유투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것은 더더더랩-안돼-내가 할 수 있는 건 순이지만 사실 작업은 그 역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최근 공개된 '내가 할 수 있는 건' 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기 위한 한걸음 내 삶을 바꾸는 주인공이 나라는 것을 전부터 알았지만, 실천은 이제서야 내일은 오늘보다 더 웃게 될거야"
더불어민주당 입당수기 내용을 바탕으로 가사를 쓴 곡인데요. 입당수기에서 굉장히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많이 보았다고 하시기에 그걸 노래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의 내용이 있어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설프게 옮겨적는 식으로 가사를 쓰기보다 제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또래인 20대 후반 한분과, 음악업계에 종사하고 계신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분의 이야기를 선택해서 가사를 쓰기로 하였습니다.
작곡을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고민이었는데 이 답은 의원님이 직접 주셨습니다. 올드스쿨 힙합곡 중에 좋아하는 곡이 있으시다며 들려주시더라구요^^ 그 느낌을 기억하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후렴 부분에 제가 랩이 아닌 노래를 한 부분이 있는데, 사실 저는 심각하게 노래를 못하는 편입니다. 음정보정 프로그램 개발하시는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여자보컬은 제 싱글인 '안생겨요'나 세월호 추모의 의미를 담아 쓴 '선명하게' 등 여러 작업을 함께했던 태니양이 수고 해 주었습니다.
두번째로 작업한 곡은 '안돼' 인데요.
"이 쯤 되면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지 이거 과연 내가 문제일까? 너흰 배부른소리 한다는 대답을 해주는 어른들 배고픔을 굳이 알게 해주네"
이건 그야말로 제 맘대로 쓴 곡입니다. 뭐 이렇게 포기해야 하고 안돼는게 많은거야!? 라는 생각이 바탕이 되었고 내용을 보시면 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죠.
그지같은 상황을 발랄하게 풀어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공격적인 곡 분위기 대신 펑키한 느낌으로 작업했습니다.
들으실 때는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세게 발성해야하는 곡이라 녹음을 마치고 나서 온몸이 뻐근할 정도였던 것이 기억에 남네요.
밤을 새어가며 녹음해서 작업실 옆방 친구들이 잠을 설치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더더더랩' 입니다.
"모두가 다르게 사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비슷하지 반면 다 그놈이 그놈인 것 같지만 다른 걸 보게 되기는 어렵지 않지 힘들었거나, 아팠거나 이 나라를 사랑하기에 나는 못 떠나"
들어보시면 보통 로고송들의 느낌과는 조금 다른데요.
작업당시에 한창 겨울이었는데 왠지 이런 느낌의 노래에 꽂혀있던 터라 팍팍 치고나오지 않는 느낌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초기 스케치중에는 전자드럼으로 구성된 꿍빡 치고나오는 곡이 있었는데, 너무 전형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대로 고이 접어두었습니다^^
로고송의 경우 김형석 작곡가님이 제작하신 좋은 곡이 이미 있기에 조금 부담을 적게 가지고 작업한 것도 있구요.
노래를 심각하게 못한다는 걸 다시한번 증명하면서 곡을 완성 해 냈습니다ㅜㅜ
이렇게 제 스타일로 작업된 더불어민주당 로고송들의 작업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평소 굉장히 높거나 먼 존재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국회의원과 만나고, 음악작업을 진행하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대화하면서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은 내 대표자일 뿐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이야기였기를 바라며,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곧 제가 개인적으로 추진한 투표독려 로고송 'New World'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배포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완전 공개할 예정입니다. 많이 기대 해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