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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쉽게 안 망합니다.
게시물ID : sisa_11986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안녕몽구
추천 : 6/5
조회수 : 723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22/03/11 01:05:13

저는 투표권을 갖게된 이후로, 심상정 후보가 일명 ‘오유 먹튀’를 했던 선거에 정의당 비례대표를 찍은 적을 제외하고 모두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전 경상도 토박이 입니다. 게다가 이번 대선에서, 아버지가 ‘국민의힘 OO지자체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기도 하셨습니다. 딱히 실권이 있다거나 영향력이 있는 건 아닌 한시적 직책이었고, 특별한 업무를 본 것도 아니었죠. 그냥 빛좋은 감투였긴 합니다. 부자지간에 아주 정 반대의 성향이죠.

이렇게 서론이 긴 이유는 아시겠죠? 로그인 수는 많지 않지만 꽤 오랫동안 눈팅으로 지냈습니다. 제 이어지는 말로 저를 분탕이라 의심하실 순 있겠지만 스스로 떳떳하다는 양해(나쁘게 말하자면 핑계)로 보세요.

이런 저런 게시판들 많이 봐 왔지만, 유독 시사게시판은 잘 안 보게 되더군요. 때로는 극단적이고, 상대를 죄악시하는 (유시민 작가님의 말로는 ‘악마화’ 하는) 풍조가 ‘표현만 완곡할 뿐, 논리는 같은 게 아닌가’ 하는 떨떠름함이 있었거든요.

전 탄핵을 몹시 지지했습니다. 지금도 한나라, 새누리, 자한당, 국힘당으로 이어지는 그 계보의 정당을.. 혐오와 위선의 딱지을 붙이기 마지않습니다.

근데 대선 후 하루 동안 오유에서 무슨 말을 하나, 어떤 얘기를 하나 지켜보면. 그러면 결국 양 극단은 통한다는 그 인간들의 물타기가 마냥 틀린 말은 아니구나 싶기도 합니다.

진보가 망한다면 분열로 망합니다. 그 분열은 선민의식과 감성정치 때문일 것입니다. 유시민 작가님은 ‘망해도 괜찮다, 낙선했다고 대한민국 망하는 거 아니다. 우리 하던 거 계속 하고, 견제 잘 하는 시민의식만 갖고 있다면 조금 위태롭고 흔들릴지언정 망할 리가 없다’ 말씀하셨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이 걱정되고 위태롭다면. 아들 리스크를 가진 어깃장 전문가 장제원이 비서실장이라 걱정된다면. 귀닫고 말하는 김은혜가 대변인이라 걱정된다면. 그 외 검찰공약이든 민영화든 국정이 걱정된다면. 그럼 여러분이 작가님 말씀처럼 제 역할을 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2030, 4050이 문제가 아닙니다. 여기서 ‘니들 잘 되는지 두고보자, 이 선택 고스란히 돌아올 거다, 니들 손으로 뽑았으니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말씀하시는 분들. 부끄러워 하셔야 합니다.

저부터 아쉽고 허탈한 마음인데 그 심정 모르겠냐만은, 여러분은 2번 찍은 사람을 무지한 계몽의 대상, 세상 물정 모르는 깜깜이라 치부하기 때문에 고인물 소리를 듣는 겁니다. 이분법으로 저들은 틀렸고 우리가 맞아. 너희 정치감각은 빵점이야 치부하는 글이 곧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씨앗입니다.

여러분. 오유가 따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재미없는 선비 이미지 가지고서 이래 저래 두들겨 맞으면서도 지킬건 지키자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의 오유는 오유가 아니라 이념에 사로잡힌 분들이 모인 비토의 장, 오늘의 비토처럼 보이네요. 반성하고 추스리며, 비아냥과 힐난이 아니라 서로 보듬어서 마음 추스리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미상관 하겠습니다.

세상 쉽게 안 망합니다. 대한민국도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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