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들 많이 하셨죠?
비례대표 용지 기셔서 당황하지 않으셨나요?^^
저는 반도의 흔한 소수정당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더민주는 아닙니다. '소수정당'이라고 하시던데 [소쑤]정당일 수는 있겠죠. 1과 자기 자신 이외 다른 자연수로 나뉘어지지 않는 수 말이죠. 더민주 의석이 107이던데,,,,)
여기 오유에서도 몇 번 소개된 적 있습니다.
그닥 유명하진 않지만 '사이다' 어쩌구 '박정희 반대' 어쩌구 등으로.... ^^;
오유 눈팅을 하면 한국은 선거제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당제가 어쩌고 저쩌고
소선거구제라서 00당은 어렵다 이런 댓글이 꽤 달리더라구요.
‘뒤베르제의 법칙’이라고 해서 선거제도가 정당체제를 규정하는 효과가
크기는 합니다만
소수정당을 정말 어렵게 하는 것은 선거제도가 아닙니다.
선거제도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선거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 때문에 힘듭니다.
소선거구제 때문에 기호 1,2번 중 하나를 찍을 수밖에 없다고 하시는데
그것은 비례대표제에는 전혀 적용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투표용지가 2장’이라는 걸 모르시는 분이 정말 많더라구요.
선관위 설문조사에서도 절반 정도가 모른다고 합니다.
믿기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투표하시는 분들 중에는
“정당 이름만 적힌 건 뭐지? 내가 방금 전 2번당 후보 찍었으니까
이것도 2번당 찍어야 되는 건가봐“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비례대표제가 확대 안 되면 다당제가 어렵다고 하시는데요.
어떤 분들은 독일식 비례대표제 이야기도 하시는데,
사실 국회의원이 없는 정당이 국회에 진출하기에는
‘한국식 비례대표제’가 더 낫습니다.
독일식 비례대표제에서 비례대표 의원을 내려면
5% 이상의 득표율이 나와야 해요.
하지만 한국은 3%입니다.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었지만 3%만 넘으면
국회의원이 1명 또는 2명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영국이나 캐나다에는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녹색당 같은 당은 자신들 지지자가 많이 사는, 조금 독특한 도시에서
집중적인 풀뿌리활동을 펴서 겨우 1명의 지역구 의원만 갖고 있습니다.
이 나라들보다는 한국이 낫습니다.
그리고 가장 힘든 오해는 이것입니다.
“선거제도부터 바뀌어야 다당제가 된다.”
뉴질랜드는 영연방계열 나라 중에는 이례적으로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비례대표제부터 실시하고 나서 양당제가 다당제로 바뀐 게 아니라
양당제가 다당제로 바뀌고 대안정당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이
“표에 비해서 가지는 의원이 너무 적지 않냐. 이건 문제가 있다”라고 해서
제도를 바꾸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 새누리당, 더민주가 국회 절대 비율을 갖는 이상 그들은
절대 선거제도를 바꾸지 않습니다. 선거제도를 바꾸면 새누리당, 더민주는
분열이 일어나고 권력집중이 안 되니까요.
선거제도를 바꿔서 다당제를 할 게 아니라 다당제를 조금이라도 견인하는
노력을 해야 선거제도도 조금씩 바뀔 수가 있습니다.
선거제도 결정을 국회가 아니라 시민회의 같은 데서 하면 가장 이상적인데
이것도 국회의원이 법 내지 헌법을 바꿔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지역구는 닭에 던지고 비례대표는 알에 던지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닭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습니다.)
선거제도에 대한 오해를 볼 때마다
뻔히 있는 녹색 비례대표 투표용지의 존재감이 격하될 때마다
정말 울고 싶었습니다. ^^;;;;;;
오유에 올려봅니다.
추신: 마지막 부탁은요... 표는 2장이니
설령 1표는 한국시리즈를 끊더라도
1표는 시민구단의 1부리그 진출에.... (깨알 홍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