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제목처럼 장애인 남동생을 둔 스무살 누나입니다.
글솜씨가 없어 글이 잘 써질까 걱정이네요.
방금 전 베오베의 '장애인에게 충격받았어요' 라는 글을 보고왔어요.
고마울만큼 장애인에 대해 바르게 생각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꽤 많더군요.마음이 조금 착찹해졌습니다.
제 동생은 저와 두 살 차이가 나고, 동생이 두살일적에 열병에 걸렸다가 병원측이 대처를 잘못해서 뇌병변 1급의 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보상은 받았지만, 그게 동생의 평생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거에 비하면 보상이라고 말할 수나 있나 싶네요.)
장애중에 1급은 가장 심한 정도의 장애를 나타냅니다.
제 동생은 혼자서 움직이는거라곤 팔다리를 조금 힘줘서 뻗대는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합니다.
항상 누워있으며 뻗대다보니 많이 먹어도 항상 말랐고, 척추나 골반은 뒤틀렸어요.
네, 말하자면 누가봐도 엄청 심한 정도의 장애라는거지요.
여기서 여러분들은 '저런..쯧쯧' 하는 생각이 들거에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들에게 가장 드리고 싶은 말은,
'우리 가족은 생각보다 불행하지 않다' 에요.
보통 장애인, 특히 중증 장애인이 있는 가족은 힘들고 불행할거라고 생각하는데
힘들다고는 할 수 있겠죠.이제 열여덟이 된 남동생을 안아서 휠체어에 올리고, 옮기고 해야하고, 동생에 대한 걱정도 많이 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남들보다 불행하지는 않아요.
저는 어렸을적부터 동생이 부끄러웠던 적이 없어요.이 점은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친구들에게도 항상 당당히 소개했고, 동생과 밖에 나가는것도 싫은적이 없었어요.(동생과 다니다보면 받는 시선은 싫을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항상 저희를 보면 불행하고, 불쌍할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물론 다른 집들에선 안하는 수고를 하고 있을지는 몰라도 저희에겐 이미 생활이고, 그것때문에 불행하다거나 하는 체감은 느끼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일부러 동생과 다닐때 표정을 더 밝게 하고, 동생에게 말도 많이 걸고 그래요.
그래도 동정어린 눈빛은 항상 들어오지만요.
둘째로, 장애인에 대한 대우나 환경은 아직도 생각보다 열악합니다.
그 글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장애인이라고 혜택은 누릴대로 누리면서 장애를 가졌다고 특별대우를 바란다" "장애단체의 시위는 항상 과격하다" 하시더군요.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해 혜택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얼마 되지 않아요.
물론 악의적으로 장애를 이용해 취해야할것보다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은 있죠.하지만 그건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그건 그냥 사람의 문제고,
일단 장애인은 이동이 비장애인들이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불편해요.
시각장애인분들은 말할것도 없고,
휠체어 타시는 분들은 평생을 거의 외출 못하시는 분들이 수두룩하세요.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생긴것도 2000년대가 되어서야 생겼고,
휠체어석이 생겼다 하더라도 지하철에 사람이 텅텅 비지 않는 이상 휠체어는 진입도 불가능해요.
버스는 최근에서야 리프트 버스를 소수 적용했어요.
택시등은 당연히 타기 어렵구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 리프트 차량을 지원하는 장애인 콜택시도 사백여대밖에 되지 않아요.
수많은 장애인분들에 비하면 그야말로 택도 없는 숫자죠.
건물도, 최근에야 건물에 엘리베이터를 짓도록 법이 만들어졌다지만
조금 된 건물들의 경우엔 엘리베이터가 없고, 있다 하더라도 매우 좁아서 휠체어가 타고내리기에 불편한 곳들이 매우 많아요.
장애인에 대한 혜택이나 복지등은 제가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알아본것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많은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 분들이 힘들어하시는걸 보면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갈 길이 멀었다는걸 느껴요.
셋째로,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 행동에 제어가 안되는것은 아닙니다.
오유에 간혹 '어디어디에서 장애인이 이렇게 해서 너무 무서웠다' '장애인들이 무섭다' 이런 글들이 올라오더군요.
그 글들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픈게, 장애는 폐를 끼치고 사람들을 무섭게 하는 요소라고 생각되는 것 같아요.
저런 글을 쓰는 분들을 탓할 생각은 없어요.진짜로 그런 장애인들이 있고, 그걸 겪어서 말하신걸테니까요.
하지만 아직 미성숙한 많은 사람들은 그 글을 보고 '수많은 사람중에 진상이 있듯이 장애인중에도 진상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장애인들은 진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까봐 무섭고 겁이 나네요.실제로 그런 뉘앙스의 덧글들도 많았구요.
대한민국의 많은 여자들은 성추행을 겪고 많은 남자들은 꽃뱀을 겪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자=꽃뱀 남자=성추행범 이렇게 생각하시진 않잖아요?
장애인도 마찬가지에요.
제 동생은 거동조차 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인데도 불구하고, '장애인' 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집에 불이라도 지르는거 아니냐고 집 계약을 거부당한적이 있어요.
'장애인' 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민폐, 진상과 연결되는것은 아니에요.
수많은 사람들 중 진상이 있고, 수많은 여자들 중 진상이 있고, 수많은 남자들 중 진상이 있고, 수많은 한국인 중 진상이 있듯이
수많은 장애인 중 진상도 있는거지요.
마지막으로, 이 얘기는 위의 얘기와는 상반되는 내용인데
장애인이라고 모두 배려와 혜택을 누릴 자격은 없는 것 같아요.
무슨 말이냐 하면, 모든 장애인이 착하진 않다는거죠.
이건 또다른 편견인데, 장애인=불쌍함, 약자 이런 생각때문에 장애인이라고 무조건 편들어주거나 배려해야 한다는 역차별도 많아요.
장애인라고 해서 차별을 받으면 안되듯이 장애인이라고 해서 특권을 쥐어줘서도 안되요.
물론 정신적인 장애로 인해 컨트롤이 힘들어 일어나는 사고들은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겠지요.
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불쌍하니 돈을 달라고 돈을 강탈하던가, 여자를 성추행하던가,
이런것들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장애인들은 다 나빠!할 필요도 없듯이 장애인이니 다 봐줘!할 필요도 없다는겁니다.
물론 정신연령이 2~4세 아이수준인 정신지체라 성추행의 개념을 모르고 성추행을 했다면 피해자의 '아량'껏 융통성을 발휘해줄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컨트롤되지 않은 장애인에게 신경쓰지 못한 장애인의 보호자가 대신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엄마 주변의 장애아이를 둔 부모들중에서도 아이의 장애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파렴치한 분들 많이 봤습니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장애가족이라고 해서 다 청렴하고 결백한 건 아닌 것 같더군요.
사실 오유를 하다보면 마음이 따뜻해질때가 참 많습니다.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 저에게, 동성애자에게도 따뜻한 댓글을 달아주고 하는 오유는 정말 좋아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모이면 으레 그렇듯 잘 몰라서, 겪어보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를 습득해서, 혹은 일부러 남에게 상처주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이 글 역시 제 주관적인 글이긴 하지만, 이 글을 보고 적어도 장애인이 우리와 같은 '사람' 이라는것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진정한 평등은 모두에게 같은 높이의 받침대를 주는것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눈높이로 벽 너머를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거라고 생각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