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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망받던 영재가 스키조환자(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어서
게시물ID : gomin_11997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hva
추천 : 10
조회수 : 938회
댓글수 : 52개
등록시간 : 2014/09/12 02:30:58
오늘 괜사(괜찮아 사랑이야)가 끝났다.
괜사에는 남자주인공이 정신분열증(=조현증=스키조)환자로 나온다.
나도 조현증이다.
 
괜사에서 남주 장재열은 3년동안 강우라는 환시를 보면서도 그것이 병인지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경우는 열일곱살부터 스물세살까지 7년동안 환청을 들으면서도 그것이 병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환청........ 내가 환청을 듣는다는 걸 알아차리기전까지 다른사람들처럼 나도 환청은 정말 극단적인 사례들만 생각했다.
하루종일 누군가 머릿속에서 죽어, 죽어 를 반복한다던지 그런 것들.
그러나 내 경우는 정말 알아차리지 못하게 교묘하게 일상 속을 파고들었다.
 
극중 장재열 역시 강우와 농담을 주고 받을 정도로 환시가 교묘하다.
강우는 장재열말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않는다는 점만 빼면 거의 현실의 인물과 흡사하다.
 
환시를 보기 시작할 때 이미 장재열은 성공한 작가고 이미 벌어둔 돈도 많다.
그러나 환청을 듣기 시작하던 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겸손을 저멀리 던져두자면 제목에 써둔대로 나는 상당히 촉망받는 학생이었다.
일종의 영재로 선발되어............... 하지만 집에 돈은 없는, 머리 하나로 집안을 일으켜야하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착했다. 호구에 가까울 정도로 착했다.
내 자식, 내 가정을 갖는 꿈보다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
지금도 사실 그런 꿈을 갖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백명중의 한명. 꽤 높은 유병율이다. 그런데 왜 나는 내 주위에서 단 한번도 그런 이들을 본적이 없었던 걸까.
미리 보았다면 나는 내 병을 좀 더 일찍 알아차리고 일찍 치료받을 수 있었을까.
 
열 일곱, 정신의학적 용어인 function,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고 일상유지가 안되기 시작했을 때 방문했던 정신과에서는 왜 나의 증상을 놓쳤을까.
그 뒤로도 주욱, 스물 세살까지 몇군데의 정신과를 전전하면서(꾸준히 다녔으나 이사 같은 이유로 옮김) 항우울제를 타다가 먹었는데
왜 단 한 군데에서도 나의 조현증 증상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주지 않았을까.
스물 세살 겨울, 우연찮게 동네 가정의학과 의사가 조언해서 삼성서울병원이라는 대형병원에 가지않았더라면.
내 삶은 지금 여전히 나락을 헤매고 있겠지.
 
다행히 나는 심리학 도서들, 정신의학 교양도서들을 많이 읽은 편이어서, 약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치료자에 대한 거부감도 없었다.
그리고 이미 스스로 환청이 환청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에 간 상태였다.
7년동안 시달리던게 입원치료 한달만에 다 나았다.
 
그런데 문제는 현실이다.
장재열은 성공한 작가이지만 나는 중요한 대입준비시간을 다 놓쳐버린 상태다.
집에 돈도 없다. 아버지는 곧 환갑이시다.
 
두서없이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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