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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펌] B.N.Q [5]
게시물ID : panic_12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모
추천 : 15
조회수 : 17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6:41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5 장>






박기우 하사의 일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 가지지 않았다. 절대 그럴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었다. 대대장 입장에선 부대 내에서 조용히 처리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쉽사리 처리될 만큼 사건이 만만하지 않았다. 
의식불명의 혼수상태에 빠진 박기우 하사는 일단 부대 의무실로 옮겨졌었으나, 그런 곳에서 치료가 될 리 만무했기에 곧바로 제법 큰 시내 종합병원으로 다시 이송이 되었고 그 곳에서 정밀 진단에 들어가게 되었었다.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게 되었고, 놀란 부모들은 한걸음에 병원으로 들이닥쳤었다. 일단 박기우 하사들의 부모들이 안 이상 부대 안에서만 입다물고 쉬쉬하며 대충 넘어갈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박기우 하사는 가슴과 어깨 복부 등이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수 차례 베어졌었고 그 상처들로부터 엄청난 양의 출혈이 있었다. 이런 상처는 누가 보아도 그저 단순 구타의 수준이 아닌 잔인 무도한 살인미수의 혐의를 씌우기에도 충분했다. 이런 아들의 끔찍한 상처를 부모들이 보고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사건의 전말은 결국 단 본부로까지 알려지고, 울며 겨자 먹기로 단장은 또다시 참모총장에게 보고하기에 이른다. 여차하다간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 버리게 될 상황이었다. 
국방부 장관이나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가 버리면 사건은 정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골치가 아파지며, 관련자 전원의 불명예 제대라는 초유의 불상사까지도 일어날 수 있었다. 이에 지레 조바심을 탄 참모총장은 될 수 있는 한 비밀리에 사건을 종결시키라고 단장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고, 사건 수사와 가해자 색출을 위해 공본에서는 특별 수사대를 영민의 부대로 급파시켰다. 
결국 사건 발생 삼일만에 전 공군 비행단, 사이트 부대로 이 소식이 문서화되어 퍼지게 되었지만 그 내용은 상당히 축소되어져, 모르는 이들은 그저 별 대단치 않은 구타사건의 하나 정도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내용이 타군들에게 가서는 '부주의로 인한 사고사' 정도로 더욱 축소, 변질되어져 버렸다. 
언론의 개입도 철저히 원천 봉쇄시켜 매스컴과 여론의 비난도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박기우 하사의 가족들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순식간에 뒤바뀔 수 있는 문제였다. 그들이 마음먹고 떠벌리기 시작하면 그것을 막을 길은 도저히 없는 것이었다. 



B N Q 1호실 문이 벌컥 열리며 완전 저기압이 되어 버린 Q장 배승환 하사가 씩씩거리며 들어왔다. 

" 씨팔. 영외 3개월 남겨 두고 이게 무슨 개 같은 날벼락이냐, 그래. " 

그는 오늘도 하루 종일 특별 수사대에게 끌려가 지루하고 진땀 나는 곤욕을 치르고 돌아온 것이었다. 
들어오자마자 Q장은 침상에 걸터앉으며 안 그래도 잔뜩 찌푸려진 인상을 더 구겼다. 그러자 침구에 기댄 채 누워있던 그의 동기 박원 하사가 슬며시 다가온다. 

" 글마들 뭐라카던데? B N Q 인원들 일일이 다 심문할 거라카면서? " 

" 몰라. 짜증나…… " 

" 근데 진짜 누고? 기우 누가 그랬던 거고? 진짜 기우 글마 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없는 기가? " 

" 야, 빈영이 지금 어디 있냐? " 

Q장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영민을 향해 나직이 묻는다. 영민은 마침 그 날 비번인지라 하루종일 B N Q 1호실에서 전화 받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영민은 전빈영 하사가 아까 점심을 먹은 후, 바로 근무장으로 향하는 걸 봤었다. 

" 근무 상번 하셨습니다. " 

" 언제? " 

" 예…… 아까 점심 드시고 바로 가셨던 것 같습니다. " 

" 그래? " 

Q장은 다시 목소리를 한층 더 낮추더니 박하사에게 묻는다. 

" 야, 너 생각은 어떻냐? 빈영이 걔 짓 같잖냐? " 

선뜻 대답을 못하며 한숨을 내쉬는 박하사. 대답은 안 했지만 박하사의 그 한숨이 이미 Q장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었다. 

" 뻔하잖아! 걔 말고 어떤 새끼가 겁대가리 없이 그딴 짓을 하겠어? " 

" 하기사…… 것도 그렇지. " 

" 빈영이 그 새끼 말고 누가 있냐? 나 참…… 저 또라이 새끼가…… 빨리 자수를 할 것이지. 뻐팅기고 있어. 시발…… 괜히 나만 피곤하게 말야. " 

" 근데 또 아일 수도 있다 아이가. 글마도 미치지 않은 이상 설마 그렇게까지 애를 심하게 팼을라고……" 

박하사가 고개를 약간 갸웃거리며 대꾸하자 Q장은 대번에 답답한 소리 말라는 표정을 짓는다. 

" 야, 니 눈엔 빈영이 걔가 정상으로 보이더냐? 걔하고 2년 가까이를 같이 생활하면서도 걔를 아직 몰라? 걔 말고는 없어. 정말 걔가 아니라면 이건 B N Q 하사들 짓이 아닌 거야. " 

그러자 다시 동조의 빛을 띄며 고개를 끄덕이는 박하사. 문득 생각났다는 듯, 

" 참, 기우는 어째 됐노? 글마 아직 정신 안 깨어났나? " 

" 깨어나면 가해자가 누군지 바로 알게 될텐데 특수대가 우릴 닥달하고 있겠냐? " 

" 하기사……" 

" 근데 특수대는 기우 깨어나기 전에 가해자 잡아내겠대…… 그 바람에 우리만 더 피곤해지게 될 거다. 아마 오늘 저녁때도 계속 개인 심문 있을 걸. 어쩌면 밤샐 지도 몰라. " 

" 진짜가? 와, 미치겠네……" 

Q장도 미치겠는지 씨팔, 하며 나직이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그만 뒤로 벌렁 눕는다. 

" 큰일이다. 큰일이야…… B N Q 무기한 외출, 휴가 캔슬에다가 대대장 모가지 되기 직전이고 윗 대가리들이 기우 부모들한테 기름칠 잘 하고 있지만 언제 언론에서 알아버릴 지 모르는 일이고……" 

" 참, 기우 부모들이 그냥 참는다고 했다면서? 진짜가? " 

"그러니까 지금까지 대대장 모가지가 무사한 거지. " 

그러자 박하사가 기가 차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 야, 참…… 기우 부모들도 대단하다. 내 같으면 돈을 아무리 많이 준다케도 다 떠벌리겠다. 시발. " 

" 돈도 액수 나름이지…… 그냥 사고사로 처리하게끔 눈감아만 주면 치료비에 보상금으로 억을 넘게 준다는데 솔직히 솔깃 안 하겠냐? 그리고 의사 말에 의하면 혼절 상태지만 완전히 의식이 나간 건 아니래. 외상도 그렇게 심한 건 아니라서 수술까지 들어갈 건 없고……  천만원 정도면 기우 병원 비 뒤집어쓰고, 기우는 자동 제대처리가 될 건데, 그 나머지 돈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 " 

Q장의 말이 끝나자, 박하사가 두 눈을 뚱그렇게 뜨며 다시 한번 고개를 젓는다. 

" 억? 보상금이 억대로까지 넘어 간 기가? 와…… 시발, 공군 돈 많네…… " 

"……" 

" 근데 그카다가 기우 그 새끼, 고만 죽어 버리빼면 어째되노? " 

그러자 누워있던 Q장이 벌떡 상체를 일으킨다. 

" 야, 빈말이라도 너 그런 얘기 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가뜩이나 의사가 깨어날 때가 됐는데 아직 안 깨어난다고 해서 가슴이 조마조마한 판인데……" 

" 알았다. 그냥 함 해본 소리다. " 

박하사는 Q장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말꼬리를 낮춘다. 그러다가 별안간 영민을 바라본다. 

" 어이, 이영민이. ' 

갑작스런 부름에 순간 당황하는 영민. 

" 예? " 

" 니 가서 아이스크림 좀 사 온나. 더운데 아이스크림이나 하나씩 묵자. " 

" 아…… 예. " 

박하사가 돈을 꺼내려고 하는데, 

" 네 것도 하나 사고, 내 이름으로 전표 끊어라. " 

누워있던 Q장이 건전지가 다 된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린다. 



영민은 B N Q 1호실을 나왔다 . 바로 그 순간, B N Q 2호실의 문이 살며시 닫히고 있는 걸 영민의 두 눈은 놓치지 않는다. 
B N Q 2호실! 
그곳은 전빈영 하사가 머무는 곳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지금 막 안에서 문을 닫고 있는 것이다. 좀 전 까진 분명 아무도 없었는데……

'설마……' 

설마 전빈영 하사가 안에 있는 것인가? 분명 근무장으로 가는 걸 영민이 똑똑히 봤었는데. 
의아해하면서 영민은 살며시 2호실로 다가갔다. 그러나 이내 발길을 거둔다. 생각을 고쳐먹는다. 문을 열어서 정말로 전빈영 하사가 있는 걸 확인하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그와 눈이 마주치기 싫었다. 그 섬뜩한 눈동자와…… 
그대로 방향을 바꿔 BX로 달려가는 영민. 뛰어가면서 그는 생각한다. B N Q 1호실 문밖에서 조금 전 Q장과 박원 하사가 하는 이야기들을 세심하게 엿듣고 있는 전빈영 하사의 노기 띤 모습을…… 
영민은 진저리가 쳐진다. 


박기우 하사는 입원한 지 닷새만에 깨어났다. 담당 의사의 말에 따르면 다행히 심각한 내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박기우 하사가 깨어나고 그가 드디어 입을 열자 사건은 조금 엉뚱한방향으로 치닫게 된다. 
그 전에 병원을 찾은 주임 원사와 Q장은 담당의사와 대면하게 된다. 
그런데 담당의사의 말에 따르면 그 동안 박기우 하사가 의식 불명이었던 건 외부손상으로 인한 과다출혈 때문이기도 했지만 사실상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었다는 것이었다. 

" 박기우씨 같은 경우엔 외상이나 내상이 아닌 정신적인 쇼크로 혼수상태가 되었던 겁니다. " 

" 예? " 

의사의 이 같은 진단은 일차적으로 사건의 방향을 흩으러 놓고 있었다. 정신적인 쇼크라니? 

" 그 친군 누군가에게 외부적 가해를 받으면서 동시에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입었습니다. 그 충격이 뇌를 자극시켰고 마침내 그를 위험한 혼수상태로까지 몰아가게 했던 것이죠. 그의 몸에 가벼운 멍과 타박상도 있었던 걸로 보면 그는 그 충격적인 무언가로부터 도망가거나 맞서 싸우려는 움직임을 보였었고 그 과정에서 린치가 가해졌고 바닥과 벽에 수 차례 넘어지고, 부딪혔을 겁니다. 그리고 날카로운 무언가에 찢어진 배와 가슴에서 이후 꽤나 많은 양의 출혈이 있었던 거구요. 하지만 그 상처들은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닙니다. " 

" 그럼 지금 기우 상태는 어떻습니까? " 

" 겉보기엔 많이 멀쩡해 졌습니다. 하지만 말씀 드린 대로 정신적 충격에선 아직 못 벗어난 상태입니다. 어쩌면 외상이 회복되는 대로 정신과로 옮겨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 

Q장 배승환 하사는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정신적인 충격! 그렇담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박기우 하사의 병실에는 마침 부모들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주임 원사와 Q장이 들어서자 그들을 알아본 박기우 하사는 그 와중에도 경직된 얼굴로 경례를 하려 했다. 

" 아냐, 됐어 그대로 누워있어. " 

Q장이 급히 저지하며 다가갔다. 겉보기엔 정신도 멀쩡해 보였다. 오히려 미라처럼 붕대에 칭칭 감긴 몸과 링거 주사바늘에서 상당한 이질감까지 느끼게 했다. 

" 야, 박기우 몸은 좀 어때? 어? 나 알아보겠지? " 

주임 원사가 먼저 입을 열자 박기우 하사는 그를 조금은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며칠 사이 상당히 야위어 있었다. 그것이 정신적인 충격으로 말미암은 것이란 말인가. 

" 예. 저 이제 멀쩡합니다. " 

정말 박기우 하사는 멀쩡하게 대답을 해댔다. 

" 그래? 부모님들은 어디 가셨네? " 

" 식사하러 가셨습니다. 저 때문에 제대로 식사도 못하셔서 말입니다. " 

" 어…… 그래? " 

주임 원사는 애써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런데 옆이 있던 Q장이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투로 불쑥 물었다. 

" 기우야. 말해봐. 누구냐? 누가 너 그랬어? " 

"……" 

그러자 다시 그 때의 일이 상기되어졌는지 잠시 말을 멎고 숨을 고르는 박기우 하사. 

" 괜찮아. 얘기해 봐. 그 새끼 내가 그냥 안 둘 테니……" 

Q장이 조금 흥분하여 언성이 높아지자 주임 원사가 목소리를 가라앉히며 끼어 든다. 

" 그래. 얘기해 봐. 너에겐 절대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내가 장담하지. 넌 이제 의병제대(병이나 신체, 정신상의 문제로 인한 조기제대) 될 테니 걱정 말고 다 얘기해 봐. " 

"……" 

" 어차피 특수반 오면 다 얘기해야 할거야. 우리한테 먼저 얘기해주면 여러 가지로 더 좋아지게 돼. 꼭 우리들뿐만 아니라 너나 너희 부모님들에게도……" 

그러나 바르르 떨리는 박기우 하사의 입술은 좀체 열리지 않는다. 그러자 Q장이 슬쩍 그를 떠본다. 

" 빈영이지? " 

놀라는 주임 원사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의 박기우 하사. 조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시 묻는 Q장. 

" 그렇지? 전빈영 하사가 그랬지? 어? " 

박기우 하사의 두 눈이 서서히 휘둥그래진다. 그런 박기우 하사 못지 않게 Q장과 주임 원사도 휘둥그렇게 치켜 뜬눈으로 그의 대답을 기다린다.
그러나, 박기우 하사는 고개를 젓는다. 아니라는 뜻이다! 전빈영 하사가 아니라는 뜻! 
Q장은 맥이 풀린 듯 허망한 심정에 휩싸인다. 
그럴 리가…… 

" 괜찮아, 임마. 바른 대로 말해봐. 그 새끼가 너한테 협박하데? 말하면 죽여버린다고? 야 임마. 넌 이제 제대한다니까. 엉? 뭐가 두려워? 뭐가? 어서 다 털어놔 봐, 사실대로……" 

Q장은 다시 흥분한다.  그러나 박기우 하사는 침착하고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 정말로 전하사님이 아닙니다. " 

"……!" 

이제 더 이상 감이 안 잡히는 Q장. 황황하게 다시 묻는다. 

" 그럼…… 누구?…… 누구야? 어? 누구야?……" 

"……" 

" 어? 창우? 아니면 동수?…… 아니면……" 

" 저도 모르겠습니다. " 

"……!" 

그만 말문이 막혀 버리는 Q장. 
모르겠다니……

" 야, 기우야…… 무슨 소리야 그게? " 

" 그 얼굴은 처음 보는 끔찍한 얼굴이었습니다. " 

" 뭐야? " 

" 사람의 얼굴이……" 

말을 이어가면서 박기우 하사의 숨소리가 점점 불규칙적으로 변해간다. 식은땀을 흘리며 초점을 잃어 가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 야, 기우야! " 

"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어요…… 그…… 그 모습은…… 으…… 으으…… "

" 기우야! 박하사! " 

" 그건…… 분명 귀신…… 귀신이었어요. 으으으……" 

" 야 임마! 정신차려! " 

박기우 하사는 점차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다. 몸은 다시 경련을 일으키면서 서서히 경직되어져 갔다. 
" 야, 빨리 의사 불러! "

놀란 주임 원사가 황급히 외쳤고 Q장은 부리나케 병실을 나간다. 

" 으…… 으아악! 귀신이야!…… 날 봤어요! 그 귀신이……" 

마침내 박기우 하사는 발악을 해댄다. 주임 원사가 급히 그의 몸을 붙든다. 그러나 요동치는 박기우 하사의 전신을 감당하기엔 무리였다. 
이내 침대를 박차고 뛰쳐나가는 박기우 하사. 

" 여기까지 왔어요…… 여기까지…… 살려주세요! " 

주임 원사가 박기우 하사의 옷자락을 힘겹게 붙들었으나 이내 옷자락은 찢어지고 박기우 하사는 밖으로 뛰쳐나간다. 

" 박하사! " 

주임원사가 목청껏 불러보지만 그 소린 그저 허망하게 공중으로 묻힐 뿐이다. 그러나 박기우 하사도 멀리 가진 못했다. 문밖으로 두어 걸음 내딛던 그의 다리가 이내 푹 꺾인다. 
그리고는 차가운 병원 복도 바닥에 얼굴을 처박곤 정신을 잃고 만다. 
이어서 의사와 간호사들이 달려오고 응급처치가 다시 진행되어진다. 놀랍고 무시무시한 박기우 하사의 반응에 주임원사와 Q장은 당혹스럽다 못해 멍한 표정이 되어버린다. 
Q장의 머리 속을 다시 파고드는 불길한 예감. 
Q장 배승환 하사는 기원했다. 이것이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불길한 생각이 제발 틀려 주기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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