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때문에 한국과 터키의 관계가 돈독해진 것 같아 기분은 좋았지만.. 한국와서 보니 그것이 너무 과장되어 환타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더군요.
터키는 실제로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도 형제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형제의 나라는 피가섞인 나라가 아니라 "우방"을 표현하는 관용적 의미의 표현입니다. 우리나라가 미국을 우방국이라고 부른다고 해서 친구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듯...실제로 터키사람들은 2002년까지 한국에 대해 거의 몰랐습니다. 제가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한국이 어디있냐구 묻는 사람도 많았구요.
터키는 경제적으로 매우 피폐했기 때문에 2차대전이후 거의 모든 전쟁에 경제원조의 대가로 용병을 보냈습니다. 625도 그중하나였구여. 실제로 625이후 미국의 경제원조때문에 터키 경제가 활성화되었다구 합니다. 터키가 소련의 공산주의 남진정책의 방어선인 이유도 있었구요. 한국이 피가섞여서 형제의 나라라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형제의 나라일텐데 형제가 형제를 치러 원정했을까요?
투르키 라는 국명에서 알수 있듯 터키인들이 생각하는 터키의 뿌리는 오스만투르크이지 고대 시베리아 쪽 유목민들의 피를 통해 한국과 혈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터키인은 단 한명도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에게도 슬라브의 유럽쪽 피가 섞였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리고 동로마제국의 후예라는 사실도.. 자신들이 아랍과 유럽인들의 피를 모두 갖고 있다고 생각하죠...
2002 월드컵이후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건 사실이지만 친구의 나라라서가 아니라 4강전후 붉은악마가 터키 국기 꺼내올린 장면 때문이었죠. 개최국이 4강에서 지고나서 상대팀을 위해 거대한 상대팀 국기를 펼쳐올린다... 정말 제가봐도 숭고한 행동이었고 당시 터키언론은 난리가 났습니다. 터키 중계자가 정말 위대한 나라다.. 눈물이 난다.. 두팀 모두 이겼다고 말할 정도로..
그러나 그날전에 제가 터키에서 한국인이라고 특별대우 받은 적도 없고 그날 지나고 한국인이라서 뭐가 달라진 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한국도 똑같은 외국일 뿐이죠.. 터키사람들 독일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고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과 외교관계가 각별하기 때문에.. 그러나 한국은 터키에게 거의 미지의 나라입니다.
2003년에 한국에서 터키여행하는 관광객이 폭주했습니다. 저희 형이 터키에서 알바로 한국인 여행객 가이드를 했었는데 2003년에 여행객들에게 꼭 하던말이 사기 조심하라였습니다. 한국인들 터키가 형제의 나라고 터키사람들이 한국 사람하면 껌뻑 죽는다고 생각하는데.. 터키장사치들에게 한국인은 등쳐먹기 좋은 외국관광객일 뿐이었죠.. 10달러짜리 기념품 카펫을 골동품이라구 몇백만원에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이번 터키응원단이 한국 응원하러 독일갔다구 하는데... 2002년에 대한 보답차원이고 지역예선에서 스위스에 져서 최종탈락했기 때문이지 한국이 역사적으로 형제의 나라여서는 전혀 아닙니다. 월드컵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너무 지나친 과장은 삼갔으면 합니다. 그럼 즐거운 하루되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