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고전/펌] B.N.Q [6]
게시물ID : panic_12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네모
추천 : 12
조회수 : 16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1/02/09 14:17:17
B.N.Q 
(Bachelor Noncommissioned officer' Quarters)  








<제 6 장>






귀신의 짓이라는 박기우 하사의 그 진술. 그것은 기우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었다는 의사의 진단과 함께 이번 사건의 방향을 너무도 엉뚱한 쪽으로 돌려놓는다. 
또 한편으론 너무도 쉽게 사견을 종결지을 수 있게도 했다. 박기우 하사의 사건은 결국 그의 정신 착란으로 인한 자해 극으로 결론이 났다. 결론이 그 쪽으로 가닥을 잡자 단 본부에선 즉시 박기우 하사를 의병제대 시키고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 지을 것을 당부했다. 
며칠간 영민의 부대에서 온갖 폼을 재던 '특별 수사단'도 허겁지겁 철수를 해버렸다. 별다른 수사의 진척도 없이…… 
사실상 박기우 하사의 진술로 더 이상의 수사가 불필요했었다. 이제 아무도 더 이상 이 사건에 매달리는 것을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 전에 현재 선에서 매듭을 짓고 싶어들 했다. 
어떻게 보면 윗 대가리들에겐 박기우 하사의 그 진술이 상당히 고마운 것이었다. 그들의 몇몇 위태로웠던 모가지를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리고 실제로 수많은 이들이 박기우 하사의 가족에게 그 고마운 뜻을 위로금이라는 형식으로 전달해 주었었다. 박기우 하사의 가족들도 더 이상 그 일로 시시비비를 따지지 않았으니 이보다 더 좋은 마무리는 없었다. 
언론마저 가볍게 따돌리고 사건 발생 열흘만에 모든 시끄러웠던 바람은 잠잠해졌었다. 
다시 예전의 공군, 
예전의 부대, 
예전의 B N Q가 제 모습을 찾은 것이었다. 

그렇게 박기우 하사만 조용히 내보내고 B N Q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가동이 되었다. 



잠잠하고 조심스러운 일주일이 흐르고, 어느 날 밤. 
영민은 잠결에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는다. 

" 영민아…… 영민아……" 

" ……! " 

" 이영민 하사……" 

" 헉! " 

놀라 눈을 뜬 영민. 
불꺼진 B N Q 1호실은 어둠 그 자체다. 암흑 속에서 모두들 곤한 잠에 빠져 있다. 주위엔 규칙적으로 들리는 숨소리들 뿐…… 

'누구지? 잘못 들었나?' 

영민이 몸을 반쯤 일으켜 숨을 돌리고는 다시 자리에 누우려는데, 예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려온다.

" 이영민……" 

" 누, 누구십니까? " 

소리나는 쪽을 바라보는 영민. 몸이 바르르 떨려 왔다. 

" 여기야……" 

그 소리는 입구 쪽에서 나고 있다. 캄캄했지만 그래도 어디선가 새어 들어오는 빛이 있었던지 점차 입구가 보일 듯 하다. 그리고 그 아래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누군가의 형체! 누군가가 B N Q 1호실, 문 앞에 앉아서 영민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영민은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밀려옴을 느꼈고, 바짝 긴장이 되었다. 

" 누…… 누구십니까? 예? " 

그러자 그 형체가 말없이 영민 쪽으로 다가왔다. 

" 으…… 으……" 

하는 끔찍한 신음을 토하며.
바짝 얼어붙은 영민. 그저 다가오는 그림자의 얼굴을 살피려 두 눈만 동그랗게 치켜 뜨고 있는데, 이윽고 그가 영민의 바로 앞에 우뚝 섰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의 손아귀가 날아와 영민의 팔을 덥석 잡는다. 

" 윽……" 

영민이 소리를 지르려고 하자 그의 또 다른 손바닥이 먼저 입을 틀어막는다. 

" 웁! "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와 맛이 영민의 후각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영민의 팔과 입 언저리에서는 무언가 끈끈힌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 액체가 무엇인지를 느끼는 영민. 

피! 
그것은 피였다. 
그리고 그렇게 피라는 것을 느낌과 동시에 영민은 기계적으로 다시 한 번 비명을 질러댔으나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영민의 입을 막고 있는 상대의 손아귀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 이영민…… 나야. 나라구……" 

" ……? " 

" 김하사야. 으…… " 

영민은 움찔 놀라며 한숨을 삼켰다.
김하사? 김하사라니? 김대명 하사? 
영민은 이내 놀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금 상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어둠 속에서 상대의 윤곽이 어렴풋이 인지되기 시작했다. 

" 기…… 김대명 하사님 이십니까? " 

" 나야 그래. 김대명 하사……" 

" ……! " 

그렇다. 그 목소리…… 
분명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다. 
그러나 그것을 확실히 깨닫는 순간 영민은 다시금 온몸을 휘감는 새로운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김대명 하사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 피는 무엇이고, 이 밤중에 왜 나를 찾아온 것일까? 그리고 알 수 없는 이 음산한 기운은……? " 

" 으으으…… " 

고통스런 절규는 계속해서 나직하게 들려왔고 영민은 김대명 하사의 어두운 얼굴을 놓치지 않고 계속 주시했다. 
진흙처럼 축축하고 기분 나쁜 시간이 얼마간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김대명 하사는 영민에게서 손을 거두고 그의 앞에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놀란 영민이 그를 부축하려 하다가 멈칫했다. 창을 통해 비춰드는 여린 달빛에 김대명 하사의 얼굴이 슬쩍 보였기 때문이다. 

" 익! " 

영민은 낮은 탄성을 내질렀다. 
김대명 하사의 얼굴! 
그것은 흡사 으깨어진 수박 속을 연상케끔 했다. 김대명 하사의 얼굴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어디가 어떻게 찢어지고 다쳤는지는 어둠 속에 묻혀 알 수 없었다. 여린 달빛은 그저 그의 얼굴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다는 것까지만 보여주고 있었다. 언젠가 영민과 김대명 하사가 같이 보았던 그 밤하늘처럼……

" 김…… 김하사…… 웁 " 

영민이 저도 모르게 큰소리를 내지르려고 하자 김대명 하사의 손바닥이 다시금 그의 입을 틀어막는다. 그 힘이 꽤나 완강하다. 

" 조용히 해 임마. 으으…… 놈이 듣는단 말야……" 

" ……? " 

영민은 김대명 하사의 손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피의 느낌에 소스라치며 몸을 뒤로 뺀다. 입가에 다시금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진다. 속이 울렁거리는 영민. 그러나 역겨움보다는 여전히 강한 공포감이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주위엔 모두들 세상 모르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신경이 예민한 누군가 하나쯤은 잠에서 깨어날 법도 한데 말이다. 
영민은 진땀을 흘리며 김대명 하사를 다시 주목했다. 김대명 하사는 기운이 다 떨어졌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도저히 상황정리가 안 되는 영민이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연다. 

" 김하사님…… 어찌된 일입니까? 예? 도대체…… 놈이라뇨? 놈이 누굽니까? " 

그러자 잠시 후, 숙이고 있던 김대명 하사의 머리가 서서히 움직여진다. 그리곤 이윽고 정면으로 꼿꼿하게 치켜들더니 이내 각도를 바꾸어 영민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둠 속에서 그의 검은 눈이 영민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그리고 비장하고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목소리. 

" 그 놈이야…… 4호실 귀신…… " 

" 예? " 

" 그 놈이 나를 죽이러 왔어…… 나를…… " 

4호실 귀신이라니? 
영민은 점점 더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시원스레 소리라도 질러서 모두를 깨워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도저히 그럴 엄두는 나지 않았다.

" 김하사님 누구 말입니까? 예? 4호실 귀신이라뇨? " 

김대명 하사는 영민의 물음에 대답은 않고 두 팔을 내민다. 떨리는 그의 두 팔이 영민에
게로 서서히 다가왔다. 
순간 영민의 머리 속을 번개처럼 스치는 얼굴이 하나 있다. 

전빈영 하사! 
그다! 
바로 그가 김대명 하사가 말하는 그 놈인 것이다! 

" 이영민 나 좀 도와줘. 나 좀……" 

다가오던 김대명 하사의 두 팔이 드디어 영민의 어깨에 닿는다. 
어깨를 꽉 붙드는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 그에 강한 거부감이 드는 영민.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느낌이 안 좋았다. 평소엔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고참이건만. 김대명 하사의 쉬어 터진 듯한 음산한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 이영민…… 으으……" 

" 김하사님…… 전빈영 하사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 

그러자 문득 김대명 하사의 표정이 잔뜩 굳어졌음을 영민은 느낄 수 있었다. 어둠 속이었지만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어깨를 움켜쥔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에 조금 더 힘이 들어간다. 

" 그…… 그래. 그 놈이야. 전,빈,영…… " 

"……" 

" 언젠가 니가 4호실에서 귀신 같은 걸 본 적 있지? 응? " 

영민은 김대명 하사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일전에 열린 4호실 안을 기웃거리다가 김대명 하사와 마주쳤던 일이 상기되어지며, 그 때의 공포가 슬그머니 영민의 전신을 마비시키려 하고 있었기에.

" 으…… 그 때, 니가 잘못 본 게 아니었어……" 

" 그…… 그럼……" 

" 맞았어. 그 자식이 그 때 그 안에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 자식이 기우를 그렇게 만들었고……" 

" 예? " 

영민의 목청이 다시 높아진다. 그러자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에도 더욱 힘이 들어간다. 어깨가 아파오는 영민.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 놈이 이제 날 죽이려고 해. 기우에 이어서 나를…… 으으……" 

" 그럼 4호실 귀신이 전하사님이란 말입니까? " 

" 그렇다니까 이 새끼야! " 

김대명 하사는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에 노기를 띄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영민은 이 암담한 공포에 질려가면서도 김대명 하사의 행동에서 한가지 의문점이 발견되었다. 

" 김하사님. 그럼 사람들을 깨워야되지 않습니까? 예? 도움을……" 

그러자 다시 영민의 어깨가 시큼하게 아파 온다. 김하사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그 손아귀는 부들부들 떨고 있기까지 했다. 

" 아…… 안돼 그건, 너도 예전에 4호실에서 겪어 봤잖아? 놈은 그…… 그럼 놈은 변장을 해서 그때처럼 유유히 빠져나갈 거야. 나만 바보 되었다가, 나중에 기회 봐서 다시 날 죽일 거야……" 

그도 그럴 듯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치고 있는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도 아니었다. 도대체 김대명 하사는 그래서 뭘 어쩌자는 것인가! 왜 나만 이렇게 조용히 깨운 것일까? 
영민은 도저히 감이 안 잡혔다. 

" 그치만 일단……" 

" 이 새끼야 안 된다니까…… 으으……" 

영민의 거듭되는 제의에 김대명 하사의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그만 높아졌다. 그 바람에 옆에서 자고 있던 누군가가 잠결에 몸을 움직였다. 숨을 죽이는 김대명 하사와 영민. 잠깐 몸을 움직였던 그는 이내 곤한 잠 속으로 다시 빠져든 듯, 조용해졌다. 
한동안 말이 없던 김대명 하사가 다시 영민을 쳐다본다. 

" 영민이 니가 날 좀 도와줘. 응? " 

" 예?…… 제가 어떻게……" 

" 나랑 같이 그 놈을 물리치면 돼."

" 예?"  

"나랑 같이 4호실로 가는 거야."

김대명 하사가 말했다. 어쩐지 강압적인 힘이 느껴진다. 

"4호실은 왜……?"

"거기서 놈을 해치우는 거야. 우리 둘이서……"

"하지만…… 둘이서 어떻게……?"

"시간이 없어. 어서 가야돼, 임마!"

김대명 하사가 다급하다는 듯이 영민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손아귀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영민은 두려움과 함께 통증을 느꼈다. 그는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에서 어깨를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지금…… 가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지금! 당장!"

"하지만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게다가……" 

게다가 김대명 하사의 몰골은? 그 꼴로 누굴 물리치겠단 말인가……
영민은 도무지 김대명 하사의 머리 속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B N Q 1호실의 문이 조용히 열린다. 
순간 김대명 하사의 몸이 감전이라도 된 듯 부르르 떨렸다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침상 위로 올라와 영민의 뒤로 숨어버린다. 그러나 놀라기는 영민이 백 배 더 놀라 있었다. 
영민은 더 이상 털끝 하나도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둘은 어둠 속에서 열린 입구를 뚫어져라 주시했다. 천천히 열린 문틈으로 누군가가 들어선다. 

'으헉!' 

실루엣만으로도 영민은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그는 전빈영 하사였다. 
전빈영 하사! 
그가 지금 1호실 안으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영민이 새삼 몸을 움찔 떠는 순간, 뒤에서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가 다시 그의 입을 틀어 막는다. 소리지르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뜻이다. 그러자 영민의 전신이 사시나무 떨 듯 떨려왔다. 
완전히 1호실 안으로 들어선 전빈영 하사는 찬찬히 B N Q 안을 둘러본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은 정확히 영민 쪽에서 멈춘다. 알아챈 것이다! 
영민의 입에서 다시금 비명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김대명 하사의 다른 한 손이 영민의 뒷목을 움켜쥔다. 사뭇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그 사이 전빈영 하사는 이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어둠 속에서 그의 형체가 점점 커진다. 영민은 뒷목에 강한 통증과 호흡곤란이 동시에 느껴지며 식은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되나…… 

그런데 다가오던 전빈영 하사가 별안간 다시 돌아선다. 
이어서 딸깍 소리와 함께 번쩍이며 켜지는 형광등 불빛이 영민의 눈을 강하게 자극시킨다. 
잠깐 앞이 캄캄해지는 영민. 그러나 이내 눈앞의 상황이 똑똑히 보여진다. 먼저 시체처럼 무시무시한 표정으로 영민을 노려보고 있는 전빈영 하사가 시야에 들어왔고 그 다음은 그의 오른손에 쥐어진 피묻은 나무 몽둥이가 보였다. 

'으아악!' 

김대명 하사의 손아귀에 막혀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영민은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 
순간 전빈영 하사가 쏜살같이 달려들어 영민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휘잉!~ 
빠각! 

" 으아악! " 

끔찍한 비명 소리와 함께 영민의 얼굴로 피가 튀었다. 그리고 영민은 곧바로 기절을 해버린다. 그가 기절하기 직전 잠에서 깨어난 B N Q 하사들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아련하게 들려 왔다. 

" 뭐야? " 

" 전하사님! " 

" 야! 야! 빨리 말리지 못해! " 

" 저러다 사람 죽이겠어! 어서……" 

-계속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