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제의 3대장이라고 하면, 네발달린 건 돼지, 날개달린 건 오리, 지느러미 달린 건 연어라고 할 수 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구하기 쉬운데다가 무엇보다 지방질이 많기 때문.
이 훈제라는게 연기의 향을 요리재료에 스며들게 하면서 독특한 풍미를 내는 건데, 이게 지방성분에 잘 스며든다고 한다.
지난번 훈제 연어와 베이컨에 이어 이번에는 오리에 도전.
마트에서 산 통오리. 손질 좀 해서 팔면 좋을텐데 여긴 무조건 이거밖에 없다.
발골작업중. 아.. 이거 진짜 힘들다.
지금까지 오리 손질 여러번 해봤지만 그게 다 날개와 다리를 잘라내거나 반으로 가르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뼈를 다 발라내려니까 완전 중노동이다.
특히 관절 부분의 오돌뼈와 힘줄 해체작업이 노가다. 발골용 나이프라도 있으면 좀 편할텐데 그냥 식칼로 무식하게 뼈를 발라내느라 엄청 고생한 듯.
듣기로는 오리 껍질에 상처내지 않고 뼈를 발라낸 다음 속을 채워서 만드는 프랑스 요리도 있다던데, 그건 또 얼마나 어려울런지.
어떻게 하다보니 그래도 뼈와 살을 분리시키는 데 성공.
뼈는 모아뒀다가 오리탕이나 오리스프, 오리죽 등을 만드는데 쓰고 살은 소금, 설탕, 후추, 허브를 찹찹 뿌려서 한시간 정도 재워둔다.
그 다음 흐르는 물에 씻고 냉장고 안에서 다시 한두시간 정도 건조.
토치를 쓰니까 훈제 하기가 훨씬 편하다.
예전같았으면 침니 스타터에 숯을 올리고 하나씩 릴레이식으로 불붙여가며 관리했어야 할텐데, 토치가 있으니까 그냥 숯깔고 위에 훈연목 깔고 토치로 한번 지져주면 준비 완료.
그릴에 오리고기를 넣고 4시간 정도 훈제. 다리도 열심히 발골작업 했는데 막상 훈제하려고 보니 자리가 모라자서 넣지를 못했다.
이왕 살만 발라낸 거, 다리는 나중에 오리 주물럭이나 해먹어야지.
훈제가 끝난 오리. 이 상태에서 그대로 오븐에 넣고 쿠킹 작업 들어간다.
완전 바베큐를 하려면 심부 온도를 70도까지 올려줘야 하는데, 그러면 아무래도 기름이 빠져나간다.
약간 온도를 낮춰서 조리하고 먹기 전에 다시 한번 구워먹는게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듯.
오븐에 구으면서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기름을 다시 발라준다.
기름을 바르면서 꿀이나 물엿이나 맥아당 등 뭔가 좀 달달한 걸 함께 발라주면 더 맛있다.
조리 완료. 시판되는 훈제오리 중에는 캐러맬 색소를 써서 색깔 내는 제품들도 많다던데 그런거 안써도 이렇게 예쁘게 색깔이 나와준다.
날개는 굽다보니 중간에 탈 거 같아서 낼름 먼저 먹어버렸다. 결국 남은건 반으로 갈라서 구운 몸통 뿐인데.. 이게 굽기 전에는 꽤 크던게 조리 끝나고 나니까 팍 줄어들었다. ㅠ_ㅠ
오리를 랩에 싸서 냉장고에 반나절 정도 보관해서 숙성시킨 후 슬라이스 해서 구워먹으면 끝.
원래는 허니 머스타드를 찍어먹는데 이번엔 그냥 토마토 케첩을 곁들였다.
껍질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달달하고, 살은 고소하면서 사과나무 훈제의 향이 확 나는게 진짜 맛있다. 연기가 최강의 조미료라더니만 그 말에 공감하게 된다.
훈제오리를 만들고 나서 남은 뼈를 이용해서 끓인 오리탕.
뼈를 푹푹 삶다가 살점을 발라내고 간마늘, 된장 등으로 간을 맞추고 토란대와 우거지 등을 넣어서 끓이면 된다.
뭐, 맛있기는 한데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오리탕보다는 스프(http://blackdiary.tistory.com/798)를 끓이거나 오리죽을 만드는게 더 입맛에 맞는 듯.
다리 두쪽 남은 걸로는 이왕 뼈를 발라낸 거, 오리 주물럭을 만들었다. 오리 살점을 한입 크기로 자르고 불고기 양념에 고추장 한숟갈, 고춧가루 한숟갈, 양파를 넣고 잘 버무려서 반나절 정도 놔뒀다가 팬에 굽는다.
이때 흘러나온 양념+오리기름에 밥을 넣고 참기름 약간과 깨, 김가루를 넣으면 맛있는 볶음밥도 동시에 완성.
매콤하면서도 중독성 있는게 땀 뻘뻘 흘리면서 먹게 된다. 다음부터는 훈제하지 말고 그냥 다 주물럭을 만들어 버려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