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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 잡은 이야기 [250ml 사이다][긴글][사진多]
게시물ID : soda_3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aJolla
추천 : 11
조회수 : 4680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6/04/13 17: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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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인데 글재주 없어서 음슴체. 

맞춤법, 언행 지적 달게 받겠음.

나는 자영업자임.

무료하던 생활 중에 나름 이벤트가 생겨서 끄적여봄.


때는 3월 마지막 일요일.

열심히 일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생이 표정이 굳어서 어딜 뛰어갔다 옴.

왜 그러냐 물으니 잠시 등돌려 일하는 사이 

누군가 길가에 진열된 물건을 훔쳤다는 거임.

물건만 쏙 없어지고 누가 훔친 지 몰라 찾을 수 없고 일은 계속 해야겠으니 돌아온거임.

나에게 똥을 준 사람에게 못해도 설사는 끼얹어줘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나는 이 도둑님의 도전장을 받아들임.


우선 cctv를 돌려봄.

검은 모자를 푹 눌러쓴 아저씨로 보임. cctv가 위쪽에 달려서 모자 때문에 눈은 안 보이고 콧구멍과 하관만 보였음. 

sherlock_07.jpg
- 모자 착용 전 모습 (추정) -

Sherlock.2X01.A_Scandal_in_Belgravia.mkv_000466039.jpg
- 모자 착용 후 모습-

레알 이런 모습이었음. (저는 베네딕트 컴버배치 씨의 안티가 아닙니다. )

이 사진의 베네딕트의 콧구멍과 하관이 닮았음.

훔친 시각이 오래 지나지 않아 잘하면 잡을 수 있을 거 같아서

이 얼굴만 기억하고 추적에 나섬. 


눌러 쓴 검은 모자,  모자에 말려 올라간 뒷머리, 베네딕트의 콧구멍과 하관을 가진 그 놈을 찾아 온 동네를 뒤짐.

이 쯤 되니, 마치 셜록이 된 듯 한 기분이 들면서 놈을 잡으면 어떻게 해줄까 하는 상상에 신이 나서 돌아댕김.

그런데 일요일이라 그런지 수많은 인파 속에 검은 모자를 쓴 사람이 너무 너무 많은 거임.

결국 가게에서 돌아오라는 호출에 추적을 포기함.


cctv를 다시 돌려 본 결과 보통 배짱이 아님. 

일하는 동생이 등 돌린 사이 자연스레 물건을 집고 좌우를 둘러본 뒤

물건을 살 것처럼 가게 사이의 통로를 조용히 걸어가 유유히 퇴장하는 게 보임.

b0016211_5156794becb44.jpg

도둑놈의 차분한 농락질때문에 반쯤 포기했던 나는 이 놈은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를 불태움.



cctv로 이 놈의 동선을 역추적해보니 이 놈이 이웃 가게에 들린 것이 보임.

이웃 가게의 이모님이 등 돌린 사이 진열된 물건을 집어든 놈은 

이모님과 눈이 마주치자 이모님에게 뭐라 말하며 물건을 놓고 그대로 가버림.

놈의 뒷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이모님의 표정을 보고 cctv 녹화본을 뜨고 이웃 가게로 감.


나 : 이모. 이 넘 기억함?

이모 : ㅇㅇ 진상임.

나 : 우리 가게 물건 훔침. 얼굴 기억 좀 부탁.

이모 : ㅇㅋ. 몇 번 본 놈임. 특이하게 생겨서 기억함. (이모님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씨의 안티가 아닐 겁니다.)


이모님의 증언과 당시 그 놈의 손에 들린 검정 봉지 다발과 새로 산 듯한 건조대로 보아

주변에 사는 놈임을 확신하면서...  

반드시 잡고자 할 의지를 불태우려 했으나.. 

며칠 지나고 나니 까맣게 잊고 있었음...




그리고 어제

손님이 없어서 핸드폰 보던 중, 무심히 고개를 들었는 데 

ktk18.jpg

이런 느낌???으로 ..익숙한 콧구멍이 내 눈에 클로즈업 하며 빠악!! 들어옴. 정말 뽜악!!하고 내 눈에 들어옴. 

바로 앞으로 지나가서 얼굴을 다 봄.

저 익숙한 콧구멍과 눌러쓴 모자.. 분명 저 놈이라는 확신이 100퍼센트 들었음.

하지만 내 확신만으로 이 놈의 족을 칠 수가 없음. 애타게 이웃 가게 이모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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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거...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망연히 그 놈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멀어져 가는 그 놈의 모습과 이모님의 행방을 찾다 지친 내 눈은 

그 놈의 뒷통수만 하염없이 바라봄.


그 때

665810_2.jpg

쓰윽... 그 놈이 뒤돌아 보는데....

손가락질하는 나와 눈이 마주침...2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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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했어요~ 를 직감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 놈은 사라졌음..

....

....

결국 그 놈은 놓쳤지만.. 

범인은 범행 현장에 다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후일을 기약했음.





















다운로드.jpg

은 페이크고..

근처 생선가게에서 생선 고르고 있는 거 발견함.. ㅋㅋ

그 놈 바로 뒤로 가서 썩소를 날리며

images.jpg

거기 꼼짝말고 있어.. 라고 마음 속으로 말하고

이웃 가게 이모 데려옴.

나 :  이 놈 맞아요?

이모 :  ㅇㅇ

나 : ㅇㅋ



지금부터는 치킨게임임.. 쫄리는 놈이 지는 거임.

cctv 증거와 증인이 있다고 해도 

녀석이 계속 발뺌하고 강하게 나가면 일이 길어지고 복잡해짐.

훔친 물건이 그리 비싸지 않고 경찰서까지 갈 생각은 없었기에

자백과 피해액만 받고자 했음.


다운로드 (1).jpg



나 : 아저씨, 일루와봐요, 몇 주전에 우리 가게와서 물건 훔쳤죠..

놈 : 무슨 소리야? 물건을 훔치다니..사람 잘 못 봤어.

나 : 봐봐요. 여기 cctv 찍힌 거... 아저씨 얼굴 잘 나왔잖아요.. 요래요래 해서 물건 훔치고 이 쪽길로 도망갔잖아요.

놈 : 내가 이걸 왜 훔쳐..이런 거 파는 가게가 여기 어딨냐고? 증거 있어? 사람 많은 데 이리 망신을 줘! 내 나이가 70이야!!

(어느 새 사람들이 모여들고 놈은 도망가려함.)


예상대로 그 놈은 발뺌했고,,  이를 예상했음에도 당황했지만

불안정하게 떨리는 그놈 목소리와 상황을 회피하려는 행동에

오히려 더욱 확신을 가지고 쫓아감. 


나 : 아저씨, 여기 증거랑 증인 있는 데 왜 아니라고 해요? 훔칠 때 쓴 모자 오늘도 쓰셨네. 왜 훔쳤어요?

이모 :  (활짝 웃으며) 아저씨. 훔치기 전에 우리 가게 왔잖아요. 제가 봤어요. 왜 그러셨어요?

놈 : 나 아니라고, 뭐가 증거냐고! (나를 툭툭 침)

나 : 그러면 경찰 부를테니 가서 얘기해요.

놈 : 그래 경찰서 가자 (내 팔을 잡아채며 인적없는 골목길로 가려함)

나 : 경찰 부를테니 가만 계세요. 그리고 아까부터 저 막 툭툭 치고 잡아끄는 데 이거 폭행입니다. 경고합니다.


그러자 그 놈 그냥 골목길로 도망감. 붙잡자니 폭력이니 뭐니 운운할 것 같아서 앞질러 길을 막음.

그러다보니 둘만 있게됨. 

뭔 일이 일어날 지 몰라 그냥 경찰서에 전화를 검.


나 : 예,, 경찰이죠.. 여기 절도범을 잡았는데요... 어디어디 아시죠? 거기로 오실래요?

놈 : 나 아니래두 그러네.. 안 훔쳤다고...


그러면서 놈은 자켓으로 손을 넣음..

혹시나 큰일 당할까 경계하고 있는데...

그 놈 지갑을 꺼내며 나에게 5만원권을 건냄.... -_-;

일단 돈은 받음.



그러자.. 그 놈 하는 말이 대박임.


놈 :  만 천원은 줘야지...



여기서 나는 3번 놀랬음..


첫번째.. 

좀도둑이 거금 5만원권 포함 돈을 많이 들고 다님. 지갑이 두툼했음.

두번째.. 

물건을 훔친 게 걸리자 배상하며 거스름돈을 달라하는 뻔뻔함의 극치. 외상한 거라 생각한 거임?

세번째..

지금까지 그 놈이 훔친 물건의 가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음.. 단지 훔친 사실만 말했음.

이제 말하자면 물건의 가격은 39000원임. 이 놈은 아까 지가 이 물건 파는 가게도 모른다고 분명히 말했음.

그런데 5만원권 주면서 지가 알아서 거스름돈도 계산한 거임.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음..

이거 형사에 민사가면 몇십만원 받아도 모자르다고 

이거 받고 그냥 넘어간다고..

우리 가게 근처에 오지도 말라고 경고하고 옴.

그 와중에 놈은 계속 안 훔쳤다고... 라고 중얼중얼 거림...


돈 받고 돌아오니 날 아는 동네사람들이 뭔 일이냐고 물어봐서 자초지종을 알려줌.

보아하니 그 놈이 이 동네 살아서 다들 안면이 좀 있나봄.

원래 좀 이상해 보였다.. 이 동네 산다.. 저럴 줄 몰랐다.. 라고 말씀들 하심.

한 분의 말씀이 매우 인상적이었음... 신변 관련이고 구체적 언급은 못하겠지만... 

과거 뭐 유명한 사람이었나 봄... 그 분 말씀에 의하면...


지금 생각해보니 경찰서 가자고 나 끌고 골목으로 가려는 것도 사람 없는 데서 몰래 배상하려는 것 같음.

계속 아니라고 한 거는 몰려든 사람들 을 의식해서인 듯 함..

어쨌든 그 놈 입에서 잘못했다. 내가 훔쳤다. 이런 말은 못 들었지만

돈도 받았고, 의도치 않았지만 그 놈이 망신도 당한 것 같아서 나름 약사이다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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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두고두고 반성하길 바라면서


영화 한 편 홍보하며 마무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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