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후배 김모 과장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던 날, 김모 과장 동생이 고향으로 내려오던 길에 겪은 일이랍니다. 아버지께서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고 고향이 고속도로가 안지나가는 동네인데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하다보니 고속도로를 탔고, 집에서 1시간 가량 더 남쪽인 근처 IC를 지나서 한적한 국도로 집에 가게 되었답니다. 늦은 시간이라 차도 없고 막 밟아서 가려는데, 갑자기 RPM이 막 올라가면서 마치 급발진하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당연히 김모 과장 동생은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는데, 이상이 없는 듯 하여 다시 시동을 켜려니까 시동이 안걸리더랍니다. 본넷을 열어봤지만 방법도 없고, 집에 전화했더니만, 아직 운명하지 않으셨는데 괜찮으신 듯 싶다고 하여, 사정 이야기를 하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워낙 시골인지라 견인차량이 2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다고 하여 동생은 하는 수 없이 걸어서라도 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어 차 앞에 쪽지만 남겨두고 뛰다시피 길을 갔답니다. 아무도 안지나가고, 차도 없고, 간혹 차가 지나갔지만 짙은 색 양복을 입은 사람이 잘 보였을리 만무하고,,, 그런데,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앞에서 이제는 시골에서 볼 수 없는 소달구지가 하나 가더랍니다. 할아버지 한분이 소를 몰고 가는 것이였답니다. 다리도 아프고 좀 태워달라고 하려다가 시간이 촉박하여 그냥 지나치는데 뒤에서 할아버지가 부르더랍니다. 급한 마음에 그냥 무시하고 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데, 저 앞 급커브길에 또 소달구지가 있더랍니다. 아까 그 할아버지가 달빛을 받고 앉아서 동생보고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라고 하더랍니다. 동생은 전화기를 꺼내서 봤는데, 통화권 이탈에다가 시간도 정지한 느낌, 집에는 빨리 가야겠고, 다리도 아프고, 동생은 하는 수 없이 할아버지 옆에 앉아서 담배를 권했더니 할아버지께서 그게 뭐냐고 하더랍니다. 어두워서 안보이나 생각이 들었다가,,예의도 바르게,, 죄송합니다만, 저 담배 한대 태우겠습니다.하면서 불을 부쳤는데, 순간 할아버지가 안보이더랍니다. 달빛에 보이던 할아버지가 라이터를 켜는 순간,,,안보이더랍니다. 동생은 어리둥절하면서 그냥 피면서 걸어가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또 걸었답니다. 그런데, 저 앞에 또 소달구지가 있더랍니다. 아까 그 할아버지가 또 앉아서 손짓을 하구요. 자기보다 더 빠를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아까 왜 빨리 가셨냐고 했더니,,,시간이 다 되어서 좀 빨리 갔다고 하더랍니다. 동생은 말없이 그 할아버지 옆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떠나려니까,,, 그 할아버지께서 천천히 가라고, 자기는 이따가 따라가겠다고 하더랍니다. 동생이 어디어디로 간다고 했더니, 자기도 거기 가는데, 난 좀 천천히 갈테니 먼저 가라고 하더랍니다. 왜 이 밤중에 뜬금없는 소달구지를 끌고 자기 고향, 그것도 다른 지역으로 가냐고 물었더니, 그 할아버지께서 거기 가서 만날 사람이 있는데 아까 시간이 좀 없는 듯 했었는데 이제보니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하면서 어여 먼저 가라고 하더랍니다. 빨리 가라고 하더랍니다. 동생은 한 10분여 걷고 뛰다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고 집에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형제들과 모여서 아버지 임종을 봤답니다. 그 때 시간이 새벽 3시쯤이었다고 합니다. ---- 아침이 되어서 장례를 모시다가 동생은 오후에 보험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차가 전혀 이상없는데 왜 고장신고를 했냐고 하면서 차를 집근처 읍내 카센터에 가져다 놓을 테니 견인비만 주라고 하더랍니다. 동생은 형들에게 사실 이야기를 했더니만, 형들의 반응은 모두 그 소달구지를 몰던 노인분이 저승사자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랍니다. 동생이 걸어가도록 한 것도 아버지를 조금더 살려두려고 한 것은 아닌지, 동생이 아버지를 만난다음에 모시고 가려고 먼저 가라고 한 것은 아닌지, 차가 고장난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갈림길이 있는데 이정표가 잘못 되어서 집까지 오려면 한참 고생을 해야 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하더랍니다. 김과장도 그런 생각이 들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