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고서 전철역 화장실에 들렸었어요 거울도 보고 손도 씻는데 여자화장실 입구에서 어떤 중년 여자분이 난처한 표정으로 "얘를 어떡하지"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보니까 한 14살 쯤 되보이는 몸이 불편한 남자아이랑 계셨어요
대충 짐작이 갔어요 어머님은 화장실 가고 싶으신데 아이가 큰 남자아이라 여자화장실을 데리고 가실 수가 없던거죠
잠깐 고민했어요 잠시 아이를 맡아드린다는게 혹시 실례는 아닐지 혹은 아이가 어머니랑 떨어지는 순간 저를 밀치고 뛰어가진 않을지 또다른 혹시 모를 일들을 고민하다가 말씀드렸어요
고민만 하면 달라지는 게 없잖아요
화장실 가고 싶으신 것 같은데 잠시 아이 봐드리겠다고 하고, 곧 그 어머님은 고맙다고 하시면서 화장실 가셨고죠 그동안 저는 그 애의 팔을 잡고 기다렸어요
얼마 안되는 시간일거에요 그 사이 잠깐 아이 얼굴을 보는데, 아주 잠깐 눈만 마주보고 그만 보았어요 혹여나 제가 보는 시선이 아이에게 동정이 될 것도 싫었고 또 불편한 사람을 마주하는게 묘한 죄책감도 들었거든요 인사라도 할까 말을 걸어볼까 했지만 그 역시도 내키지 않아 못했어요
금방 어머니가 나오셨고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이럴때는 너도 감사하다고 하는거야 그런 말을 하고 자리를 뜨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