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부터 우리나라의 천문학적인 가계 빚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경고의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의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McKensey)는 우리나라를 '세계 7대 가계부채 위험국'으로 꼽았다. 가계가 1년 동안 번 돈에 비해 빚이 얼마나 많은지를 나타내는 자금순환표상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지난해 이미 163%를 넘어, 미국의 113%는 물론 금융위기 위험국가인 스페인의 130%보다도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가계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경제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Oxford Economics)도 한국은 성장엔진이 작동을 멈추고 있는데 가계부채만 폭증하고 있으며, 그 부채 규모도 아시아 최대규모로 가계부채 위험이 가장 심각한 나라라고 꼽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한, 한국은 가계가 빚을 갚느라 소비를 줄일 정도로 부채 악화가 심각하며, 이로 인해 앞으로 경기침체가 찾아올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경고하였다.
특히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 포인트 늘어나면 한국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10%에서 40%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일본의 노무라 증권은 '원금은 갚지 않고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IOM)'이 미국과 유럽의 버블 붕괴의 원인이었는데, 현재 한국에서 이 같은 방식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무려 74%를 넘어 지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되는 2019년이 되면 인구구조 악화와 맞물려 한국 경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 세계의 시각과 동떨어진 경제 관료들의 인식
이처럼 세계 곳곳에서 한국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나 금융당국의 인식은 사뭇 다르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경제 성장에 따라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고 평가하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3월 인사 청문회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한 발 더 나아가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금리 인하로 경제를 돌아가게 하려는 정책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며,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시켰다'면서 최근의 가계부채 급증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경제연구기관들의 잇따른 경고와는 동떨어진 우리 경제 관료들의 판단을 100% 믿고 가계 부채 문제에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