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느낌표 라는 프로그램의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인 '봉순이 언니'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주옥같은 작품들의 저자로 잘 알려진 공지영 님의 90년대 베스트셀러 '고등어' 입니다. 이 책에 대한 서평은.. 제가 작성했던 것보다 훨씬 간결하고 세련되게 쓰신 소설가 박완서 님의 것으로 빌립니다; '이건 사랑 이야기군, 하면서 처음 몇 장을 읽었다. 실은 몇 장만 읽다 말려고 했는데 앉던 자리에서 다 읽고 말았다. 나는 사랑 이야기를 좋아한다. 불륜의 사랑은 좀더 재미있어한다. 이혼한 남자와 유부녀의 사랑이니까 그런 구색까지 갖춘 셈이다. 그러나 이 소설을 감동스럽게 하는 더 못말리는 불륜은 그들의 이십대, 자기만을 위해 살지는 않으려는 바보 같은 꿈을 위해 헌신했던 저 80년대에 대한 아직 끝나지 않은 사랑이다. 80년대를 말하려면 정석처럼 따라다니는 허무나 자포자기의 폼을 공지영은 거의 잡지 않는다. 만일 백자반이 되어 좌판에 누운 간고등어가 창공처럼 푸른 등을 번득이며 유영하던 자유의 바다를 잊지 못한다면 그건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자기정체성에 대한 긍지가 아닐는지. '
사랑을 해보지 않고 상처도 받지않는 것 보다 사랑을 해보고 상처도 입는편이 훨씬 더 좋다는 어떤 작가의 글을 읽었다. 아마 그 작가는 평생 한번도 사랑을 해보지 않았으리라.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나서 그것이 끝나고 난 뒤의 무참함을 한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결코 이런말을 할 수 없을테니까 말이다. 만일 누가 내게 묻는다면 나는 대답하리라. 생애 단 한번 허용된 사랑이라고 해도 그 단한번의 사랑이 무참히 끝나고 말 것이라면 선택하지 않겠다고. 그저 사랑을 모른채 남아 있겠다고..... ─ 88년 2월, 노은림의 유고 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