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논란에 대한 정치덕후&TV덕후의 생각>
1. 나는 TV(예능, 시사교양, 스릴러 드라마 류)와 영화를 좋아하고 대중문화 비평을 탐닉하는 정치덕후이다.
2.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유퀴즈의 뒤늦은 애청자이다. 기실 유퀴즈의 장점이라는 보통 소시민들과의 좌충우돌 거리 인터뷰 컨셉 시절에는 유퀴즈를 거의 보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다는 바빠서.
나는, 보편의 시청자들과 달리 코로나 이후 실내에서 화제의 인물이나 장인들을 초청하여 인터뷰 하는 최근까지의 컨셉부터 우연히 즐겨 보게 되었다. 보통 소시민들의 생생 인터뷰가 더 끌리긴 하지만 지금도 TV키즈인 내 취향에도 잘 맞았다.
나는 지난 20일 방송은 못 본 채 27일 유퀴즈 본방을 평소처럼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방송 말미에 마치 방송이 조기 종영 되기라도 하는 듯한 감성 포텐 터지는 제작진의 ‘나의 제작일지’라는 긴 자막과 영상이 등장하여 ‘어 이건 무슨 일이지? 내가 못 본 요 몇 주 사이에 방송에 무슨 외압이라고 있었던 건가?’라는 생각과 동시에 저렇게 에둘러 시처럼 말하는 뜬금포를 시전하는 걸 보니 무슨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건가 싶었다. 그리고 그런 상태로 나는, 주중을 유퀴즈를 잊은 채 바쁘게 보냈고 이렇게 주말에 이르러서야 유퀴즈가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역시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중문화 비평을 즐긴다는 내가 이렇게 소문이 늦다니 허허참, 그건 아마 스마트 기능이 없는 2G폰 때문일지도...
3.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가 이해한 논란의 몇몇 요지는 <4월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출연했었다는 사실>, <반면, 문재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청와대 노동자들, 이재명 후보 등등이 출연하고 싶다고 타진했으나 내부에서 부담스러워한다고 제작진이 거절했던 사실>, <CJ E&M 측이 문통 출연 요청은 없었다며 보도를 부인했다가 거짓말이 들통난 논란>, <제작진이 소위 여권 측 인사들에 대한 출연을 완곡히 거절하면서 ‘진행자가 정치인 출연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사족을 붙임으로 인해 유재석은 입장을 밝히라는 누리꾼들 갑론을박으로까지 번진 상황>.
제가 맞게 이해한 건가요? 이런 팩트 확인이 맞다는 것을 전제로 논란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보자면,
4. 저는, 민주진보개혁 세력을 지지하고 윤석열 세력을 싫어하는 지독한 정치덕후이자 TV덕후이지만 유퀴즈나 에능 프로에서 꼭 진보보수, 여야 출연 균형을 맞추라고 의무로 강제할 순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김영삼이 나오면 김대중도 나와지면 더 좋은 구경이 되긴 하겠지만 누굴 출연시키느냐는 제작진의 고유 판단 영역이라 봅니다. 하여 윤석열만 출연시킨 것이 일부 정치 세력이나 일부 시청자들에게는 불편할 순 있겠지만 그게 심각한 위반 사항이거나 규탄 꺼리 까지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
5. 단, 두 가지는 요구하고 싶네요. 하나, 제작진은 감성 일지로 대답을 대신함으로 오히려 억측만 불러일으키는 논란 증폭이 아니라, 실제 외압이 있었는지 기다 아니다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공공재로서 대답할 의무’를 당근 보여주시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국민MC로 사랑받아온 유재석 씨는 진행자로서 정치인 출연 선정 과정에 어떤 정도로 의견을 교우하고 있는지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침묵으로 껴안고 가려는 자세’가 아니라 ‘논란이 이어지더라도 의문 먼저 해소해주려는 대국민 서비스’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6. 예능과 정치는 결코 섞여서는 안 되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유퀴즈 제작진이 다시금 고민해 줬으면 합니다. 청와대나 국회 같은 곳에서 어떤 법을 만들고 어떤 정치 결과를 내오느냐에 따라 소시민들의 일상과 먹고사니즘이 결정되고 그 결과 하하호호 예능 같은 인생이 달라지는, 다 얽히고 설킨 연관 관계인 것이니까요. 말로는 ‘내부에서 정치인 출연을 부담스러워한다’고 하면서도 윤석열 당선인은 어떻게 출연케 됐는지 과정을 안 밝히면 이건 예능이 아니라 ‘잘못된 시사 방송’이 돼버리는 거잖아요.
7.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엔터 업계와 방송사를 쥐락펴락했던 과거를 전혀 반성치 않는 정당이 정권을 다시 잡게 됐으니 CJ같은 재벌들은 국힘류가 더 편해서 알아서 길 것이고 그런 회사 분위기가 제작진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더 미쳐갈 것이 예견되는 시절이므로, 나는 제2 제3의 윤석열 아바타들이 유퀴즈나 예능에 계속 출연 한다 하여 “좀 균형감은 맞춰 주소”라고 권언할 순 있지만
‘방송 내용’에 방통위에 제소할만치의 왜곡과 의도된 편향성이 있지 않는다면,
출연 과다 같은 편파적 ‘형식’ 갖고 썽은 나고 ‘비판’은 하게 될 일이지만 ‘비난’할 일은 못 된다 생각합니다. 혐오를 조장하거나 사회적 상규를 위배한 것이 아니라면 예능은 예능의 자유가 존중돼야 하니까요. 이것은 마치, 개그 프로에서 정치인 출연이나 정치 풍자를 여야를 양분하여 똑같은 비중으로 까라는 요구가 말이 안 돼야 하는 기준인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8. 그래요, 공영방송이 아닌 상업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이나 예능 프로들도 이제는 본인들은 어떤 이유로 이러저러한 유형의 정치인을 더 선호한다고 자유롭게 말하고 방송으로 외화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는 게 방송 발전을 바라는 제 소신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저는, 윤석열 세력이 정치든 예능이든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는 실력과 재능은 없는 치들이라 생각하므로 재벌이 문민 연성 독재 편드는 게 이상한 게 아니듯 상업 예능 방송에서 출연자 섭외를 편파적으로 한다 하여 뭐라 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다만, 이번 유퀴즈의 애매한 제작일지가 빚은 논란이 ‘회사의 외압으로부터 제작진이라는 노동 집단이 겪는 고충을 피력’한 것인지 아니면 회사나 제작진이 한통속으로 ‘비판 시청자’들을 훈계하려 한 것인지 그도 저도 아니면 무엇인지 정도는 명확히 입장을 밝혀 주는 예의를 거듭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정치인 논란이 부담스러우니 아닥하고 있을게요”는 영 아니올씨오라는 말입니다. 예능조차도 진영논리로 해부하려 드는 강성 누리꾼들과 일부 정치인들에게 이번 논란의 2차 책임이 있는 것이겠지만 주효한 1차 책임은 누리꾼도 정치인도 아닌 ‘정치질을 해놓고도 정치질이 아니라고 회피하는’-마치, 갈라치기 아니라는 갈라치기로 모면 버릇하는 ㄱ정당 ㅇ대표의 궤변 같은-재벌 방송사와 제작진에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대답은 시적 모호성으로 응답하는 ‘관성’이 아니라 주관식으로 친절히 해명하는 ‘정성’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본의 아니게 주절주절 글이 길어져 버렸네요. 인내심으로 끝까지 읽어주셔서 넙죽 감사합니다.
** 자체 광고 ; 저는 2011년 8월부터 페이스북에 시사 글쓰기를 매일, 최소 1편 정도씩 이어가고 있는 프로불편러 무당파 정치덕후 제주불한당 이라고 합니다. 제 글들에 동감의 힘이 나거나 ‘극빈한 저’의 글 노동을 소액이라도 후원하고 싶어지셨다면 참고 : 농협 302-0787-7010-51 김상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