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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특기가 없다.
게시물ID : humorbest_12030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zro
추천 : 15
조회수 : 3905회
댓글수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2/11 21:28: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2/08 08: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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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나는 특징이 없는 것 이 특징인 사람이다. 
 마치 만화로 따지면 그냥 배경에 회색으로 그려지는 사람들이나 선 5개 이하로 표현된 군중속 표정조차 애매한 a에 속하는 것 이다.
 그렇게 나름 남들처럼 뭐 평범하게 중학교 때 쯤 이사해서 평범하게 인문계 고등학교에 갔다.
 평범하게 3등급 씩 나오면서 목표는 항상 전교 1등을 잡고 평범하게 학원을 다니는 생활이 벌써 몇년인지 마치 태어날 때도 이러했고 앞으로도 이러할 것 같은 생활을 지속 중 이었다.

 연애 같은건 평범한 나에겐 뭐랄까 그냥 반에서 가장 예쁜 일종에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애를 짝사랑 하는 정도에만 미치는 지경에 있었다.
 나는 그냥 나와 비슷한 남정내들과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노란 택시가 그려진 그림이 걸린 피씨방에 구석탱이에서 풀었다.

 그녀석이 오기 전 까지 는.
 
 선생님이 전학생을 소개시켜 주시는 날 우리는 그 정보를 이미 입수한 터라 잔뜩 기대에 차 있었다.
 나는 이 일이 마치 평범하지 않은 일 같지만 통계에 따르면 그저 평범하게 반에 인구가 하나 느는 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그 녀석이 어느 부류의 그룹에 속하게 될 지 점치려는 목적으로만 잠시 흘끗 처다 보았다.

 여자다. 게다가 뭔가 딱 이상형인 그런 체형에 몸짓을 갖추고 있다. 그 목소리는 인공적일 정도의 느낌을 주었다.
 왜 인지 글라도스가 생각난 나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저런 인간은 우리 반 어느 그룹과도 어울리지 않고 그냥 이 미묘한 균형에 소용돌이를 일으킬 것 같았다.

 쉬는 시간에 모든 학교에 인간이란 인간은 그 새로운 개체를 구경하기 위한 목적으로 내가 속한 학급의 교실을 방문하였다.
 나는 배부른 세렝게티 사자마냥 그들이 그곳에 몰려들게 두고 교과서를 바꾸어 책상위에 올리고 시간표를 확인하고 그 전학생 뒤에 뒤에 왼쪽 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래도 그쪽이 신경 쓰였는지 그 전자 구름에 둘러쌓인 핵과 같은 그녀가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키큰 여자애 팔뚝 사이로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살짝 인사 하였다. 박근혜와 김정은의 인사같이 어색한 인사에 나는 더 이상 처다보기를 관 두었다.

 다른 아이들의 반응이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식어갈 무렵까지 그녀의 존재는 내 예상과 다르게 그다지 폭풍을 만들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녀는 누구와도 친하게 지내는 인기인이자 불가침 영역에 들어선 선인이 되었다. 
 그녀가 말 하는 것은 옳은 것은 옳은 것 이요, 틀린 것은 틀린 것이 되었다. 내가 반대하면 그냥 병신이 될 사항들도 그녀가 반대하면 실행해서는 안될 재앙으로 취급 받았다.

 이제 그녀의 전학생 타이틀이 사그라들 무렵 내 좌석은 그녀의 뒤 왼쪽 이었다.
 이 새로운 자리의 배치는 내 앞좌석과 오른쪽 자리의 쓸데 없는 기운으로 활발한 인간들의 시너지 효과를 받아 나와 그녀가 대화를 할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었다.
 
 이것이 내가 그녀와 사귀게 된 시작에 초석 이라고 볼 수 있겠다.

 어쨌건 이 귀찮은 앞 이야기들은 그냥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찌끄러기 이야기 들 이었다. 마치 코난으로 따지면 코난과 유명한 탐정 외 2인 정도가 어디로 놀러갔다 정도의 이야기 랄까.

 나는 오늘 그녀의 초대로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다. 딱히 무언가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거기로 간다는 사실에 아드레날린 수치가 올라가고 심장이 마치 혈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 듯 반응 하였다.
 
 그녀의 집 문 앞에 도착하였다. 나는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인간들이 없으며 그녀가 이 공간에 혼자 있음을 확인한 후 나의 초인종 소리를 듣고 현관으로 온 그녀의 도움으로 그 아파트 605호에 진입하였다.
 
 "어서 와"
 내가 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아왕ㅎ아하하옹ㅎㅎㅎㅎ" 정도 대답을 하며 나는 들어갔다.
 명분은 어디까지나 나와 그녀가 속한 그룹에 숙제를 위한 모임이므로 나는 그녀의 방에서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느렸다.
 컴퓨터의 펜 소리는 유일하게 이 정적을 채워주는 소리였으며 윈도우가 부팅되면서 나는 촌스러운 음악 소리가 끝나고 그녀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는 가져온 이동식 저장장치를 조심스래 꺼내었다.
 
 "아, 과자 있는데 먹을래?"
 나는 당연히 미적지근한 긍정의 표현을 하였고 그녀는 간접 광고를 피하기 위해 과자라고 처리한 그 물체를 가지러 방 밖으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로 가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공부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책상을 탐색하기 시작하였다.
 이것은 절대 변태적인 행위가 아니라 낮선 장소에서 초조함을 느끼는 생명체의 반응일 뿐 임을 알아줬으면 한다.
 뭐 그렇게 내가 그녀의 귀여운 글씨로 작성된 시간탁자를 관람하고 필통에 필기구들을 살피고 서랍 속 비밀 물건들을 보려는 유혹을 이겨내고 책장을 뒤져 그녀의 졸업앨범을 찾으려다 책상 아랫쪽 책장에서 나는 익숙한 표지의 책을 찾았다. 뒤에 붙어있는 꼬부기 스티커와 다르게 제목은 그다지 귀엽지 않은 책 이었다.

 "명상과 최면 요법..."

 나는 이 책을 분명 집에서 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해서 읽을 생각은 안하고 멍하게 그녀가 과자를 가지고 올 때 까지 들고 있다 과자를 가져온 그녀의 표정을 보았다. 

 당황이다.

 "이런 낡은 책도 가지고 있었냐? 혹시 중학교 2학년 무렵 이런쪽에 취미가 있던거 아니야? 낄낄"
 나는 원래 졸업 앨범을 가지고 장난치려던 레파토리를 이용하여 상황을 무마시키고 당황하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책을 책장에 도로 넣었다.
 
 성적표와 숙제에게 있어서는 잘 된 일이지만 우리는 그렇게 숙제만 열심히 하다가 헤어졌다.
 
 나는 집에 와서 딱히 미련이 남은 것은 없지만서도 그냥 그 책이 신경쓰여 집에 책장들을 뒤지기 시작 하였다.
 
 없다.

 대신 나는 내 서랍에서 카드와 손목시계, 금속제 라이터를 찾았다. 손목시계 뒤에는 피카츄 스티커가, 라이터에는 파이리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카드 덱은 얇은 렙 비슷한 비닐로 쌓여있었는데 빈 공간이 있는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정확히 피카츄, 파이리, 그리고 또 하나의 빈 공간이 있다. 

 '이거 설마 꼬부기인가.'

 나는 여기서 2가지 가설을 세웠다,
 1. 그 책에 붙은 꼬부기 스티커가 그 스티커 이다.
 2. 그 책에 붙은 것과 이 빈 공간은 별개이다.
 
 나는 왜인지 알고있었다.
 이 카드 케이스 안에 정답이 있다고.

 이 이야기는 이제 끝이 나야한다. 더 이상에 기억에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카드를 열고 나는 카드를 꺼내었다.

 첫장을 보았다. 
 내가 중학교 시절 무슨 짓을 벌였는지 어떻게 그를 그녀로 만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두번째 장을 보았다.
 그 결과로 나의 전학을 알게 되었다.

 세번째 장을 보았다.
 내 특기인 최면을 이용한 나의 현실 도피, 즉 지금의 내가 있게 된 방법이 나와있었다.

 네번째 장을 보았다.
 카드를 작성할 시점으로 부터 지금까지 일들이 예측 되어있었다.
 
 다섯째 장을 보았다.
 다시 기억을 해 내었을 경우에 관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여섯째 장을 보았다.
 기억을 못 해 내었을 경우에 관한 설명이 추가되어 있다.

 일곱째 장을 보았다.
 내가 좋아하던 사람에 대한 최면에 관한 일지와 꼬부기 스티커와 책에 관한 내용이 나와있다.

 나는 거울 앞에 서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나를 보면 먼져 인사해줘. 그게 다야."

 나는 다시 나에게 최면을 시작했다.
 저번과 차이가 있다면 이번엔 아무 특징도 없는 사람처럼 만들지 않고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를 잘하는 남자가 되도록 할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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