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뻑 내리는 소나기에
우산을 들고오지 않음을 걱정한건 조용한 내 지랄병인가
막상 버스를 내렸을 때 그것이 그쳐 운이 좋다 생각했다.
신호운이 지독하게 나쁜 나인데
내리자마자 젖은 횡단보도가 파란빛을 반사했다.
반의 반절을 건너와서였나
마을버스 한 대가 신발코를 스쳤다.
주마등은 거짓말이었는지
사고는 멈추고 이윽고 분노가 두개골을 두드렸다.
하지만 그 분노는 버스가 아니라
나의 미숙한 운을 가리키는 것이고
일터에서 얻는 핀잔들을 향해 뛰어가는 것이었다.
온도계의 액체샘을 달구면 상승하는 알콜처럼
이상한 방향으로 돌진하는 그 노여움이 서러웠다.
이토록 난 왜곡된 감정으로 역행하는 것이고
소름이 뻗쳐
가시가되고
결국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는 성게로 변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