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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한달 남았는데 엄마가 점점 이상해져요(스압)
게시물ID : gomin_12045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GNmZ
추천 : 4
조회수 : 616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9/17 19:05:53
내 얼굴에 침뱉는 꼴이라 누구한테 말할 수도 없고 고게에나마 주절거리러 왔어요..
 
엄마랑 워낙 친구처럼 지냈는데 결혼 앞두고 벌써 두 번이나 언성 높여서 싸우고 울고... 이제 얼굴만 봐도 겁납니다.
또 무슨 트집을 잡아서 당신 신세한탄을 할까 하는 생각만 들고.
 
남자친구를 처음부터 못마땅해했어요. 평생동안 엄마 괴롭히던 그노무 제사 자기친척 끔찍하게 챙기는 아빠가 태어난 그 고장이 고향인 사람이라서.
그리고 제가 사귀는 남자친구마다 성에 차지 않아 하셔서.. 5년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사람도 있었어요. 니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런 놈이랑
결혼하려고 하냐고 절대로 안된다고. 지금 생각하면 제가 딱 그만큼만 그 사람을 좋아했기 때문에 엄마한테 휘둘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지금 남친 바로 직전에 소개팅으로 집안이랑 직업이 좀 좋은 사람을 잠깐 만났었는데 그 때는 그놈이 어떤 병신짓을 해도 다 저더러 이해해 보라고 하던
엄마가, 그놈이랑 비교해서 더 잘하면 잘했지 결코 못하지는 않는 남친은 사사건건 흉잡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딸가진 부모는 누구를 데려와도
성에 안찬다고 하겠지만, 아무래도 이 사람이 부모님이 안계셔서 더 대놓고 무시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 안계시니 우리 딸 누가 예물해주겠냐며 엄마가 제꺼랑 남친 예물을 해주셨거든요. 물론 감사하지만..(시부모 안계셔서 이쁨도 못받는데 혼수라도 도와주시겠다는 거 극구 말려서 그 예물 이후로 모든 혼수는 제 힘으로 했습니다) '자네는 부모님 안계시니까' 하면서 본의 아니게 생색을 내셨어요. 그리고 엄마가 워낙 했던 말 또 하는 버릇이 있으셔서, 좋은 말도 반복하면 별로인데 부모님 안계시니까..라는 말을 거의 관용어구처럼 반복을 하셔서 제가 듣기에도 민망하고 남친 낯빛도 안좋아지고... 그래서 하루는 부모님 앉혀두고 얘기했어요. 엄마한테 '나는 엄마 했던말 또하는 버릇을 이미 알고 적응했지만 좋지도 않은 말을 계속 반복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선 결코 기분 좋지 않을 거다, 조금만 신경써달라'고 얘기했더니.... 정말 너무나도 흥분하셔서는 난 원래 그런 사람인데 꼴랑 몇달 만난 니 예비신랑한테 날 맞추라고 하냐며 울기까지 하셨어요..
 
그때도 엄마 맘 풀리기까지 2주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솔직히 제가 대체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래서 애써서 이해하길, 엄마는 나한테 많은
기대를 품었는데 그걸 들어드리지 못해서 저러는가보다. 그리고 아빠가 그간 1년에도 10번 가까이 제사 지내라며 엄마 들들 볶고 작은엄마들은 나몰라라
하는데 엄마만 나무라던 할아버지한테 서운했던 마음을 다 나한테 기대왔는데 이제 기댈 대상이 없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거고 빈둥지 증후군 비슷한
게 벌써 오나보다 하고 놀라고 무서운 마음을 추스렸어요.
 
그러다 며칠전에 한번 더 터졌습니다... 예랑이 어찌어찌해서 신혼집을 전세로 구했어요. 저희 부모님이 발품팔아서 알아본 데가 있었는데, 거기가
전세 끼고 사는 구조라 앞으로 돈을 갚아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안전제일주의이고 집을 살 생각이 전혀 없던 예랑은 저랑 엄마가 설득을 계속 해서
넘어오는 듯 하더니 결국은 계약을 안했거든요. 아마 예물에서부터 집까지 예랑 입장에서는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부모 없다고
맘대로 장인이 휘두르려고 한다는 생각도 할 수 있고.. 암튼 그 집은 물건너가고 예랑이 구한 집을 엄마한테는 다 꾸미고 난 다음에 보여드리려고
했는데 한사코 이사 직후의 그 정신없는 상태인데 한 번 들여다 봐야겠다고 하셔서 엄마아빠를 모시고 갔었어요. 근데 엄마가 보더니 역시나...
 
'생각보다는 좋은데 집도 좁고 어차피 전세니까 도배할 필요도 없고 ..' 그 말을 듣는데 저도 모르게 예랑 눈치를 보게 되더라구요... 그 짧은 시간동안
몇 번을 또 같은 소리를... 그날 저녁때 엄마 눈치를 보며 정말 조심스럽게 얘기했어요. 사이 안좋은 직장상사한테 비굴하게 저자세로 보고하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암튼. 엄마한테 '예랑이가 좀 소심하고 부모님도 안계셔서 주눅들어있는 사람이다. 너그럽고 이해심 많은 쪽이 부족한 쪽을 헤아려 주는 게 낫지 않겠느냐, 예랑이한테 집 좁다고 오늘도 몇 번 얘기했다, 엄마는 어른이고 예랑이는 아랫사람이니 조금만 더 예쁘게 봐줄수 없겠느냐'고 했어요.
 
엄마가 소리지르면서 울었어요. 그놈을 만났으면 몇달을 만났느냐 아직 결혼도 안했는데 그렇게 싸고 돌면 앞으로 참 볼만하겠다며... 그게 벌써 1주일
전 얘기네요. 한 2~3일은 눈도 안 마주치고 제가 거실로 나오면 엄마는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엊그제부턴 그나마 서먹한 대화나마 할 수 있게 됐어요.
오늘 아침에 그러시더라구요. 엄마 친구분 하나도 이제 깜빡깜빡 해져서 했던말을 또하고 했더니 그집 딸은 '울엄마 나이들었나보네..'하고 안타까워
하더라고. '그집 엄마는 얼마 안됬나보지. 엄마는 그런지 몇년 됐잖아. 그리고 나한테 했던말 또하는 건 내가 뭐라고 그런 적 있어? 그리고 좋은 말도
아니고 안 좋은 말을 계속 얘기해서 사람 기분 안좋게 하고 주눅들게 하는 걸 좀 조심해달라고 말했지 내가 언제 나한테 하는 거 갖고 대들기라도
했냐고. 난 정말 조심스럽게 말한건데 소리지르고 길길이 날뛴건 엄만데 왜 날 밑도끝도없이 버릇없는 딸로 만들어버려? 그러면 속이 시원해? 예랑이
그렇게 만만해? 그리고 무슨 애야? 편가르기 싸움이야? 대체 왜 그렇게 과민반응인데? 아빠가 엄마한테 잘 못한게 내 탓이야? 왜 나한테 화풀이야?
그리고 내가 언제 다른 집 엄마랑 비교라도 한 적 있어? 근데 엄마는 왜 그래?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한거야? 왜 엄마는 날이 갈수록 성격이 그래져?
내가 만만해? 난 언제까지나 엄마 전용 동네북으로 집에서 항상 지내야 하는거야?'라고 하고 싶은걸 꾹 참고 아무말 안했네요.
 
워낙 엄마가 좀 욱 하는 성격이 있어서 기분 좋을땐 괜찮지만 안좋을 때는 항상 눈치를 봅니다. 근데 요즘은 진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에요...
물론 결혼하고 나와 살면서 엄마가 그리울 적이 아주 많겠지요.. 근데 요즘 같아서는 하루라도 빨리 뛰쳐나가고 싶은 마음 뿐이에요ㅠㅠ
 
예랑은 제가 지금까지 너무 부모님 말씀에 순종하고 엄마한테 아빠가 못해드리는 것까지 다 해왔기 때문에 많이 서운하셔서 그러는 거라고..위로를
하는 듯 가만 생각해보면 제가 엄마 버릇을 잘못 들였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도 하네요..
 
오늘 아침에 엄마가 그러시데요. 난 지금까지 내 자신은 항상 뒷전으로 하고 남편이랑 자식 챙기며 살았는데 다들 뒷통수를 친다며, 왜 그렇게 바보
같이 살았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는 나 자신을 최우선으로 인생 즐기며 살겠다고 하시데요. 저는 엄마더러 그렇게 살아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고
태어나게 해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당신이 좋아서 산 인생을 왜 이제와서 생색내시는지요..
 
예랑이랑은 평생 서로 맞추고 조율하면서 산다고 생각하니 의견충돌이 있어도 그럭저럭 잘 지나가는데 엄마랑은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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