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너무나도 평범한 재수생이에요.
저는 남들보다 일찍 꿈을 가졌어요. 글을 쓰는 게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책을 읽고 베껴가면서 글을 썼어요.
중학교에 들어가니까 이제 제법 나름대로 단편소설이란 것도 쓸 수 있게 되었어요.
고등학교에 들어가 졸업하기 전까지 많은 곳에서 상을 받았고
제 나름대로 나 라는 인간을 증명하기 위해 이곳저곳 투고하고 꿋꿋이 글을 썼어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학교도 수없이 빠지고 그러다 보니 자유로운 영혼이 생겼어요.
나를 증명해 내기 위해 대회라는 명분으로 여행을 다니고
나도 학생인데 목소리를 내보자 하며 친구와 함께 시위도 다녔습니다.
이제 와서 느끼는 건데 여태 했던 것들이 너무나도 값지고 아름다워요.
하지만 자유로운 만큼 학교 생활은 부정적이었습니다. 내가 하기 싫은 공부는 죽어도 하기 싫었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것 하나만 평생 해도 바쁘다는 생각이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상 받은 실적으로 대학을 갈 수 있었어요.
저는 '아 내가 여태 해 온 걸로 대학을 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기뻐했죠
입시가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배려해 준 것에 고마웠어요.
하지만 입상실적이 있더라도 남들 보다 미흡한 데다 내신도 좋지 않으니
대학의 문턱에 닿지는 못했어요.
그래서 저는 생각했어요.
나는 글 쓰는 것을 사랑하고 끝 없이 노력하는데 저들이 날 받아주지 않는 것은 사람 보는 안목이 없다 라고요.
사회가 고졸을 대하는 태도가 좆 같더라도 나는 한 번 극복해 보겠다고.
어떻게든 내 분야에서 끈질기게 살아남을 거라고 다짐했어요.
그렇게 스무 살이 되고 올해 3월까지 알바하며 책 읽고 집필만 반복했어요 재수는 생각하지 않았죠.
하지만 혼자서 하는 공부는 한계가 있었어요. 걸음걸이를 따라다니는 고졸, 재수생 타이틀과
무너지는 자신감, 한 번도 전문적인 학문을 배워 본 적이 없기에 배우고 싶다는 욕망.
살갗을 스치는 모든 것들이 저를 자극해요.
결국 대학이 나쁜 게 아니라, 무한 경쟁의 입시와 취업을 인생의 목표로 만든 사회가 나쁜 거라고 생각하고
대학에 가기를 다짐했어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수없이 되뇌였던 정의와 진리 같은 것들을 그 행동을 통해 밝혀내고 싶어요.
하지만
재수를 시작한지 반년이 흐른 지금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끝없이 갈등해요
결국 내가 대학을 가는 이유는 학벌인가 꿈을 위해서인가
저는 도무지 그 사이에서 답을 낼 수가 없어요.
생각은 꿈을 향하는데
몸짓은 학벌을 향해요
나는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하잖아요
인간이 사는 이유는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배웠는데.
꿈에 살고 싶어요.
수시와 수능을 코앞에 두고 하는 이런 생각조차 우습게 느껴져요.
제가 지금 하는 생각이 맞는 것이겠죠?
오늘도 공중에 떠다니는
꿈들을 손가락 끝으로 잡아당기느라
힘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