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대형문고에서 책을 열심히 고르던 도중에 신호가 뾰르륵 오길래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습니다.
4칸에 사람들이 다 들어가 있었지만 아직 기다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길래 다행이라 생각하며 옆에 서 있었죠.
그러다 그 할배(할아버지라는 말도 아까움)가 등장했습니다. 겉모습부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내가 버젓이 서 있는 걸 보면서도 내 앞으로 가 문을 계속 서성거리면서 '으음~으음~' 이런 소리를 내더라고요.
마치 나 급하다 정말 급하다 지금 안 들어가면 쌀 것 같다 라는 걸 저에게 어필하려는 것처럼 말이죠.
할배를 계속 쳐다보니 제 쪽을 흘끔흘끔하는 것도 느껴졌답니다.
설마 내가 여기 서 있는데 먼저 들어갈까 하며 반신반의 했는데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볼일을 끝마친 누군가가 시원한 표정으로 나오는데 사람이 채 나오기도 전에 그 할배가 비집고 들어가려고 합니다.
후후후 꼴사납다.
옛날의 저였다면 '짜증나지만 참아야지.... 싸워서 뭐 해! 에휴' 이렇게 넘겼겠지만
오늘의 저는 아니였습니다.
문을 닫으려 하길래 바로 달려가서 잡고 홱 열었어요.
나눈 대화입니다.
나 : 이봐요 제가 먼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순서 지키셔야죠.
할 : (성질 돋은 목소리로) 아 아 나 급해 급해
나 : 급한 건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먼저 서 있는 걸 보셨는데도 들어가시네요.
할 : 아 아 옆에도 바로 나올거라고 그 때 들어가 그 때 (????? 바로 나온다면 당신이 그 때 들어가시면 될 텐데요)
나 : 말이 안 되는데 계속 우기시네요 나와요. 나와요.
할 : 아 나 급하다고 급하다고
나올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길래 저도 문을 잡고 있던 손을 놨어요.
그러면서 문 닫히기 전에 얼굴을 보며
'아 그렇게 급하시면요 죽을때도 꼭 먼저 뒤지세요'
하고 뱉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밖에 계속 서 있었는데 안에서 할배가 씩씩 거리며 거칠게 움직이는 게 느껴지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반말 안 써도 백퍼센트 이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