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집에 돌아가는 것은 외롭다.
단지 외로울 뿐만 아니라 어떤 날은 형용할 수 없는 이상한 공포감마저 든다.
해질무렵 출근해서 날이 바뀔즈음 퇴근하면,
그 어두움에 이상한 느낌들마저 더해지면,
그날 일찍 잠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는 불하나를 켜놓고 출근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그 습관은 외로움은 어쩔 수 없다 쳐도 어둠이 나를 맞이해야 하는 상황만큼은 피하게 해줬었다.
오늘도 집에 들어 갈 때를 위하여 불을 켜놓고 왔을 터였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아래에서 네번째 기다란 창문 집.
블라인드는 환히 걷혀있는 불이 켜진 나의 집.
어라?
네번째가 아니였나?
아닌데, 분명 네번째 기다란 창문집일텐데.
오른쪽에서 두번째도 맞을텐데.
어렴풋이 보이는 창문이 내가 늘 보던 것과 다르다.
블라인드는 환히 걷어놓고, 불이 켜진 것도 맞는데.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불빛주위로
아무도, 아무것도 없어야 할 창문에
뭔가가...
가득 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