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노리오, 하늘에서 보고 있니?”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배를 기리며 그는 기꺼이 ‘스파이더맨’이 됐다. 15일(한국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코스타리카의 A조 2차전. 에콰도르의 이반 카비에데스(29)가 후반 추가시간에 팀의 세번째 골을 넣은 뒤 갑자기 바지춤에서 노란색 스파이더맨 가면을 꺼내 얼굴에 뒤집어 쓴다. 가면을 쓰고 나서냐 그는 두 팔을 벌려 골 기쁨을 만끽한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에 많은 이들이 ‘별난 선수’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그가 가면을 준비한 것은 단순히 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해 5월8일 가족을 만나기 위해 차를 몰고 가다 트럭과 충돌해 숨진 대표팀 후배 오틸리노 테노리오(26)를 추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는 바로 생전에 테노리오가 즐겨한 골 뒤풀이였다. 테노리오는 골을 터뜨린 뒤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고 춤을 추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또다른 볼거리를 선사한 선수였다. 테노리오가 죽은 직후 현지 신문들은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지만, 우리들에게 즐거운 세리머니를 남긴 그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카비에데스는 “테노리오는 우리의 친구이자 형제였다. 그도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늘 그와 함께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이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후배를 떠올리며 유니폼 바지 속에 가면을 넣고 경기를 뛴 것이다. A조 네 팀 중 ‘2약’으로 분류됐으나 가장 먼저 16강행을 결정지은 에콰도르. 이변의 뒤편에는 죽은 후배를 향한 선수들의 가슴 찡한 동료애가 있었다. 송호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