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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갖고 나니, 엄마가 더 원망스러워요...
게시물ID : gomin_1205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Vsa
추천 : 12
조회수 : 489회
댓글수 : 102개
등록시간 : 2014/09/19 00:00:58

10살에 아빠를 잃고, 가족 모두가 힘들었어요.


엄마는 삼계탕 집 주방, 마트 캐셔, 마트 판매...안 해 본 일이 없으시고 언제나 늦게 퇴근하셨죠.

아빠를 보내고, 엄마가 일을 시작하신 후 전 단 하루도 빠짐없이 혼자 어두운 밤길을 걸어 엄마를 마중나갔어요.

아빠 대신 엄마를 지킬것이라 다짐했었거든요.


2살 위인 언니는 언제나 맏이니까, 제일 좋은 것을 입고 좋은 것을 먹고 비싼 과외를 했고

그때 저는 엄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게 불합리하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그저 열심히 살았어요.

언니가 가장 비싼 교복을 입을 때, 중학교 입학식 날 부터 교무실에 가 남는 교복을 찾아입었고

언니가 비싼 과외를 할 때, 선생님들이 주신 교사용 문제집을 닳을 때까지 풀었어요.

주말에는 밀린 청소와 빨래를 했고, 학기 초마다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학비와 급식지원을 부탁드렸어요.

하지만 창피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행복했어요. 내 한 입이라도 덜 수 있는 게 어디냐...


고3때, 엄마가 무리하게 연 가게가 망하고...빚쟁이들이 쫓아와 난동을 피웠을 때도,

전 엄마를 이모 댁에 피신시키고 집을 지켰어요.

사람들이 제 책을 찢고, 가재도구를 던질 때에도 남은 책을 보며 공부했고

'내가 대학을 가야 돈을 갚을 수 있으니 1년만 기다려달라.' 당당하게 버텼어요.


그때 언니는, 제 급식비를 훔쳐 나이트 클럽을 다니며 대학 친구들과 놀고 있었죠.


그래도 다행이었어요. 악착같이 공부를 해서 명문대에 갔고, 입학 한 날 부터 365일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했어요.

구두 밑창이 다 닳아 구멍이 날 때 까지...

친구들과 제대로 점심 한 끼를 먹지 못했고, 삼각김밥 2개를 먹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다녔지만

엄마가 드디어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정말 행복했어요.

언니는 그때까지도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놀았고, 졸업도 하지 못한 채 어학연수나 네일아트를 받으러 다녔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고...집안의 빚을 모두 갚고 나서야 뒤늦게 연애를 시작해 좋은 남편을 만났어요.

가난하지만 성실한 사람이었고, 변하지 않는 애정을 주었어요.

하지만 엄마는 안타까워하시고 못마땅해하셨죠.

더 돈 많은 남자를 만나길...더 좋은 집안의 사람을 만나길...

엄마처럼 고생하지 말란 뜻으로 생각했어요.


결혼 후에도, 내조를 하면서 과외를 하고, 돈을 벌어요.

우리 아빠처럼 일찍 하늘나라 보내고 싶지 않아서, 아무리 힘들어도 새벽 갓 한 밥 지어 남편 먹이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다행히 남편은 언제나 절 존중해주고 사랑해주고 고맙게 생각해줘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남편을 따라 내려왔지만 행복해요.

하지만...엄마는 이제 내가 이제껏 해 온 모든 일이 당연해요.

제가 무언가를 사 드려도, 먹을 것을 해 드려도 고맙지 않아요.

언니도, 엄마도 '내가 너보고 희생하라 강요했었냐, 니가 좋아서 했지.' '그럴거면 이제는 아무것도 하지마' 에요.

집안의 빚을 갚고, 언니 대학 등록금을 내고...내 20대는 오로지 우리집뿐이었는데...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4년만에 아이를 가졌어요.

남편이 연락을 드렸지만, 그 흔한 축하인사도, 안부전화도 없어요.

남편에게는 아주 교양있는 친정식구들이라..남편은 늘 어머니와 처형이 멋지다고 이야기해요.

죽을만큼 심한 입덧을 해서 친정엄마 생각이 났지만...엄마와 언니는 내 생각을 하지 않아요.

아직도, 제가 피해의식으로 친정 식구들을 우습게 여긴다고...그렇게 생각해요.

엄마는 '자식이 그 정도는 해야지' 언니는 '내가 20대는 철없어 그런거고, 그 정도 실수는 누구나 해' 라고 얘기해요.

결혼 전, 딱 한 번 섭섭했었다고 이야기 한 것 뿐인데... 저는 결혼해서 연끊고 살고 싶어하는, 건방진 자식이 되어있었어요.


아이를 가지면,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줄 알았어요. 조금이라도...

하지만, 더 이해가 안 가요. 뱃속에 있는...본 적도 없는 내 아이가 이렇게 애틋하고 고마운데.

난 왜 그런 존재가 아닌걸까요.


같은 자식인데..분명 나도 우리 엄마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인데..

언니는 어떤 사고를 쳐도 다 수습해주고, 무엇이든 제일 좋은 것으로만 주면서

내게는 왜 무엇이든 당연한 것일까요.


아이를 낳게 되면, 친정 집에서 몸조리도 하고 친정 엄마가 음식도 해주신다는데

저는 일찍 마음을 접고 집 근처 조리원과 도우미를 알아보고 있어요.

하지만,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너무 그리울때가 있어요. 마트에서 떨이로 겨우 사온 오징어로 끓여주시던 오징어국이.

아빠가 어릴 적 끓여주시던 된장찌개가...

누군가 차려주는 밥상이, 날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려주는 음식이 정말 먹고 싶어요.


이제 전 엄마가 될 거니까, 울지말고 강해져야겠어요.^^

전 좋은 엄마가 될 수 있고,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살고 싶어요.

그리고, 저처럼 온전한 애정을 받지 못해서 슬퍼하는 분들.


울지말아요.

이제 전 무엇이든 나눌 수 있고,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요.

외롭지만, 세상 누구나 다 외로워요. 괜찮아요. 사랑받는 사람도 좋지만, 사랑의 소중함을 알고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은 더 좋아요.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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