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떤 존재 자체가 그 자체로 선하다는 건 상상하기가 힘드네요.

 

칼은 선한가요?

수술칼은 선하죠. 하지만 강도의 칼은 선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선한가요?

자기 아파트 윗층에서 쳐대는 피아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치더라도 악입니다.

 

종교는 '선'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선의 역할보다는 악의 역할을 해왔죠.

현실을 타개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도록 하는 마취제의 역할은 선하지 않습니다.

기득권에게 복종하고, 내 현실에서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뼈빠지게 일하라는 종교가 선할 수는 없죠.

 

원시종교가 선한 역할을 했을까요?

영화 아포칼립토 한 번만 보고 오세요.

태양신을 위해 산 사람에게서 심장을 꺼내는 게 선한 행위인가요?

목사가 가난한 사람에게 축복 약속하고 돈 훑어내서 자기 자식 유학 보내고 외제차 사주는 종교가 선한가요?

 

선행을 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선행 몇 번 했다고 존재 자체가 선하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개신교의 선행은 포교용이거나, 혹은 자기가 천국 가기 위한 목적이 있는 선행이니 더더군다나 선하지 않죠.

불교도 자체로 선한 종교 아니에요. 연등 팔아먹고 거북 방생하는 거 보면 웃기지도 않아요.

 

목적이 선하고 수단이 선하고 과정이 선해야 선한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목적을 가지고 과정을 행하는 '존재 자체'가 탄생 과정 어쩌고 하며 선할 수는 없어요.

무조건 악한 것도 아니지만요.

 

무조건 악하지도 않으니 무조건 욕하는 건 잘못이지만

무조건 선하지도 않으니 잘못한 건 까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