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남긴 과일 안주 속 포도 한 알이 태어나 처음 느끼는 맛
이 포도는 상한 것인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과 피곤 꿈꾸는 일탈 때문인가
봄은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심해진 시 쓰기의 배고픔인가
자 이 포도 껍질은 단물 빠진 풍선껌 같았소
조금 덜 익은 조기살 같은 과육
과즙은 맛있는 물감 같았소
씨가 부서질 땐 황토
아까시나무 아래 땅 파서 먹어봤던 그 황토와 비슷했소
세상도 포도도 그대로라면 변한 것은 나뿐이니 이 포도는 오늘 나의 맛
아니 오늘 내가 씹은 세상의 맛
아니 오늘과 내가 부딪쳐 깨진 파편
아니 오늘까지 견뎌 만든 진주
아니
포도는 무슨 맛인가